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내가 수험생을 둔 부모라면 다음과 같은 일들은 하지 않고 싶다. 수험생입장에서 볼 때 부담되고, 좋은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경우이거나 그럴 수 있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① 시험장소까지 따라오는 부모
교문 앞에 꿇어앉아 간절히 기도를 한다든지 엿을 교문에다 찰싹 붙인다든지 이런 행위들을 자식이 봤을 때 과연 기분이 좋을까. 좋지 않다고 말하는 수험생이 열이면 아홉은 될 것이다. 나의 경우도 주위 사람들이 제발 극성 좀 떨지 말았으면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심리적으로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기도도 수험생의 마음이 편해야 효험이 생기는 것이라고 본다.
그 옛날에도 과거보러 가는 자식을 따라가서 과거장 앞에서 서성거리는 부모는 없었다. 집을 나서는 순간 전적으로 수험생에게 맡겨야 한다. 시험장으로 가는 도중 생각해야 할 것도 있으므로 가는 길을 홀가분하게 해줘야 한다.
② 밤중에 야식을 갖다 주는 부모
사람의 위는 밤중에는 쉬어야 한다. 그런데 잠자는 시간에도 위가 활동을 하게 되면 그 다음날 머리가 상쾌하지 못하다. 야식은 안 먹어도 그만인데 습관적으로 먹는 것이 문제이다. 밤9시가 넘으면 음식을 안 먹는 것이 건강에도 좋다.
③ 시험전날 따로 격려하는 자리를 만드는 부모
시험 보기 전까지는 자중하는 것이 좋다. 평상시의 리듬을 그대로 유지시켜 주는 것이 수험생을 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시험 잘 보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④ 공부하라고 자주 말하는 부모
공부하라는 말은 수험생의 반발만 일으킨다. 공부를 진짜 많이 했던 부모라면 자식에게 공부하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공부는 체질이기 때문이다.
⑤ 짜증 섞인 말투를 자주 사용하는 부모
이런 말을 들으면 수험생은 상처를 받는다. 무엇에 몰두해 있으면 신경이 날카롭고 예민해지듯이 수험생도 바로 그런 상태이기 때문에 설령 부모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해도 따뜻한 말투를 쓰는 것이 좋다. 이러니 수험생 부모도 보통 고역이 아닐 것 같다. 밖으로 표현도 못하고 속으로만 삭혀야 하니 말이다.
⑥ 따뜻함을 주지 못하는 부모
가족 구성원간에 화목하지 못하고 부모의 따뜻함이 배여 있지 못한 가정이라면 수험생이 하루 공부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도 마음이 포근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불편하기 마련이다. 집에 들어왔을 때 반겨주는 사람 없는 썰렁한 분위기를 수험생은 제일 싫어한다. 설령 객지 생활을 하더라도 어머니가 함께 올라와 따뜻한 밥을 해준 수험생치고 합격하지 못한 사람을 보지 못하였다.
⑦ 수험생보다 더 적극적인 부모
집안에 수험생이 한명만 있어도 그가 상전이다. 따라서 그가 공부할 때는 온 가족들이 숨을 죽인 채 TV를 봐야 한다. 수험생의 심기를 해치면 집안 분위기가 썰렁해진다. 그러나 이런 상전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부모의 열정이 오히려 너무 과(過)하여 수험생이 밤을 샌다고 같이 잠을 안 잔다든지 하는 것은 쓸데없는 정성이라고 본다. 수험생을 어린애 취급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⑧ 수험생 듣는 자리에서 화를 내거나 남의 험담을 하는 부모
특히 부모가 화를 내거나 남을 험담하는 소리를 수험생이 들으면 부모의 화내는 파장이 그대로 전달되어지기 때문에 그 역시 부모에게 짜증이 날 정도로 화가 나게 된다.
⑨ 당연한 말만 되풀이하는 부모
장기나 바둑을 두다보면 훈수 두는 사람들이 꼭 있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막상 그 사람들보고 해보라면 잘하지 못한다. 제3자 입장에서는 결과가 훤히 보일지는 몰라도 막상 당사자가 되어보면 안개 속을 헤매게 된다. 그만큼 제3자와 당사자는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 크다. 당사자가 되어보지 않으면 당사자의 심정을 알 수 없는 것이다. 당사자는 항상 힘들다. 알면서도 실수하는 것이 당사자들이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공부가 잘될지 훤히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한 번 합격한 사람도 다시 시험 보라하면 합격을 장담할 수 없다. 당사자가 되어보면, 누구나 아는 말이라도 그대로 하기 어려운 법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