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조영남 화투(花鬪)와 박유천 화간(和姦, 貨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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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조영남 화투(花鬪)와 박유천 화간(和姦, 貨姦)
  • 오시영
  • 승인 2016.06.16 19: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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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 / 변호사 / 시인

화투(花鬪)는 일 년 열두 달이 그려진 그림이다. 화투놀이는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좋아하는 놀이이기도 하다. 큰돈이 걸릴 경우 도박으로 처벌받기도 한다. 화투놀이 중 도박성이 가장 강한 것이 고스톱과 두장빼기, 속칭 ‘섯다’이다. 고스톱은 세 사람이 서로 견제해 가며 먼저 석 점을 내면 이기며, 3점후에도 “Go"를 택해 더 많은 점수를 내 더 많은 돈을 딸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상대방이 그 사이에 3점을 내 버리면 나머지 한 사람의 몫까지 소위 독박이 되어 뒤집어쓰게 된다. 고스톱의 특징은 모든 패가 등가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광이나 점수가 있는 패보다 속칭 피라고 불리는 자체 점수가 없는 피가 오히려 더 귀히 존중받는 특징이 있다. 특히 민화투 등에서 광이나 높은 점수패보다 천시(?)되는 똥 피나 국화 피 등이 대접을 받는다. 치는 사람들이 만들기에 따라 규칙이 다르게 적용되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고스톱의 장점은 피가 광을 이기는,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시중에는 시아버지와 고스톱을 치던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향해 “똥 먹어요, 똥 쳐 먹어!”라고 말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전해지기도 한다. 시아버지를 향해 “똥 쳐 먹어!”라고 말하며 웃을 수 있는 놀이가 고스톱이기도 하다.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고스톱을 친다(?), 장모와 사위가 고스톱을 친다(?) 하면 품격이 떨어질 것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게라도 고스톱을 치는 가정은 어찌 보면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화목한 가정인지도 모른다. 하여튼 고스톱은 모든 패가 동일한 가치를 가진다는, 오히려 피가 광보다 존중받는 놀이세계이고, 이를 통해 서민들은 약자의 가치를 새삼 깨닫는다. 피가 많으면, 서민의 수가 많으면 광을 가진 강자를 이길 수 있다는, 민주주의의 산 교육놀이이기도 하다. 너무 과장되었다고 해도 그런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두장빼기 섯다는 어떠한가? 두 장의 패를 빼서 가장 높은 점수가 나오는 사람이 이기는 화투놀이이다. 도박성은 고스톱보다 섯다가 훨씬 높다. 48장의 화투 중 비와 똥을 빼고, 나머지 1월부터 10월까지의 피 두 장씩 모두 스무 장으로 되어 있지만 3월과 8월은 한 장의 피와 한 장의 광으로 되어 있다. 다시 말해 스무 장의 화투 장 3월과 8월만은 광과 피가 한 장씩 섞인다. 가장 높은 패는 장땡이지만, 장땡보다 높은 패는 3월과 8월의 광 두 장을 잡은 3·8 광땡 이다. 3월과 8월은 두 장 모두 광을 잡으면 광땡으로 최고 높은 패가 되지만, 그게 꼬이면 3·8 따라지가 되어 가장 낮은 패가 된다. 고스톱을 평등의 화투놀이, 서민의 화투놀이, 민주주의 화투놀이라고 한다면, 섯다는 상하의 화투놀이, 귀족의 화투놀이, 독재주의의 화투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수 조영남씨가 화투패 그림을 즐겨하더니 쪽박을 차고야 말았다. 화투라는 독자적 영역을 그림의 소재로 삼아 그림 속에 화투놀이를 통한 인생의 묘미가 숨어 있는 듯이 현묘한 화투그림놀이를 하여 비싼 값에 이를 사람들에게 팔아 3·8 광땡을 잡은 것처럼 보여 많은 다른 화가들로부터 부러움과 질시를 받아 왔었다. 큰돈이 걸린 그림이 되다 보니, 전문 화가들은 자신들의 그림보다 나을 것 없는 조용남의 화투그림이 비싼 값에 팔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작품성을 폄훼하기도 하였고, 가수로서의 유명세를 활용한 그림장사꾼에 불과하다고 비하하기도 하였다.

그러던 조영남씨의 화투그림을 진짜로 그린 이가 송기창 화백이고, 조영남씨는 그에게 그림당 10만 원 상당의 적은 수고료만을 지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더니 결국 수사기관은 그를 사기죄로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3·8 광땡이 3·8 따라지로 변하는 것은 아주 순간이다. 졸지에 대작화가(代作이 마치 大作처럼 오인될 수도 있어 필자는 代作畵家라는 말보다는 위작(僞作)화가라고 부르고자 한다)임이 밝혀짐으로써 “똥 쳐 먹어!”의 주인공이 되어 버렸다. 화투놀이를 오래 하다 보면 며느리로부터 “똥 쳐 먹어!”라는 흰소리를 듣게 되는 시아버지처럼 화투그림을 오래 가지고 놀던 조영남씨는 독자들로부터 “똥 먹는 위작화가”로 지탄을 받기에 이르고 말았다.

