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덕윤의 언어논리 이야기(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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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덕윤의 언어논리 이야기(29)
  • 문덕윤
  • 승인 2016.06.1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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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독해의 위력 3 – 논증 평가

안녕하세요. 문덕윤입니다. 지난 회차의 개념화 훈련에 이어 세 번째 구조독해 훈련을 하겠습니다. 오늘 문제는 귀납논증에서 사실이 추가되었을 때 가설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판단하는 연습입니다. 귀납은 “이러이러한 기준에서 생각할 때, 나는 이 결론이 합당하다고 생각해”와 같은 구조로 표현되는 논증입니다. 기준에 해당하는 전제가 결론이 항상 참이라고 장담해 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이 세운 기준에서 판단한다면 결론이 합당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자신이 세운 기준을 충족시켰음에도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면 결론의 개연성이 약화됩니다. 귀납논증에서 논증의 강화/약화/무관은 바로 이런 상황을 다룹니다. 문제를 하나 풀어보겠습니다.

 

[예제] <사실 및 추정>에 비추어 두 가설을 평가한 것으로 옳은 것은? (풀이시간 : 2분30초)

<사실 및 추정>
얼굴이나 음성의 인식 및 감정과 관련한 신경 체계는 다음처럼 작동한다. 대뇌 측두엽에는 얼굴과 사물의 인식에 특화된 영역이 존재한다. 이 영역에 손상을 입은 환자는 친밀한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다. 측두엽에서 인식된 얼굴 정보는 감정 반응을 만드는 변연계로 보내진다. 변연계 입구인 편도가 인식된 정보의 감정적 의미를 먼저 분별하고, 이를 감정 반응을 일으키는 변연계의 감정중추로 중계한다. 음성 인식 영역에서 인식된 정보는 시각 정보와는 다른 경로로 편도에 도달하지만 편도 이후의 경로는 동일하다. 변연계 감정중추의 작용에 의해서 우리는 비로소 분별된 감정 정보에 어울리는 친숙함, 사랑, 두려움 등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손바닥에 나는 땀을 이용하여 변연계에서 일어나는 감정적 반응을 측정하는 GSR(피부전도반응) 시험에서, 정상인은 가족사진을 보면 높은 GSR을 보이지만 낯선 얼굴을 보면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 사고를 당한 A가 사고 전과 달리 자신과 가까운 인물들을 가짜라고 여기는 망상증을 보였다. 그는 아버지를 보고, “저 남자는 내 아버지와 똑같이 생겼지만, 진짜가 아닌 가짜입니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A가 부모 얼굴은 알아보지만 부모와 연관된 정서적 감정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추정과 관련하여 두 가지 가설을 세우고 몇 가지 사례를 통하여 이들을 각각 평가해 보았다.

<가설1> A의 증상은 시각 인식 영역과 편도 사이의 연결 경로가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가설2> A의 증상은 변연계 감정중추가 손상되어 감정 능력에 혼란이 생겼기 때문이다.

① A가 오바마나 아인슈타인 같은 유명인의 얼굴을 알아본다는 사실은 <가설1>은 강화하고 <가설2>는 약화한다.
② A가 부모 얼굴에 대한 GSR 시험에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가설1>은 약화하고 <가설2>는 강화한다.
③ A가 농담에 웃고 자신의 처지에 대한 좌절이나 두려움 등의 정상적 감정을 보인다는 사실은 <가설1>과 <가설2> 모두를 약화한다.
④ A가 낯은 익지만 별다른 감정을 느낄 이유가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가짜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가설1>은 약화하고 <가설2>는 강화한다.
⑤ A가 부모와 전화로 이야기하는 동안에는 부모를 가짜라고 주장하지 않고 정상적인 친근감을 보인다는 사실은 <가설1>은 강화하고 <가설2>는 약화한다.

