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121 / 감정평가사가 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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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21 / 감정평가사가 되는 길
  • 이용훈
  • 승인 2016.02.1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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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여느 자격시험과 다르지 않다. 감정평가사가 되기 위해서는 1, 2차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1차는 5지선다형의 객관식, 2차는 논술시험이다. 한 과목이라도 과락이 있어서는 안 된다. 평균 점수 역시 기준선을 넘겨야 한다. 1차 합격으로, 그 해 그리고 다음 해 2차 시험 응시기회가 주어진다. 한번에 1,2차 시험을 통과할 경우 ‘동차’라고 부른다. 대부분 1차 합격과 2차 합격 터울이 1년 남짓이다. 

수험생의 애환도 가지각색. 눈물겨운 합격 수기의 감동은 타 자격시험과 일반이다. 전업주부의 고된 수험생활은 짐작된다. 아이 등교시키고 학원 보내고, 남편 식사 준비하고 집안일 하는 시간은 이 수험생에게는 ‘없는’ 시간이다. 남은 시간 얼마나 잘게 쪼개 효율적으로 썼을까 눈에 선하다. 유독 나이 많은 합격생이 많은 편이다. 전직을 꿈꾸는 3~40대가 많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 퇴직 연령 없는 전문직을 꿈꾸는 이들이다. 직장인보다 많이 벌 수 있다는 기대도 한 몫 했을 것이다. 

20대 초반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합격생은 대부분 법인이나 개인사무소에 자리를 튼다. 이 자격증을 들고 관련업종에 정착하는 이도 있다. 첫 발을 내디딘 곳에 쭉 눌러앉은 이도 있다. 회사에서 격무에 시달리다가 더 작은 법인으로 옮기는 이들도 있다. 업무 유치 활동에 지쳐, 덜 벌더라도 숨 좀 쉴 수 있는 곳으로 피신한 것인지도 모른다. 개인사무소를 차렸다면 자영업자가 된다. 혼자서 이것저것 다 챙기는 부산함에 익숙해져야 한다. 

감정평가사가 수행할 수 있는 여러 업무, 거의 빠짐없이 한 번이라도 경험하려면 5년 이상은 족히 걸릴 것이다. 평생 특정 업무만 하는 이들도 있다. 전문성을 쌓아서 한 우물만 판 결과일 수 있다. 혹 수익성에 맛 들여 전문성에 관계없이 매달릴 수도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기준은 통용되지 않는다. 어떤 자산을 평가하고 어떤 목적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가액은 달라진다. 수수료는 기본적으로 종가제다. 수익성은 품이 적게 들고 수수료가 많은 평가 건에 어울린다. 대부분의 감정평가사는 이런 저런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평가 건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있다. 자산을 평가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이를 현금으로 전환시키는 일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보상금과 대출금이 평가보고서에 구속된다. 원, 피고는 ‘법정’까지 온 만큼 평가 결과에 더 예민할 것이다. 무수한 사실조회서는 담당자를 괴롭힌다. 만족스럽지 못한 평가금액을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평가서에 적힌 금액으로 매각하거나 매입하고 교환하기도 한다. 임대료를 얼마 받아야 할지도 평가보고서가 결정해 준다. 

보고서에 적힌 평가결과, 그 숫자가 사후 평가자를 구속한다. ‘제가 실수했습니다’라고 시인하지 않는 이상, 평가자는 한 번 써 낸 숫자를 사후 보완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절차와 평가기준 위배는 사후 보완이 어렵다. 건물등의 보상금 평가 기준이 원칙적으로 ‘물건의 가격 범위 내 이전비’인데, 이전비를 넘겨 물건의 가격으로 평가해 놓은 보고서를 본 적이 있다. 소명할 길은 없다. 원 평가자가 깜박했던 부분인데, 다행히 아귀가 맞는 행운도 있다. 특정 비교를 누락했는데, 연속으로 누락하는 바람에 상쇄 효과가 생긴 것이다. 

증인심문도 당해보고 이해관계자로부터 욕설도 듣고 해 보면, 감정평가사의 자리가 만만치 않음을 생각해 보게 된다. 당사자는 공정했어도 평가 결과가 모든 이의 환심을 살 수 없다. 화실 안에 있을 때야 전문직의 자존심만 내세운다. 업무를 오래 경험할수록 평가사는 더 겸손해진다. 좀 더 생각해보고, 또 주위에 묻고 자문을 구하는 자세는 기본이다. 그런 면에서, 제대로 된 평가사가 되는 길, 한참은 걸어봐야 그 울퉁불퉁함에 익숙해지는 험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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