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독일의 히틀러, 영국의 EU 탈퇴, 미국의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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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독일의 히틀러, 영국의 EU 탈퇴, 미국의 트럼프
  • 오시영
  • 승인 2016.07.01 15: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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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 / 변호사 / 시인

대한민국은 현재 자잘한 것들에 함몰되어 있다. 역사를 바꿀 거대한 물줄기를 가로막은 채 자잘한 돌멩이들로 강을 막고 둑을 쌓고들 있다. 한 마디로 좀팽이들이, 멸치 같은 인물들이, 콩알만한 존재들이 어찌어찌하다 역사 속 주인공들이 된 양 설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조차 하다. 인격과 능력이 부족한 자들이 높은 자리를 꿰차고 앉아 패거리짓들을 하면서 전체의 가치를 왜곡하거나 짜깁기하면서 역사의 물꼬를 바꿔보려고 아둥바둥거리고 있다. 그러한 몸짓들이 그냥 초라할 뿐이다.

필자는 요즘 히틀러라는 인물을 종종 생각한다. 히틀러는 1933년 파울 폰 힌덴부르크 대통령에 의해 총리로 임명된 후 힌덴부르크 대통령이 1934년 8월에 죽게 되자 수권법을 제정하여 합법적으로 총통으로 선출된다. 총통이라는 말은 총리와 대통령을 줄인 말이다. 다시 말해 대통령과 총리 두 직책을 한 사람이 모두 갖게 됨으로써 최고 권력자가 되었음을 상징하는 단어인 것이다. 스페인의 프랑코 총통을 비롯하여 대만의 장개석 총통 등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독재적 총통의 대표적 사례이다. 우리나라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헌법 제정의 기초자료를 수집코자 헌법 관련 학자들과 법조인들을 독일로 파견 보내 히틀러의 총통제를 합법화시켜 준 수권법 등을 연구토록 하여 유신헌법을 만들어 사실상 종신대통령의 길을 연 것도 총통제의 변형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심복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탄에 시해되어 그만 둠으로써 진짜 종신대통령이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히틀러가 어떻게 합리적 지성의 철학의 나라인 독일에서 선동을 통해 총통에 오를 수 있었을까? 필자에게는 소수의 지성과 다수의 떼거리 사이의 모순을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소수의 올바른 지성이 사회의 도덕적 가치가 될 수 있는 세상은 그래도 평온하다. 하지만 다수의 떼거리 가치가 요동치게 되면 세상은 커다란 쏠림현상으로 인해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어 버린다. 오랜 시간이 지나 몰아치던 소용돌이가 폐허만 남기고 물러간 후에야 꿈에서 깨어난 듯 “어찌 우리에게 이런 일이?”하고 후회하고 자성하게 되지만 이미 그때는 때가 늦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히틀러는 독일이 제1차세계대전 패전국이 됨으로써 1919년에 체결된 베르사이유조약에 의해 영토의 10분의 1을 프랑스, 폴란드, 벨기에 등에게 빼앗기고, 330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전쟁배상금을 미국과 영국 등 연합국측에 지급해야 할 위기에 처하게 된 상태에서 좌절에 빠진 독일 국민들을 교묘하게 선동하여 정권을 잡았다. 그리고 자동차, 건설 등 수많은 국가사업을 일으켜 경제를 일으켜 세웠다. 우리들에게도 익숙한 ‘국민의 차’라는 뜻인 폭스바겐을 만들어 독일 전 국민에게 마이카 시대의 도래를 알리기도 하였다. 지금 폭스바겐이 유로5기준 디젤차량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을 통해 배출가스 과다유출로 미국 등에서 엄청난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 바로 그 차를 히틀러가 독일 전 국민에게 국민의 차라는 이름으로 공급하였던 것이다. 

