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찾아서-배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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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찾아서-배종대 교수
  • 법률저널
  • 승인 2004.04.2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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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사랑 잃지 말아야"
형법, 사람에게 법적 제재를 하니 신중해야

 

배종대 교수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극에 달하면 모든 것이 통한다'라는 말을 새삼 느끼는 자리였다. 배종대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학장과 '법'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누면서 '종교'와 '철학'의 궁극점인 사랑과 용서를 느끼게 됐다.

조금은 냉정하게 느껴지는 '법'에도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과 깊은 애정이 담겨있었다. 그만큼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책임과 권한은 막중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새삼 생각하게 했다.


"범죄자도 사랑해야 선순환의 인간관계 정립돼"

'법'을 연구하고 행하는 사람들이 항상 염두해야할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배종대 교수는 거침없이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람을 다루는 형법의 경우 더더욱 인간사랑의 마음이 밑바탕에 있지 않으면 형법학을 공부하기도 힘들며, 형벌을 다룰 때도 감정에 치우치게 된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일반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주장은 많이 나오지만 범죄자에 대한 인권 보호는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며 "법을 공부하고 행하는 사람들은 범죄자와 피해자에 대한 균형있는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생각의 근저에는 '법'의 냉정함과 애정이 곁들여 있다. 범죄에 대한 댓가는 법의 잣대에 의해 형벌을 가하지만 형벌을 받고 난 이후에는 일반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범죄는 어떤 특별한 사람들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행할 수 있는 일상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배 교수는 "형벌이라는 것이 특이해서 범죄자를 범죄의 댓가 이상으로 미워하면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는 습성이 있다"며 "범죄자에 대한 인권 보장이 이뤄져야 일반인에 대한 인권 보장도 이뤄지게 되므로 법률가는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냉정하게 사건에 접근해 필요 이상의 형벌로 범죄자의 인권을 해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과자를 보는 우리의 시각에서 보듯이 우리의 형벌론은 감정적이며 범죄자가 일반인으로, 준법정신을 가진 시민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차단하고 있다는 게 배 교수의 생각이다. '인간에 대한 사랑'은 그래서 '법'이 가는 길에 꼭 마음속에 심고 가야 하는 중요한 씨앗이라는 것이다.


"형법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에 철학적 고민을 수행해야"

민법의 주요 대상이 재물과 관련돼 있다면 형법의 대상은 바로 '사람'이다. 위법행위가 있을 때 민법은 재물의 소유관계가 바뀌게 되거나 피해자의 경제적 손해를 보상해주면 된다. 만약 법 집행이 잘못 되더라도 법에 의해 회복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형법의 경우 그 대상이 사람이기에, 범죄에 대한 제재가 직접 사람에게 가해지기에 만약 형벌이 잘못 부과됐을
경우 다시 원상복귀시킨다는 것이 어렵다.

배 교수는 "만약 사형을 잘못 집행했을 경우 이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이며 징역 5년을 산 범죄자가 결국 무죄로 판명됐을 때 이를 어떻게 원래대로 돌이킬 수 있냐"며 "그래서 형법은 인간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어야 하며 형법이 법철학과 결합해서 이뤄지는 이유도 바로 형법이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배 교수는 '법치주의 형법'을 강조한다. 법적 제재가 한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형벌을 국가가 가진 최후수단으로 여겨 언제나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는 것이다.


"법은 사회발전의 과정과 궤를 같이 한다"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법'없이는 살 수 없다. 그만큼 개인의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법치문화가 형성되면서 '법'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배 교수는 "최근의 탄핵발의가 예전같으면 생각할 수도 없었던 것"이라며 "그만큼 법에 의한 질서유지가 이뤄지고 있고 법의 비중이 늘어나다보니 탄핵이라는 법적 과정도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예전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법에 의해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으나 최근의 모습을 보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며 "사소한 것도 이제는 법에 호소하고 있고 이혼절차도 예전에는 조정을 통해 많이 이뤄졌으나 요새는 법적 선고에 의해 이뤄지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법에 의한 해결방식이 일반인에게 정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법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반면 준법에 대한 가치관은 이율배반적인 것이 국내의 법률문화라고 배교수는 평가했다.

배교수는 "한때 법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악용된 사례들이 있으면서 사람들에게 왜곡되게 인식돼 '법을 지키면 손해', '힘있는자는 법을 안지켜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있다"며 "법을 따르지 않을 경우 처벌된다는 인식이 보편화되며 법의 생활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형법, 배보다 배꼽이 크다"

배 교수가 형법을 전공하게된 이유는 60~70년대 암울했던 정치상황속에서 국민들에게 민감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던 것이 바로 형법이었고, 형법의 민주화를 고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전공으로 이어지게 됐다.

배 교수는 "전체적인 민주화속에 형법의 민주화도 많이 이뤄졌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특히 국가보안법 등 각종 특별법이 필요 이상으로 만들어져 예외사항이 많아졌고 모법인 형법보다 커져버리는 등 형법 체계가 이상해졌다"며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형법을 통해 행사되는 국가형벌권을 적절한 수준으로 통제, 제한해 국민들의 인권을 보장해줘야 하는 것이 형법의 근본적인 화두이며 숙제"라고 말했다.

형법을 공부하는 학생들도 이런 점을 새겨두고 우리나라의 형법 현실로부터 문제점을 찾아 흥미있게 공부하라는 당부를 한다. 배 교수는 "형사법률의 현실, 범죄현실, 국내 역사적 형법사례 등의 문제점을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외 형법이론을 공부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형법 공부가 재미있고 체계를 잡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형법이 현실과학인만큼 세상의 주변 사물을 깊이있게 성찰하며 인간과 현실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사법시험 수험생들도 자격증 취득이라는 기능적 측면 이상으로 법조인의 사회공익적 역할을 고민하며 올바른 가치관속에 정진하기를 부탁했다.

/김병철기자 bckim99@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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