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요건불비 민원인, 간접정범으로 처벌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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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요건불비 민원인, 간접정범으로 처벌할 수 없어”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6.07.2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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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민원에 기하여 담당 공무원이 이를 집행을 한 경우, 민원인을 공무원의 잘못된 집행행위에 대한 간접정범으로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최근 법원 판결이 나왔다.

피고인 A씨는 자신의 어머니 명의 소유 대지 위에 있는 피해자 소유 주택 철거를 대체집행할 수 있다는 결정을 첨부하여 노후주택 철거지원사업을 운영하는 시청에 철거신청서를 제출하였다.

이에 담당 공무원이 피고인에게 적법한 철거권한이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해당 주택을 철거했는데, 이 때 피고인에게 재물손괴의 간접정범이 성립되는지가 문제됐다.

앞서 피고인의 모친은 위 주택이 위치한 대지 일부의 소유자로서 피해자를 상대로 제기한 건물철거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았고, 위 주택을 철거할 수 있는 대체집행 결정을 받았다.

이후, 피고인은 강릉시청에서 슬레이트 지붕 철거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자 시청을 통해 이 사건 주택 지붕 전체를 철거하기로 마음 먹고 담당공무원에게 철거지원신청서를 제출하였다.
 

▲ 춘천지방법원 법정 / 사진: 춘천지법 홈페이지

문제가 된 것은 강릉시청은 집행관이 아니기 때문에 위 법원의 대체집행문을 대체집행할 권한이 없었는데, 피고인이 마치 자신이 이 사건 주택 지붕 전체에 관하여 철거권한이 있는 것처럼 담당공무원을 기망했다는데 있다.

강릉시청으로부터 지붕철거의뢰를 받은 업체는 피해자 소유의 주택 지붕을 철거하였고, 이로써 피고인은 정을 모르는 강릉시청 공무원으로 하여금 지붕철거사업을 하게 함으로써 피해자 소유의 재물을 손괴했다는 혐의로 재물손괴죄의 간접정범으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춘천지법 이현복 판사는 지난 12일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권원을 확보한 이후 이 사건 강릉시에 지붕철거지원사업을 신청할 때까지 약 4년간 불법적인 집행방법을 시도하지 않았던 점, 위 철거지원사업은 민원인이 신청했다고 모두 수리되는 것이 아니라 담당공무원들의 요건심사를 거쳐 공무집행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인 점, 담당 공무원은 이같은 요건심사를 한 후 상급자의 결재까지 받아 피고인의 신청을 수리하고 철거의뢰를 한 점, 피고인이 위 철거지원사업 신청에 관하여 첨부자료를 조작하거나 위계, 기망 등의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선 방법을 사용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에게 재물손괴 범행에 대한 정범으로서의 고의나 위법성인식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담당공무원에 대한 적극적인 기망 또는 위계행위가 입증되지 않는 단순한 요건불비의 공무집행 신청행위만으로도 공무집행 결과로 인한 범죄에 대한 정범으로서의 고의나 위법성 인식이 인정된다고 넓게 해석하는 경우, 비슷한 사례에서 모든 민원인을 간접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결과에 이를 수 있으므로 이를 허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판사는 “담당 공무원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 공무원을 적극적으로 기망하거나, 조작된 자료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인 행위가 있는 경우에만 형사처벌 할 수 있고 단순히 민원을 제기했다는 사정만으로 형사처벌 할 수 없다”면서, “사안의 경우 단순한 요건불비의 공무집행 신청행위를 넘어 피고인이 담당 공무원에 대한 적극적인 기망 또는 위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무죄”라고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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