오시영의 세상의 창-모든 것을 세월의 흐름에 맡겨 놓은 정부
상태바
오시영의 세상의 창-모든 것을 세월의 흐름에 맡겨 놓은 정부
  • 오시영
  • 승인 2016.08.19 1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2016년 8월, 대한민국 최고의 정책은 “시간의 흐름”에 모든 것을 맡겨 놓는 것이다. 옛말에 “세월이 약이다.”라는 말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정부가 현재의 박근혜 정권이 아닌가 싶다. 어떠한 문제로 인해 분쟁이 발생할 경우, 가장 좋은 정책은 곧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여 분쟁을 종식시키는 것이다. 맹장염에 걸린 환자에게 맹장수술을 해서 치료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은 문제 해결을 그 즉시 해결하는 대신 우회적으로 해결하려 하거나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이 지쳐서 잊겠지 하는 방식을 취하거나, 분쟁에 대해 새로운 반대 분쟁을 점화시켜 분쟁과 분쟁이 이념 투쟁을 하게 만든 뒤 서로 유야무야 시키는 편법을 아주 자주 동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때도 그런 행태의 문제처리를 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지난 해 11월 14일 서울광장에서의 민중총궐기대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은 백남기씨가 식물인간이 된 지도 9개월이 지났다. 보도에 의하면 그의 여명이 며칠 남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사태로 인해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그냥 세월만 흘러가고 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각종 비위사실 폭로도 여전히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인 양 사태가 발생한지 몇 달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전국경제인연합 등으로부터 불법적으로 차명계좌를 통해 수억 원의 돈을 받아 불법시위 자금으로 쓰면서 불법시위에 앞장서 온 어버이연합에 대한 수사도 고소된 지 몇 달이 흘렀음에도 지지부진이고,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대표의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의 케이비에스사 김시곤 보도국장에 대한 언로통제 고소사건도 수사에 전혀 진척이 없다. 어찌 된 게 정부쪽과 관련된 권력층들의 비위사실에 대해 유독 엄정한 국가 수사권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지 그 연유를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모든 국민이 다 알고 있다.

세월호참사에 대한 정부의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세월호 사건 규명에 적극 나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세월호사건조사특별위원회의 활동을 제한하려는 데 앞장서고 예산지원을 중단해 버리는 등 전혀 진실규명에 대한 의지가 없어 여전히 미제사건으로 남겨 놓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어버이연합에 대한 자금지원 및 물자지원 등의 배후세력의 그림자가 어느 정도 밝혀지자 어버이연합은 각종 시위현장에서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추었다. 그것만으로도 대한민국이 얼마나 조용해졌는지 모른다. 일반 의식 있는 국민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일정 부분 해소되었다고 할 것이다. 몰지각과 무분별, 맹목적 추종자들로 구성된, 아니 어쩌면 일당 몇 푼에 재미를 붙인 무개념 피동원자들로 구성된 그들의 집단적 패악질은 국민의 일반적 상식을 파괴하고 사회를 분탕질의 구정물통으로 만들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물론 일부 신념과 이념에 충실한 자기 확신에 의해 독자적 행동을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어버이연합에 대한 고소가 있은 후 그들 역시 전혀 행동으로 나서지 않고 있음에 비추어 그들의 진정성도 의심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15년도 보고서에 의하면 저출산 대책으로 지난 9년 동안 투입된 국가예산은 무려 66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출산율은 부부당 1.2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단순한 계산법이지만 매년 7조 원 이상의 예산이 저출산대책비용으로 소비되었음을 알 수 있다. 7조 원이면 70만 명에게 1천만 원씩 줄 수 있는 돈이다. 한 해 출생인구가 약 40만 명 남짓이므로, 출산율이 1.2명임을 감안하면 두 번째 자녀 이상은 기껏해야 8만 명 남짓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엉뚱한 발상이지만, 저출산대책을 수립하는데 들어가는 저 7조 원 중의 일부를 위와 같이 두 번째 자녀 이상을 출산한 가정에 직접 지급하는 정책을 사용한다면 출산율은 급격히 상승할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쓸데없는 정책보고서 용역사업이나 계획 수립 등에 예산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출생과 직접 관련된 가정에 예산을 지원하여 그들이 그 예산을 지원받아 자녀를 양육케 하는 비용으로 사용토록 하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두 번째 출생하는 자녀에게 1인당 1천만 원 정도, 세 번째 자녀에게 1인당 3천만 원 정도 양육비를 직접 지원한다면 출산율이 급격하게 증가하리라 본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조금 심도 있는 연구가 보완되어야겠지만, 출산율이 1.5명 정도만 되면 인구정책의 안정성을 기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므로 출생인구 40만 명 정도를 50만 명 정도로 맞출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려면 위와 같은 엉뚱한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약 18만 명의 둘째, 셋째에게 위와 같은 돈이 지출되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일부 지자체 등에서는 자녀 출생에 대한 지원금을 보조하고 있다. 예를 들면 서울 양천구의 경우 둘째 아이 출산에 50만 원, 셋째 아이 출산에 70만 원, 넷째 아이 출산에 100만 원 다섯째 아이부터는 200만 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 경우 출산율이 2.08명으로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인데, 출산부터 양육에 이르는 모든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두 명 이상의 자녀를 키우는 가정은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매달 약 115유로에서 260유로의 지원금을 보조하고 있는데, 그러한 재원의 약 65%를 기업의 출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장래의 노동력공급 확보를 위한 기업의 선출연인 것이다. 정부로서도 기업이 종업원 중 두 자녀 이상을 둔 근로자들의 비율을 조사하여 그 정도에 따라 기업에 세금감면 등 여러 유인정책을 쓴다면 기업들도 두 자녀 이상의 근로자를 많이 고용할 것이고, 근로자들 역시 육아휴직이나 육아시설의 이용을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서울시와 보건복지부, 청와대 사이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청년수당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난 해 정부는 청년일자리예산으로 1조 9,800억 원을, 올해에도 현재 2조 1천억 원을 투입하였다. 그런데도 통계청 고용동향에 의하면 6월 기준으로 청년실업율이 10.3%에 이른다. IMF 사태로 인한 1999년의 최저실업률 이후 가장 높은 실업률이다. 정부에서는 맨날 예산을 쓰는데도 실업률은 더 높아지니, 돈 잡아먹는 귀신이 따로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엉뚱한 발상이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구하고 있는 청년수당 정책처럼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직접 혜택을 주는 방법으로 지원방법이 전환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이 2조라면 20만 명에게 1천만 원씩을 지원할 수 있는 규모이다. 앞으로도 넉 달이 남았으므로 예산 투입금액은 더 증가할 것이다. 서울시에서 추구하고 있는 정책처럼 일정한 조건 하의 청년들에게 취입준비지원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고 예산낭비를 줄일 수 있는 정책이라는 생각이다.

