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개소리]잣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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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소리]잣인감?
  • 법률저널
  • 승인 2004.05.2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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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프랑스에 0-5로 지고, 이어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또 0-5로 지고 나자 히딩크는 자기의 별명이 '오대영'이라는 걸 알았지만 강팀과 계속 싸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팀을 상대로 승수를 쌓는 것은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이고, 강팀과 경기를 계속해야 강팀을 상대로 싸울 능력이 생긴다고 그는 역설 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그 후 월드컵이 열리기 얼마 전인 2002년 5월 26일 밤(프랑스와 평가전을 하루 앞 둔), 히딩크는 암스테르담에서 온 오랜 친구(네덜란드 기자)에게 "한국이 너무 좋고 선수들도 너무 잘 따라줘 모든 것이 순조롭다"고 말하며, 월드컵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자신이 있었다. 다음날 한국은 비록 패했지만 1년 전의 0-5라는 스코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훌륭한 경기를 펼쳤다. 한국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방식과 흐름은 박수를 받을 만했다. 한국 선수들이 스스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고 사기도 크게 올랐다.


국민 모두가 보았듯이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들은 훌륭했다. 투지가 넘칠뿐더러 자신감에 차 있었다. 히딩크가 프랑스, 체코에 대패를 당하고도 계속 유럽 강팀과 경기를 갖기를 원했던 것은 선수들의 정신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김대중 대통령이 경기 파주 트레이닝센터를 방문 했을 때 그는 대통령에게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면 선수들의 군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고 꿈은 이루어졌다.


그 해.......'신드롬'으로 묘사된 히딩크 열풍이 전국을 휩쓰는가 하면 '오대영'이란 수치스런운 별명이 그의 발 앞에 던져지기도 했고 '4강 영웅'으로 추대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그는 이 변덕스러운 바람에 한순간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제 갈 길만 걸어왔다. 주먹을 불끈 쥐고 어퍼컷을 매기는 그의 골 세리머니는 그의 자신감의 상징이었다. 그가 우리 국민에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은 실수를 통해 끝없이 거듭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자신감 때문에 마지막 1분에 기회를 만들 역량을 갖게 됐다.


요즘 들어 박찬호, 김병현, 최희섭, 이승엽, 10연패 중인 삼성 라이온즈 에게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에게서 자신감을 찾아 볼 수 없다. 이제는 박찬호, 그의 경기를 보기가안쓰럽다. 단지 홈런을 맞고 대량 실점을 해서가 아니라 히딩크 만큼이나 당당했던 그의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손가락까지 쳐들며 보여줬던 김병현의 자신감과 시범경기에서 보여줬던 이승엽의 자신감 있는 스윙은 도대체 어디 갔을까? 요즘 국내 프로야구 중계나 스포츠 뉴스, 신문을 보면 김응용감독 보다 더 자주 보이는 사람은 현역시절 '국보급 투수' '무등산 폭격기' '나고야의 태양'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선동열 삼성코치다. 안타까운 것은 삼성이 꼭 그 때문에 연패를 당한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팬들이 그의 자신감 있는 얼굴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스포츠 뿐만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데 특히 시험을 보는데도 가장 중요한 것이 자신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연속된 실패로 자신감을 심하게 잃은 후배에게 시원하게 먹으라고  잣 몇 개 떠있는 그림의 수정과를 건네주면 후배가 한마디 할 것이다. "형, 이게 잣 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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