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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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33)
  • 박준연
  • 승인 2016.05.20 13: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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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가는 사람들과 오는 사람들, 두번째

지난주 목요일은 지금 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줄곧 함께 일해온 번역 담당 직원 M의 마지막 출근일이었다. M이 다른 로펌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여러 동료들과 함께 환송 저녁 식사를 하고, 점심 식사를 하고 마지막 날엔 M과 나, 그리고 함께 일했던 A, 세 명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는 M을 보냈다. 

다른 회사나 조직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로펌에서 여러 이유로 회사를 옮기거나 로펌에서 일하다가 직업을 바꾸는 경우를 보는 것은 드물지 않다. 나만 해도 지금의 회사가 두 번째 근무하는 로펌이다. 이런 중도 채용된 변호사를 래터럴 (lateral)이라고 부른다. 2학년 여름방학 기간 중 일한 후 졸업 후에 정식으로 취직하여 일한 로펌을 떠나 새로운 직장을 찾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내 경우는 업무 분야도 특화하는 한편 근무 오피스 역시 옮기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회사 이동을 결심하게 되었다.
 

 

회사를 옮기면서 느꼈던 것은 같은 미국 로펌이라 비슷한 부분이 있는가 하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회사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도 있다는 점이다. 처음의 이런저런 트레이닝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었지만 실제로 일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게다가 회사를 옮기면서 더 이상 입사 동기도 없어지게 되었다. 대신 안건별로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친해지게 되었다. 

예전 회사의 동기들도 이제는 많은 수가 회사를 옮기거나 변호사가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이 바쁠 땐 힘들다는 푸념을 나누고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했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는 일 이야기를 나누고, 또 일이 좀 한가해지면 같이 점심을 먹으러 나가거나 수다를 떨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다시 M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로펌에서 사람들이 오가는 걸 보는 것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내가 친한 동료들 떠나보내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는 얘기를 하곤 했는데 이번에도 그렇다. 직장의 동료들과 회사 밖에서도 친하게 지내는 것이 좋은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여러 입장이 있지만, 나는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 혹은 많은 부분을 함께 보내는 동료라면 굳이 친구가 되지 않으려 해도 친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M에게선 업무상 도움을 많이 받았다. 게다가 M의 원래 업무인 번역 외에도, 외국어인 일본어로 된 문서를 검토하면서 M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그리고 일을 마치고 함께 퇴근하다가 회사에서 멀지 않은 유라쿠쵸나 신바시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맥주나 커피를 마시면서 수다를 떨곤 했다. 또 드물지만 긴 연휴때 회사 밖에서 만나기도 했다. 그런 기억을 떠올려보면 M이 회사를 옮기는 것이 아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업무 면에서는 새로운 동료와 일을 해 나가야하고, 사람이 바뀌더라도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는 것이 시스템의 힘이다. 

어떤 직업이든 그렇겠지만, 로펌 업무에는 두 측면이 있다. 외로울 정도로 혼자 생각하고 생각을 글로 정리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팀 단위로 의사소통을 하여 일을 처리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안건의 성격, 규모에 따라 비중이 달라지지만, 양 측면 중 어느 한쪽도 무시할 수 없다. 업무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둘다 점점 어렵게 느껴지면 느껴졌지 더 쉬워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더더욱 중요한 것이 이야기가 잘 통하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다. 작년 연말 경에 미국 연방정부로 일자리를 옮긴 선배직원 R이나 이번에 회사를 떠나는 M은 힘든 일을 함께 한 좋은 친구였다. 늘 느끼지만, 좋은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것은 쉽지 않다. 

법률저널 창간 18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생각과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귀한 지면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의미있는 정보 전달과 이슈 공론의 장의 역할을 계속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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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16-05-23 12:59:57
저자님,, 블로그 주소좀 알려주시면 안되나요?? 잘 찾아지지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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