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춘 변호사의 값진 실패, 소중한 발견(4)-포근하게 감싸주는 말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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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춘 변호사의 값진 실패, 소중한 발견(4)-포근하게 감싸주는 말 한마디
  • 고성춘
  • 승인 2016.04.1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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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말도 어 다르고 아 다르다. 군대 이등병시절 하루 일을 끝마칠 무렵이면 어김없이 소대원들 전투화를 닦는 것이 일과였다. 어느 날 고참 한 사람이 “지금은 힘들어도 조금만 참으면 다 좋아질거야” 하면서 지나갔는데 그 말이 지금까지 생각이 날 정도로 무척 따뜻하게 느껴졌다.

어려울 때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렇게 고맙게 느껴지듯이 수험생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똑같은 의미로 말을 하더라도 당연한 말을 형식적으로 되풀이 하는 것보다 가능한 포근하게 수험생의 심정을 어루만져주는 말 한마디로 평생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이 될 수 있다. 즉 “공부 열심히 해야 합격 한다”라는 말보다 “힘들지, 꼭 합격할거야”와 같은 따뜻한 말이 수험생에게는 훨씬 낫다.

“대기만성이다” 라는 말도 그렇다. 그 소리를 자주 듣다보니 설령 누가 그런 말을 해줘도 “그냥 위로해주려고 하는 말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올해 꼭 합격할거야” 라는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고맙게 전달되었다. 또한 반신반의하면서도 왠지 합격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역시 수험생에게는 합격시점을 특정해 주는 말이 가슴에 더 와 닿는다. “언젠가는 합격하겠지”라는 말은 자칫 “평생 공부해라”라는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말보다는 위와 같은 말을 사용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수험생은 단순세포로만 이루어진 아메바와 같은 생활을 반복하는 처지이므로 생각이 단순해지면서 아울러 신경도 예민해진다. 특히 시험이 다가올수록 더 심하다. 이때는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에 크게 마음을 상할 수 있다. 평소 같으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말도 예민해질수록 그 시스템이 작동 되지 않는다. 따라서 자칫 원수가 될 수도 있다.

“아직도 공부하고 있어”, “이젠 그만 공부하지”, “공부하는 것이 뭐 벼슬이라고 유세를 떠냐” 이런 말들은 수험생과 원수가 되는 지름길이다. 이런 식의 기분 나쁜 말을 들으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피를 타고 몸속을 계속 돌아다니면서 자꾸 괴롭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령 수험생이 부모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였더라도 “앞으로 뭐가 되려고 그러니. 앞날이 노랗다. 그렇게 하고 돌아다니니까 시험에 떨어지지”라고 말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수험생의 성질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떨어지고 싶어서 떨어지는 수험생이 어디 있겠는가. 본인도 왜 떨어졌는지 답답한 심정인데 여기에다가 기름을 붓는 격이니 성질이 날 수 밖에 없다.

하고 싶은 대로 부모가 뒷받침을 해주는 다른 수험생과 비교하게 되면 “우리 부모도 저렇게만 해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것인데”라는 아쉬움과 부러움이 들기 마련이다. 그럴 때는 이유 없이 부모에게 짜증이 나고 심술을 부리기 쉽다. “엄마가 해준 것이 뭐있어” 라고 대들면 “미안하다”라고 달래는 것이 상책이다. 건방지다고 야단치면 진짜 사고치기 십상이다. 그런 말을 할 정도라면 신경이 보통 예민해져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누구는 공부를 잘 한다더라”, “누구누구는 합격 했다더라”와 같이 남과 비교하는 말은 절대 금물이다. 남과 비교를 하는 말은 이상하게도 잘 잊혀지지도 않는다. 그러다보면 잠재의식 저 깊은 곳에서 열등감이 싹트게 된다.

“꼭 합격해야 한다, 너만 믿는다”라고 부모가 말씀할 때 마다 수험생의 마음은 착잡하다.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대체로 사람은 선입견이 있기 마련이다. 자기 인식의 한계는 경험의 한계라는 말의 의미도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는 자기 경험에 의해 투영시켜 본다는 것이다. 따라서 “너는 이기적인 것 같아” “너의 성격은 어떻다”는 등 나 자신이 다른 사람에 의해서 재단(裁斷) 되어지는 듯한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몹시 상하게 된다. 마치 어떤 틀에 사람을 올려놓고 그 밖으로 삐져나온 신체를 싹둑싹둑 잘라버리는 것 같다. 살인죄가 칼을 들고 하는 것만이 있는 게 아니라 위와 같이 선입견이라는 단두대를 가지고 사람을 재단(裁斷)하면 그게 바로 『말로 하는 살인죄』가 아닐까 싶다.

정리해서 말하면 수험생은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해있는 입장이므로 기분 나쁜 말은 하지 말고 좋은 말만 하며, 마음이 담겨있지 않은 형식적으로 내뱉는 말보다는 그들의 심정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말이 평생이 가도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고맙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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