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경은의 ‘부동산 경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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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경은의 ‘부동산 경제’ 5
  • 차경은
  • 승인 2016.05.1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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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경은 경제학 박사

유사 감정평가

의학기술 발달이 선사한 인간수명 연장은 축복임이 분명하지만 노령에 이르기까지 경제활동을 해야만 한다는 압박요인이기도 하다. 미래에도 내 일자리가 존재할까라는 걱정에서 그간 전문가 집단은 비교적 자유로웠다. 알파고(AlphaGo)의 등장이 두렵긴 하지만 과거 답습의 틀을 깨는 혁신을 생각할 만큼 공포가 구체적이지는 않다. 그렇다고 방심하기는 이르다. 길고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문가 집단 간의 영역전쟁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었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부동산 매매정보를 공유하고 계약 체결시점 변호사의 법률자문수수료로 최대 99만원을 받겠다고 제안한 ‘트러스트부동산’의 구성원은 변호사들이다. 이들과 중개업자들 간 부동산 중개시장을 놓고 벌이는 공방전은 법정분쟁에 들어섰고 그 결과를 전문가 집단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타 집단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평가협회는 2015년 ‘감정평가사가 아닌 자의 유사감정평가행위를 근절?방지하여 국민의 재산권 보호, 감정평가업계의 공익성을 제고’한다는 목적을 명확히 밝히고 유사감정평가신고센터를 개설?운영 중이다. 2015년 4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총 17건이 신고 접수되어 그 중 일부는 형사고발하고 또 다른 건들에 대해서는 법률 검토 중이다. 유사감정평가행위자로 거론되는 대상자는 건축사, 기술사, 대학교수, 회계법인, 중개법인, 기업가치 평가원 등 또 다른 전문가 집단들로 그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유사감정평가행위는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 제43조와 제47조를 근거로 한다. 각각 감정평가업자가 아닌 자가 감정평가업을 영위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감정평가사나 감정평가업자가 아닌 자가 감정평가사, 감정평가사무소, 감정평가법인 또는 유사명칭을 사용한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유사감정평가행위의 판단기준은 감정평가 대상에 해당되는지 여부와 자산에 대한 경제적 가치 산출 유무에 초점이 맞춰진다.

최근 혐의 있음으로 검찰 송치된 대표적인 사례는 (주)한국산양삼감정평가법인의 산양삼에 대한 감정평가다. 최종 결정은 지켜봐야겠지만 거래사례비교법으로 산양삼에 대한 가치를 산출하고 감정평가법인이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하여 감정평가서를 작성한 것은 명백한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는 것이 한국감정평가협회의 주장이다. 그런데 이 사건을 비롯해 유사감정평가로 신고 된 다수의 사건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감정평가 대상이 대부분 공용수용 대상으로서 국가나 공사를 피고로 하고 손실보상금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 일차적으로 감정평가법인이 수행한 감정평가와 별도로 원고 소송 대리인의 감정인 지정요구에 따라 법원에 등록된 특수감정인이 해당 물건의 감정평가를 수행했다는 점, 감정평가법인의 평가액과 특수감정인의 평가액 간에는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앞서 제시한 (주)한국산양삼감정평가법인과 감정평가법인의 기준시점은 각각 2013년 5월과 2012년 12월로 시간적 격차는 5개월에 불과하지만 보상평가액은 각각 36,490,002,000원과 121,281,000원으로 차액만 36,368,721,000원이다.

특수감정인과 감정평가법인의 감정평가액 모두 재판과정에 참고 의견으로 제시되고 최종적인 결정은 법원이 판단하겠지만,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생각하기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격차가 발생한다는 것은 감정평가액을 결정함에 있어 두 가지 측면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의도적으로 감정평가액을 높이거나 그 반대로 낮추는 행위이다. 

앞선 사례와 같이 감정평가사가 아닌 특수감정인의 감정평가액이 지나치게 높게 결정되도록 만드는 경제적 유인은 충분하다. 원고가 추구하는 목표는 자신의 재산권에 대한 이익극대화에 있으며, 소유자로서 이러한 당연한 요구를 감정인에게 전달할 수 있다. 공인된 감정평가사가 아닌 특수감정인이 원고의 추천으로 이런 평가업무에 착수하게 되었다면 과대평가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진다. 다만 ‘평가의 공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추구해야 할 감정평가업자까지 이에 편승하였다면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만 한다. 따라서 한국감정평가협회의 강력한 대응과 더불어 그 결과를 지속적으로 대중에게 알려 자신의 전문영역을 확고히 지켜내야 한다. 

감정평가사가 아닌 다른 전문가에 의한 ‘유사감정평가행위’는 위법이고 불법적인 일이다. 법의 규정을 떠나 공인된 감정평가사가 자산을 평가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도 부합된다. 다만, 유사감정평가를 막기 위한 감정평가업자의 행동이 국민의 재산권 보호보다는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행위로 비춰지지 않기 위해서, 업계의 자정 노력은 계속돼야 하고 자타공인 가치추계 최고 전문가로서의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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