앤디 워홀이나 데미안 허스트 같은 개념화가들은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고 조수들로 하여금 그림을 그리도록 한다. 그렇게 그린 그림에 아예 자신의 서명을 하여 그림시장에 내어 놓으면서 자신들의 작업을 공장에서 제품 찍어 내듯 찍어냈다며 factory라는 말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러한 그림이 수십억 원에 호가되기도 한다. 필자로서는 그런 그림이 그리 비싸야 하는 이유를 잘 이해 못하는 그림문외한이지만 그러한 화가의 이름이 새겨진 그림 한 장 갖는 것을 가문의 영광(?) 쯤으로 여기는 이들은 거액을 들여서라도 그들의 그림 한 장을 소장하는 것에 돈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그런 화가들이 선도적·창조적으로 창출한 가치관, 즉 화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그림을 그려야만 그 화가의 그림이라는 종래의 고정관념은 구시대적 발상일 뿐으로, 진정한 예술은 아이디어를 낸 그 창조성에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화폭에 그 아이디어를 옮겨 구체화하는 작업은 테크닉에 불과하여 누가 그 작업을 하든 상관이 없으며 그렇게 완성된 그림은 아이디어를 낸 이의 그림으로 보아야 한다는 앤디 워홀의 발상이 먹혀 들어가 세뇌당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유명한 화가치고 조수를 두고 그리지 않는 그림이 없다는 것이다. 그게 현대 미술계의 관행이 되었다면서 조영남씨의 화투그림을 사기죄로 기소한 검찰을 그림의 창조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무식한 수사기관이라고 폄훼하며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을 가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 대해 화실에서 진력으로 그림그리기에 매진하고 있는 나홀로화가들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다. 고흐가 세잔느가, 밀레가 다른 사람에게 그림을 그리도록 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왜 현대에 와서 그렇게 화가라는 개념이 변질되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위작화가들은 많은 작품을 출시하여 돈을 많이 벌고 있고, 나홀로화가들은 그렇지 못한 것이 일반적 현상인 듯하다. 나홀로화가들과 조수 등을 활용한 위작화가들 사이는 마치 3·8 따라지와 3·8 광땡을 잡은 섯다판의 극명한 대조인 듯하여 입맛이 씁쓸하다. 마치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진짜 가수와 가짜 립싱크 가수를 보는 듯하여 헛구역질이 나오려고도 한다. 창조적 아이디어는 돈, 사업관계에서는 타당하게 자신의 온전한 권리로 주장할 수 있다. 회사 사장이 아이디어를 내고, 기계를 만들고, 종업원을 고용하여 물건을 찍어내면 그 물건은 아이디어와 제품제작과정 모두가 그의 지배영역에 있기 때문에 그의 것이라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창조적 예술 영역에서 이러한 가치관이 그대로 도입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수가 아무리 머릿속으로 아름다운 선율을 상상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가 직접 부르지 않으면 그의 노래가 아니다. 작곡을 할 수는 있지만 가수가 될 수는 없는 까닭이다. 미술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작화가(作畵家)와 필화가(筆畵家)는 구별되어야 한다. 작곡가와 가수가 구별되듯, 작화가와 필화가는 구분되어야 하고 독자적 생명력을 가져야 한다. 다시 말해 미술작품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노래를 작곡한 작곡가처럼 작화가로 불려야 하고, 실재 그림을 그린 이는 노래를 직접 부른 가수처럼 필화가로 불려야 한다. 작화가와 필화가라는 새로운 용어는 필자가 처음 주장하는 새로운 신조어인 듯싶다. 대학 교수도 자신 혼자 독자적 연구에 의해 이루어진 연구결과를 발표할 경우에는 자신의 이름만을 저자로 기록하지만, 조교 등 다른 연구자의 도움을 받은 경우에는 제1저자, 제2저자 하는 식으로 여러 사람의 연구진을 모두 표시하고 있다. 그림 영역에서 오직 아이디어를 낸 사람만이 작가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강변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그들만의 자기합리화이고 자기변명이고, 자기강변일 뿐이다.

앤디 워홀이 그렇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앤디 워홀을 끌어들이지 말라. 그렇게 알고도 속으면서 제자가 그린 그림을 앤디 워홀의 그림이라고 자기 최면에 빠져 비싼 값을 주고 사는 소비자들의 지적 허영을 필자의 지성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 자기들만의 리그에서 서로 속이고 속으면서 그림장사, 돈장사, 3·8 광땡과 3·8 따라지 사이를 오가며 지적 허영심에 빠져 있을 뿐인 것이다. 어디 현대에 들어와 그림 중 작품값이 제대로 매겨진 경우가 있던가? 그림문화권력들이 형성한 그림시장의 협정가격에 소비자의 지적 허영심이 결합된 것이 아니던가?

