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지 말아달라” 호소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고시생들이 사법시험 존치의 조속한 확정을 호소하기 위해 재집결했다.
지난 26일 고시생들은 이상민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의 지역구인 대전시 유성구에서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집회를 개최했다.
지난 22일 진행된 집회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집회는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6건의 사법시험 존치 법안의 조속한 논의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집회에 참여한 수험생들은 로스쿨에 진학할 수 없는 형편에도 불구하고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꿈을 포기할 수 없는 심경을 전했다.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던 법조인이 되기 위해 사법시험을 준비하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꿈을 접고 취업을 했다는 한 참가자는 직장에 다니면서 사법시험을 준비한 경험을 전했다.
그는 “로스쿨도 가고 싶었지만 제가 살고 있는 곳에는 로스쿨이 없었고 택시기사인 아버지와 세신사셨던 어머니에게 손을 벌릴 수는 더더욱 없었다. 나중에는 경찰공무원 준비를 하던 동생의 뒷바라지와 아버지가 남겨준 8천만원의 빚을 갚느라 정신 없이 20대를 보냈다”며 꿈을 접어야 했던 현실을 소회했다.
하지만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영화 변호인을 보고 남몰래 눈물을 흘리며 다시 꿈을 꾸게 됐다는 그는 “새벽 3시에 일어나 출근 전까지 공부를 하고 퇴근 후 다시 열 두시까지 책을 잡았고 1차시험을 2주일 앞둔 상황에서는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고 자신의 수험생활을 소개했다.
이어 “다른 사람들처럼 쉽게 공부할 수는 없지만 참고 견디다 보면 언젠가는 내 꿈이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행복했다”며 “제발 우리에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가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2009년 로스쿨제도가 도입되면서 사법시험은 단계적으로 선발인원을 감축, 2017년 2차시험을 마지막으로 폐지될 예정이다. 하지만 관련 법안을 논의할 당시 예비시험 등 로스쿨에 진학하지 않고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우회로에 관해 차후 재논의키로 하면서 사법시험의 존치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남겨둔 셈이다.
우회로에 관련된 첫 번째 법안이 제출된 것은 지난 2014년 1월 23일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비시험 도입안을 제안했으나 현행 사법시험 2차과목과 같이 7과목의 예비시험에 합격한 후에 다시 3년간의 법학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등 수험부담이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았다.
같은 해 3월 7일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이 사법시험 존치 법안을 처음으로 발의한 후 세부적인 내용에 다소 차이는 있었지만 사법시험을 유지하는 내용의 법안의 발의가 이어졌다. 노철래, 김용남, 김학용,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 조경태 의원까지 총 6건의 사법시험 존치 법안이 발의돼 법사위에 계류중인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 법안이 본격적인 논의선상에 오른 것은 첫 사법시험 존치 법안이 발의된 지 1년 8개월이 경과한 지난해 10월이다. 법사위는 관련 기관과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성이 있다며 공청회를 개최했지만 기존에 여러 차례 개최된 공청회와 토론회에서 제시된 논의의 반복에 그치며 진전을 보지 못했다.
정체돼 있던 논의는 법무부의 사법시험 존치 기간 4년 유예 의견 발표로 다시 진전을 보였다. 법무부의 의견에 반발한 로스쿨 학생들은 집단 자퇴서 제출, 학사일정 및 변호사시험거부 등으로 맞섰으며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과 로스쿨 교수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사법시험 존치 찬반 양측의 대립을 해소하고 법조인 양성제도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은 법조인양성제도개선 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를 구성할 뜻을 밝히며 19대 국회 임기 내에 결론을 내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2개월가량이 지난 2월 말 자문위 구성이 완료됐고 이후 3주가 흐른 현재까지 첫 회의도 소집되지 않고 있다.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사법시험 수험생들의 집회가 정체돼 있는 논의에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다리 걷어차기 버티기 하고 있는거 지역구민들이 알아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