구조독해 : 제시문의 인과관계 파악
정답은 ⑤번입니다. 각 선택지에 대한 판단으로 들어가기 전에, 지문에서 필요한 정보를 추려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제시문의 <사실과 추정> 및 두 가지 가설들의 내용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선택지 분석 : 가설의 강화/약화/무관 파악훈련

①은 옳지 않습니다. <가설 1>과 <가설 2>는 모두 시각적 인식을 담당하는 측두엽은 손상되지 않았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에 A가 오바마나 아인슈타인 같은 유명인의 얼굴을 알아본다는 사실은 <가설 1>과 <가설 2> 모두와 양립 가능하므로 이들을 약화하지 않습니다. 한편 <가설 1>과 <가설 2>는 모두 측두엽과는 다른 특정 부위가 손상되었음을 주장하므로, 측두엽이 손상되지 않았음을 암시하는 이 사례가 그 가설들을 특별히 지지하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가설 1>과 <가설 2>는 이 사례에 의해 강화되지도 않고, 약화되지도 않습니다.

②는 옳지 않습니다. GSR 시험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감정반응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감정반응이 없는 이유가 어느 부분이 손상되었기 때문인지는 이 사실로부터 확인할 수 없으므로, <가설 1>과 <가설 2>는 강화되지도 않고, 약화되지도 않습니다.

③은 옳지 않습니다. A가 자신의 처지에 대한 좌절이나 두려움 등의 정상적 감정을 보인다는 사실은 감정반응을 담당하는 변연계 감정 중추가 정상적이라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에 의해 <가설 2>가 약화됩니다. 한편 A가 농담에 웃는다는 사실은 음성 인식 반응과 관련한 메커니즘은 모두 정상적이라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편도 이후의 메커니즘은 정상적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측두엽과 편도 사이의 연결 경로가 손상되었음을 주장하는 <가설 1>을 지지합니다. 따라서 <가설 1>은 강화되고, <가설 2>는 약화됩니다.

④는 옳지 않습니다. <가설 1>과 <가설 2>는 정서적 반응이 일어나야 할 상황에서 정서적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사례를 설명하기 위한 가설입니다. 따라서 정서적 반응이 일어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아무런 정서적 반응이 일어나지 않은 사례는 <가설 1>, <가설 2>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 사례는 <가설 1>과 <가설 2>를 강화시키지도 약화시키지도 않습니다.

⑤는 옳습니다. A가 부모와 전화로 이야기하는 동안에는 부모를 가짜라고 주장하지 않고 정상적인 친근감을 보인다는 사실은 A의 음성 인식 기능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렇게 인식된 음성 정보가 편도에 도달한 뒤의 메커니즘도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A의 변연계 감정 중추는 손상되지 않았음이 분명하므로, 이 사례는 <가설 2>를 약화합니다. 또한 변연계 입구의 편도 이후의 메커니즘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결국 A의 손상 부위가 측두엽과 편도 사이의 연결 경로임을 의미하므로, 이 사례는 <가설 1>을 강화합니다.

논증 평가는 ‘공격’이 아니라 ‘대화’이다.
논증 평가 문제의 정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지문에 제시된 정보를 정확하게 처리하는 연습부터 해야 합니다. 경청이 전제되어 있지 않다면 정확한 비판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흔히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자기 목소리를 키워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본인이 지금 세워놓은 논증이 얼마나 완전무결하고 강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지 상대방에게 주장하기 바쁩니다. 하지만 “적어도 상대방의 논증을 무너트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자신의 논증을 치밀하게 설계하기 이전에 상대방의 논증부터 잘 분석하셔야 합니다. 이 싸움의 목적은 내가 얼마나 잘했느냐가 아니라 상대방이 어떤 점에서 잘못했는지를 밝혀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의 전제가 무엇인지, 그로인해 도출되는 결론이 무엇인지, 이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치밀하게 관찰하고 각 문장에 논증적 역할을 부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남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들으셔야 합니다. 그래서 논증 평가는 ‘공격’이 아니라 ‘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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