히틀러는 총통으로 취임한 후 위와 같이 빼앗긴 영토를 다시 찾고 아리안민족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필요가 있다면서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아우슈비츠 독가스실에서 유대인들을 대량 학살하였다. 이러한 제2차 세계대전을 가능케 한 이면에는 미국의 고립주의 내지 중립주의 정책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후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이 3선에 당선된 후 정책을 바꿔 “민주주의 병기창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공언한 후 전쟁무기를 연합국에 외상으로 제공하였고, 일본의 진주만습격사건을 계기로 직접 전쟁에 참전하여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히틀러가 1945년 4월 30일 권총자살을 한 지 70여년의 세월이 지났다. 어찌 보면 이 정도 세월이 흐르다 보면 사람들이 히틀러의 선동정치의 폐해에 무심해질 때가 되었고, 집단 광기가 표출될 수 있는 시간이 도래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과거의 히틀러라는 과대망상증환자에 의해 발발한 전쟁의 후유증을 잊을만한 망각의 시간이 흘렀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70년 세월 동안 그럭저럭 먹고 살아 왔는데, 그럭저럭 먹고 살아온 과정에서 빈익빈 부익부의 고착화가 확실하게 진행되는 바람에 더 이상 신분이동의 가능성이 사라져버린 세상에서 모든 것이 자포자기가 되어버린 다수의 낙오자들이 세상이 뒤집어지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여기저기에서 생겨나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을 가진 자로 고착된 자들은 잘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현재 그들은 부유하고 권력을 쥐고 있어서 호의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자리를 빼앗기고, 소득이 없어 최극빈의 삶을 살아야 하는 다수의 불만세력들은 현 체제로서는 전혀 가망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세상이 뒤집어지기를 심정적으로 바라게 되고, 그 흐름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날드 트럼프가 선동정치를 통해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주류세력은 그러한 현상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던 독일 국민들이 그들에게 숟가락을 제공해 주며 폭스바겐을 타게 해 준 히틀러라는 과대망상증 환자에게 환호하였듯이 미국 국민들이 도날드 트럼프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는데, 그러한 현상은 가지지 않은 쪽 사람들은 실감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반대쪽에 역시 냉정하면서도 뜨거운 또 한 사람의 정치가 버니 샌더스가 있다. 도날드 트럼프와 버니 샌더스는 서로 대칭적 구조에서 서로 반대되는 정책을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심저에 흐르는 공통점은 “이대로는 못 살겠다, 갈아엎어야 한다.”는 군중심리라 하겠다. 여전히 민주당 주류나 공화당 주류는 이러한 샌더스나 트럼프 현상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제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폐허가 되어 버린 유럽의 참상을 보고나서야 비로소 히틀러의 꿈에서 깨어나듯, 트럼프나 샌더스의 분탕질에 뒤통수를 맞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도날드 트럼프는 미국의 신고립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모든 가치가 돈에 의해 환치된다. 밑지는 안보동맹은 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의 안보우산에 있으려면 상응한 안보비용을 부담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하여 그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오키나와에 미군기지를 두고 있는 일본이라고 하여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미국의 신고립주의에 춤을 추는 멍청한 나라가 대두하였으니 바로 브렉시트에 찬성한 영국이다. ‘멍청한’이라는 단어가 너무 직설적일지 몰라도 ‘멍청한’이라는 말 이외에 다른 말을 찾을 수가 없다. 유럽연합국, EU 중에서 강대국이었던 영국은 마가렛 대처 수상 시절 EU가입에 소극적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EU 달러 이외에 파운드화를 독립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영국이 EU 가입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다른 회원국들과의 관계에서 독자적 국가권력을 행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즉 회원국이 되면 독자적 노선을 취하지 못하고 EU 다른 회원국들과 보조를 맞춰야 하는 제한을 받게 된다. 그러한 제한은 경제적 제한, 외교적 영향력 제한으로 나타나게 된다. 

마지못해 가입한 영국은 현실적으로 중국과의 단독적 외교관계나 교역관계에서 다른 회원국들에 의해 많은 제한을 받고 있다. 시리아 난민사태 시 난민유입을 제한하려 하였으나 다른 회원 국가들에 의해 일정 수가 강제 배정됨으로써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어 여러 가지 국내문제가 야기되고 있고, 무엇보다도 미국과 형제국으로서 외교적 영향력을 크게 행사해오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그 영향력이 극심하게 저하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자 국민적 자존심을 상하게 되고, 더불어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쳐 국민의 불만 고조로 국내에서 인기가 떨어진 캐머런 현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목적으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주도하였는데, 그만 덜컥 국민투표에서 가결되고 만 것이다. 

