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진, 김종환의 '냉정과 열정'(19)-겸손은 개나 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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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김종환의 '냉정과 열정'(19)-겸손은 개나 줘라.
  • 이유진
  • 승인 2016.05.24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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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KG패스원 국어

  우리는 뭔가를 잘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 이렇게 답합니다.

  “아니요.”
  “그저 그렇습니다.”
  “얘가 더 잘해요.”
  “뭐, 그냥......”

  어디서 만나서 배우기라도 했는지 대답뿐 아니라 뒤통수를 긁적이는 동작까지 비슷합니다. 분명 우리 중에는 그것을 꽤 잘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잘해요!”라고 대답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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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어릴 때부터 ‘겸손’이 미덕이라고 배웠습니다.

  여러분에게 다시 묻습니다.
  “왜 겸손한 대답을 하려고 합니까?”
  “겸손해 보이고 싶으니까요.”
  “왜 그렇게 보이고 싶은가요?”
  “그래야 한다고 배웠는데요.”

  네. 좋아요. 어린 시절부터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했으니까 이유를 생각할 나이가 되기도 전에 몸에 배기도 했겠지요. 저도 조상들의 이야기가 틀리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모든 흔한 사회적 행동을 할 때도 자신만의 이유를 한번쯤은 생각해 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격언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하죠.
  “늦게 일어나서 아침을 짧게 하지 마라.”
  아마도 그는 잠을 자는 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감성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긴 밤과 짧은 아침이 나은 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아침의 싱그러움만큼 진한 밤의 깊이도 있는 것이니까요.
 
  이런 말도 있죠. “행동하는 사람 2%가 행동하지 않는 사람 98%를 지배한다.” 이 말을 한 사람은 지그 지글러라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동기 부여 강연자입니다. 그런데,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을 ‘행동하는 사람’과 ‘행동하지 않는 사람’으로 딱 나누는 것이 가능할까요? 이 말의 함의는 쉽게 말하자면 생각만 하지 말고 행동하라, 움직여라. 이런 뜻입니다. 
 

 

  격언이나 속담은 짧은 말에 인생의 지혜를 담아내야 그 가치가 있습니다. 그래서 쉽게 와 닿기도 하지만 그만큼 오해의 소지도 많아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저 눈에 띄는 대로 고른 두 가지 명언에도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관습적으로 내려오는 명언과 속담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기 전에 그 진짜 의미를 파악해야 합니다.

  그저 따르고 있던 관습이나 명언들을 하나씩 되짚어 보세요. 여러분의 생각과 삶이 훨씬 풍성해질 것입니다. 이것들을 잘못 이해하고 행동하는 경우도 줄어들 거고요.

  ‘겸손’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 봅니다.
  이제 ‘겸손은 미덕’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생각해 볼까요?
 
  다시 “왜 겸손한 대답을 하려고 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솔직히, 겸손한 태도를 남에게 보이는 것은 그에게 겸손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아닌가요? 정말로 노래도 못하고 영어도 수학도 못하는 사람이라고 고백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잖아요. 겸손한 대답을 할 때 누군가 옆에서 이 사람 사실은 꽤 잘한다고 이야기해주면 손사래를 치면서도 광대가 스멀스멀 올라가지 않던가요? 
  상대가 ‘아, 이 친구가 잘났음에도 불구하고 참 겸손하군.’이라고 한 단계 더 좋게 보아주기를 바라는 것 아닌가요? 인정받고 싶은 거잖아요. 의도가 있는 겸손 = 인정받고자 하는 낮아짐... 우리는 이런 것을 ‘내숭’이라고 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겸손은 참 아름답습니다.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

  겸손 하면 떠오르는 한 장면이 있습니다. 배우 황정민 씨의 수상 소감 장면이죠. 
  “솔직히 저는 사람들한테 그래요. 배우 나부랭이라고. 왜냐하면 60명 정도 되는 스텝들과 배우들이 이렇게 멋진 밥상을 이렇게 차려놔요. 그럼 저는 그냥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 거거든요. 근데 스포트라이트는 제가 다 받아요. 그게 너무 죄송스러워요. 제가 한 역할로는 이 여자(트로피)... 보면 아마 발가락 몇 개만 떼어 가면 제 것이랄 수 있을 것 같아요. 스텝들한테 그리고 감독님한테 너무너무 감사드리고요.”
  우리가 황정민 씨의 말에 먹먹해진 건 무엇보다도 그 말에 담긴 진정성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 내 업적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높이는 태도 때문입니다. 황정민 씨는 수상자를 발표했을 때부터 진심으로 기쁘고 조금은 자랑스러운 미소를 보이며 단상에 올랐습니다. ‘저 연기 못해요’라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모두 함께 이룬 것인데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 죄송하다고 한 것이지요. ‘제가 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라는 거짓말은 다른 사람을 민망하게 하는 ‘잘못된 겸손’입니다. 인정받는 건 기쁜 것입니다. 그 기쁨의 표현을 욕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야 합니다. 

  그러니 여러분, 제발 못한다, 못했다 하지 마세요.
  말의 힘은 위대합니다.
  지금은 겸손인지 몰라도 계속 그렇게 말하다 보면 정말 그렇게 될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이 자신을 낮추지 않기를 바라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여러분은 아직 제대로 가진 것이 없습니다. 여러분의 앞에는 스스로를 자랑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여러분이 살면서 얼마나 많은 공적인, 사적인 면접을 마주하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자신을 자랑하는 방법을 연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솔직함이 최고입니다. 사실 자랑거리를 가지고 부끄러운 척하는 건 담백한 자랑보다 더 밥맛입니다. 차라리 “저 기특하죠?”라고 하는 사람이 더 매력적입니다.
 
  사실 ‘겸손’이라는 단어는 소위 사회적으로 성공하신 분들이 자기만 잘났다고 갑질(?)하는 것이 보기 싫으니 좀 자숙하라는 의미에서 활용되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이 겸손, 겸손 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아직은 겸손을 논할 때가 아닙니다. 스스로를 기특해 하고 격려하고 자랑스러워 해야 할 때입니다. 그렇게 자신을 키워 나갈 때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언젠가 여러분이 ‘성공한 사람’의 대열에 올라섰을 때 황정민 씨보다 더 빛나게 겸손하고 멋진 사람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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