청와대와 정부도 박원순 시장의 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비난을 가하면서도 “청년내일공제”라는 유사한 제도를 슬그머니 청년일자리정책으로 내세우기에 이르렀다. 박원순 정책을 벤치마킹하고서도 전혀 다른 정책이라고 우기는 꼴은 조금 웃기고 초라하고 궁색해 보이지만 그래도 정부가 그런 정책을 내놓은 것에 대하여는 전적으로 찬성한다. 정부안에 따르면 중소기업 정규직 청년노동자 1만 명에게 2년간 300만 원을 저축하면 정부와 기업이 900만 원을 지원해 총 1200만 원에 이르는 현금을 보장해 주겠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러한 정책은 서울시가 지난 해부터 실시 중인 “희망 두 배 청년통장”과 유사하다. 이 정책은 “2020 청년정책 기본계획”의 일환으로 기획되어 실행 중에 있다.

문제는 출산율과 청년실업율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는 사실이다. 모든 것이 세월이 약이라며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되는 시급한 정책이다. 물론 산업구조의 변화로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는 미래세대에 높은 출산율은 높은 실업율의 모태가 될 것이어서 크게 바람직한 정책은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급격한 고령화에 따르는 인구구조의 불완전성을 해결하고 과도기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도 급격한 출산율 저하와 청년실업율 증가는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될 사항이다.

어찌 보면 정부로서는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통해 이와 같은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모든 것을 직접 하려 할 것이 아니라 다둥이 가정을 우대하는 각종 정책을 수립하여 다둥이 가정을 많이 고용한 기업, 청년들을 많이 고용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정기적으로 점검을 통해 기업우대정책과 압박정책을 동시에 추구해 나가면 기업이 자발적으로 이에 따르게 되어 국가전체적으로 안전망이 구축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불볕더위다. 사드배치문제로 여전히 세상은 시끄럽고, 우병우 민정수석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은 여전하다. 건국일을 상해임시정부수립 시로 볼 것인지, 1948년 정부 수립일로 보아야 할 것인지를 놓고 보수와 진보 진영 사이에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는 지난 해 광복절을 전후하여 필자가 본 칼럼을 통해 강력하게 의견을 개진한 바 있으므로 같은 말을 반복하지는 않겠다.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일본의 출연금 10억 엔의 법적 성격을 놓고도 여전히 의견대립이 계속되고 있고,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 철거 문제를 놓고도 여전히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거기에 조윤선 문화체육부장관의 재입각을 비롯한 소폭 개각을 놓고서도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박근혜 정부의 불통에 대한 비판 역시 논조를 높여가고 있다.

어찌된 게 대한민국은 문제가 풀리지 않고 계속 꼬여만 가는지 모르겠다. 세상은 시끄럽고 무덥지근하고, 누진제 전기요금체계로 불만이 고조되고 있지만, 간혹 브라질 리우에서 들려오는 올림픽참가 선수들의 승전보로 잠시 스트레스를 날리기도 한다. 현재까지 6개의 금메달을 땄다. 양궁에서 4개, 사격과 펜싱에서 각각 한 개씩의 금메달을 땄다. 모두가 표적지의 중앙을 향해 쏘아대고 찌르는 운동종목이다. 탁구를 비롯하여 배구, 축구, 배드민턴 중 모든 종목에서 탈락하였다. 수영, 육상 종목에서도 탈락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제 태권도 5종목과 여자 골프가 남아 있고, 금메달을 딸 수도 있을 것이다. 태권도 역시 상대방의 몸을 가격해야 메달을 딸 수 있는 종목이다. 세상의 변화를 본다.

너무 덥다. 더울 때 글을 쓰는 것은 참으로 힘들다. 더위에 제 몸 가누기도 어려운데, 생각을 가다듬고 논리를 정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독자들은 아마 읽는 것도 힘들 것이다. 하지만 더위가 아무리 심해도 두 주만 지나면 가실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세월이 약이라는 옛말처럼 더위는 가실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미제 분쟁은 쌓여갈 것이고, 해결의 방안은 또 다른 분쟁을 유발할 것이다. 모두 다 어리석은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기에는 우리의 지성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또 이야기할 것이다. 시간이 약이 아니라 사람 골병들게 하는 것이라고. 해결은 맹장염환자에게서 맹장을 잘라내듯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고. 누가 귀담아 들을까......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