현재 27개 EU 회원국은 같은 유럽연합으로, 정치적으로는 하나의 공동체국가와 같다. 마치 50개주로 합중국을 이루고 있는 미국처럼 말이다. 그러다 보니 국경통제도 없고, 경제적 통제도 없다. 그런데 영국이 회원국에서 탈퇴를 하게 되면 영국만 유럽 전역에서 별개의 나라로 취급됨으로써 통행 및 수출입 등에 외국국가로 대접받게 되어 모든 절차가 복잡하게 된다. 당장 여권이 없으면 다른 회원국으로의 여행이 제한을 받게 되고, 상품 수입과 수출에 따르는 관세를 부담하고 통관절차가 복잡하게 된다. 30년 가까이 누리던 자유로움이 엄청 제한을 받게 된다. 당장은 외국자본 유입을 줄이거나 외국인 일자리를 제한할 수 있을 것 같아 유리할 것 같아 보이지만, 결국 금융업의 허브역할을 하고 있는 영국이 외환관리의 어려움을 겪게 되어 많은 외국금융기관들이 영국을 떠나게 될 것이고, 위와 같은 부대비용의 증가와 생활의 불편함으로 인해 영국의 미래는 어둡게 될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브렉시트 결정으로 인해 당장 영국의 파운드화가 곤두박질치고, 우리 원화의 환율이 급격 인상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영국자본이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들어와 있는데, 영국이 불안하게 되자 영국투자자본이 급격하게 회수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우리 환율이 급격하게 인상되는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단기적 현상으로 가까운 시일 내 제 자리를 찾을 것이다. 이번 브렉시트 결정으로 가장 당황한 나라는 영국 스스로가 아닐까 싶다. 영국 국민들도 설마 통과되리라 믿지 않은 채 장난하듯(?) 투표를 했는데 막상 통과되고 보니 자신들이 배제된 주변의 26개 EU 회원국들이 자이언트, 거인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27개 국으로 쪼개져 있을 때 영국의 영향력은 대단히 컸다. 영국과 1대 1로 상대해야 했던 26개 나머지 회원국들은 영국에 약자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독일과 프랑스 정도는 대등한 경쟁관계였지만 말이다. 그런데 지난 30년 동안 27개국이 하나로 활동하다 보니 이제 거기에서 탈퇴하게 된 영국과 나머지 26개국의 결집된 힘의 대결은 극명한 힘의 우열이 드러나게 되었고, 그러한 거인의 그림자를 영국 국민들이 순간 인식하게 되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게 되고, 이러다 우리만 작살나는 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된 것이다. 

영국의 EU 탈퇴를 통한 새로운 고립주의, 미국 트럼프 후보자에 의해 제기된 신고립주의는 당장은 자국에 이익이 될지 모르겠지만, 거대한 26개국의 단결된 힘과, 이미 수많은 나라들에 의해 거미줄처럼 체결된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같은 세계무역협정 등에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고 오히려 커다란 손해를 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80년 세월 저쪽으로 건너가 히틀러의 등장을 가능하게 했던 시대적 상황이 전개될 것인지, 아니면 상생의 세계적 협력의 시대로 다시 자각될 것인지는 앞으로 몇 개월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히틀러에 열광한 독일국민이 있었듯이 캐머런에 열광하는 영국민, 트럼프에 열광하는 미국민이 있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그 동안 히틀러 몰락 후 70년 동안의 자본주의체제는 또 다른 히틀러 유형의 선동정치가의 등장을 가능케 한 토양을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히틀러로부터 가장 많은 피해를 보았던 자본가 그룹이 히틀러 유형의 다른 선동정치가의 등장을 가능케 한 토양을 만들어 왔다는 이 아이러니, 이게 역사이기도 하다.

영국의 브렉시트 충격은 단기간은 크겠지만, 조금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이 냉정해지면 모두 다 흡수되고 소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쓸데없는 짓을 했네.”라거나 “별 거 아닌 것에 호들갑을 떨었네.”하고 머쓱해 할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 현상 역시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그냥 어제처럼 조용히 살며 그냥 내일이 오나 지켜보자. 오늘이 대단한 것 같지만, 지나놓고 보면 오늘도 뭐 별로 대단한 것 없지 않은가? 아무 것도 모른 채 출연료 없는 깨춤만 추는 어릿광대일 뿐. 그러한 토양 사이에서 대한민국 역시 자잘한 돌멩이들이 거대한 바위인양 설쳐대고 있다. 버선발 뒤집듯 한번 뒤집어 털어보았으면 싶다. 현대원 청와대 미래전략수석비서관이 서강대교수 시절 연구비를 제자 대학원생들 통장으로 급여 지급하듯 입금하였다가 다시 이를 돌려받아 착복한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초라하다, 돈 몇 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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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나무 2016-07-21 02:27:35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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