인기 연예인 박유천 씨가 성폭행범으로 고소되었다가 취하된 사건이 발생하였다. 텐카페라는 곳에서 술을 먹다가 여종업원을 룸 안 화장실에서 성폭행했다는 것이었다. 뉴스에서 사라졌지만 박유천씨는 그녀에게 화대를 지급한 후 이루어진 화간(和姦)이었을 뿐이라며 성폭행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돈 없이 이루어지는 和姦이 아니라 돈을 지급하였으니 화간(貨姦)이 되는 셈인가. 고소가 취하되었다니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겠지만 박유천씨의 명예는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많은 동료들이 룸에서 술을 먹고 대화중에 있는 상태에서 그 룸에 설치된 화장실에서 혼자 몰래 남녀의 본능에 사로잡힐 수 있는 성적 욕구는 프라이버시라고 하더라도 천박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배설을 목적으로 설치된 화장실에서 인간 욕정의 배설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며 며느리가 시아버지에게 고스톱 도중 “똥 쳐 먹어!”라고 내뱉는 말의 우스갯소리가 슬프게 오버랩 된다.

최고의 인기 연예인으로서의 품격과 자존심은 어디로 가버리고 싸구려 저질행위를 아무리 친한 동료들이었다고 해도 그들의 인격까지 무시해가며 그들 옆에서 할 수 있었음은 인격의 파탄으로 불려도 할 말이 없는 것 아닌지 싶기도 하다. 아니 그들 동료 역시 그 종업원의 말에 의하면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자신을 싸구려 취급하는데 동조하였다니 그들 역시 박유천씨와 유유상종이라 해야 하는가? 고소한 여성이 그러한 화장실 행위 이후 그 룸 안에 있던 일행들이 자신을 싸구려 취급해서 화가 나 고소했다는 변명은 상황을 더 비참하게 만든다. 싸구려 저질행위를 해 놓고 비싼 고질의 품격자로 대우받기를 원한 것 자체가 넌센스가 아닌가 싶어 슬퍼진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의 순간 값싼 행위 이후 정신을 차리고 자신을 싸구려 취급한 술손님을 고발할 수 있는 정신은 뒤늦게라도 이성을 찾은 행위이니 높이(?) 평가할 만하다. 만일 그 고소가 돈을 노린 고소였다면 더 비참해지겠지만 말이다.

화투와 화간, 똥 쳐 먹어와 화장실, 대박과 독박, 和姦과 貨姦(매춘)이라는 단어들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상호간에 어울리며, 현대사회를 고발하고 있다. 현대인의 이중적 인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디 화투판과 술판에서만 그러한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8,200억 원을 장부도 안 보고 부당지원했다는 세상이다. 서별관회의라는, 청와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대한민국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큰 손들이 모여 회의록도 남기지 않는 비밀회의를 한 후 대우조선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산업은행 전 총재인 홍기택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부총재가 자신이 산업은행 총재 시절 대우조선해양 지원을 집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의 결정권은 철저히 박탈된 채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결정한 것을 폭로하였으니, 사실일 것이다. 국책은행의 부실채권이 많아지면 이는 결국 국민세금으로 해결해야 되는 문제가 되고 만다. 국민에게 “똥 쳐 먹어!” 하는 꼴이다. 국민들은 속으로 이렇게 외칠 것이다, “이놈들아. 네 놈들이나 똥 쳐 먹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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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 2016-06-19 14:39:03
요즘 미술 하는애들 허세만 잔뜩 들어서 남과다른 창의적이란 말로 사기를 치면서 개떡같이 못그린그림을 추상화라고 속이는 대학원생들이 있는데 이런거보고 양심좀 키워라 ! 그딴게 미술이라고 박박 우기는 학생들보면 때려주고싶다 먼저 제대로된그림으로 선작 한다음 후작을 추상화해라 !예술가가 되야지 !! 사기꾼이 되지마라!

2016-06-17 12:29:07
그럼 앤디워홀이라도 신고하던지.. 아니면 앤디워홀 전시 기획한 공무원이라도 신고하던지.. 겨우 조영남이야?? 조영남은 기소하고 한쪽에서는 브레인워시 전시한다 야... 무슨 문화사대주의야? 코메디야? 몰래카메라야? 베ㅔ베베베우우리아나ㅣㄹ어닝 똥이나 쳐먹던지..

2016-06-17 02:37:01
기계를 만드는 아이디어에는 권리가 있는데 예술영역에서의 아이디어는 아무런 권리가 없나? 도대체 이런건 무슨 논리냐? 아무런 객관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도 없고 법적인 내용이 있는것도 아니고 말장난만 그냥.....똥이나 쳐먹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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