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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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18)
  • 박준연
  • 승인 2016.01.28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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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2016년 1월의 풍경

로스쿨 새학기

로스쿨 새학기가 시작하고 1, 2주가 지난 무렵이다. 이때쯤엔 일반적으로 한 학기동안 들을 수업을 확정하게 된다. 1학년 첫 학기 리서치 및 글쓰기 방법론(Lawyering)의 조교를 담당했던 선배가 주변 동기들에게 물어 수업, 교수별로 어떤 부분이 좋았고 또 어떤 부분이 나빴다는 커멘트를 모아준 적이 있었는데, 선배들의 경험담은 수업을 선택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학교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강의계획서를 잘 읽어보아도 실제로 수업에 들어가보면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경우도 없지 않다. 학부도 마찬가지이지만 로스쿨에도 그럴 경우를 대비한 수강신청 변경 기간이 있다. 

NYU 로스쿨에서는 내가 재학하던 당시에 수강신청을 학생들에게 포인트를 나눠준 다음 그 포인트를 통해 일종의 옥션을 진행하는 제도를 새로 도입했는데, 이 글을 쓰면서 로스쿨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니 그 옥션 제도가 상당히 정교해진 모양이다. 학기별로 옥션 결과와 포인트로 계산한 “가격”도 자세하게 발표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로스쿨 재학중에 들었던 도시전설 같은 소문이 있는데, 인기있는 헌법 수업을 수강하지 못하게 된 학생의 어머니가 학장에게 전화를 걸어 따졌다는 것이다. 내 경험으로도 다들 좋다고 하는 수업은 한번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았지만, 그런 수업의 경우 수강신청을 위한 경쟁 역시 치열하다. 그런 현실을 반영해서 로스쿨도 수강신청 결과 통계를 1, 2차로 나누어 발표하나 싶었다. 수강 신청을 확정하고 나면 교과서와 부교재를 구하느라 바쁜 시기가 된다. 내 경험으론 그렇게 교재를 구해서 수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생각하면 바로 기말고사 기간이 되는 느낌이었다. 우리나라의 학기 시스템에 따라 7월에 학기가 끝나는 데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5월 초에 끝나는 로스쿨 봄 학기가 짧게 느껴졌던 것이다. 

2015년 보너스 

우리 회사에서는 지난주에 2015년 연말 보너스 금액이 발표되었다. 대형 로펌의 연말 보너스가 결정되는 방식은 이렇다. 11월 말 혹은 12월에 몇몇 회사에서 근무 연차별 보너스 금액을 발표한다. 초기에 금액을 발표하는 회사들이 흔히들 말하는 보너스의 “시세(market)”를 결정하면 그 이후 다른 회사들의 보너스 금액 발표가 이어진다. 이 발표는 회사 내부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어보브더로 (Above The Law)와 같은 미국 법률시장 뉴스 매체들이 제보를 받아 변호사들의 반응과 함께 보도를 하면서 회사별 보너스 금액이 회사 밖으로도 알려지게 된다. 

대형 로펌이라고 해서 “시세”를 반드시 따르지는 않는다. 작년 우리 회사의 경우, 좋은 실적을 반영하여 보너스 총 금액을 늘렸다. 반대로 회사 실적이 좋지 않으면 보너스 금액이 “시세”보다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이 시기를 전후로 회사를 옮길 것을 고려하는 경우, 대개 보너스 지급 후 회사를 옮긴다. 그래서 보너스 시즌이 끝나면 변호사들의 대규모 회사 이동을 볼 수 있다. 

작년 이맘때쯤이었던 것 같은데, 친한 동료와 그런 얘기를 나누었다. 연말 보너스는 금액이 크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한해동안 열심히 일했다는 것을 인정받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고. 연말 보너스 소식을 들으니 비로소 업무 면에서 2015년이 마감되었다는 실감이 든다. 

올해의 첫 벚꽃 

1월 중순까지 따뜻하기만 했던 도쿄에 최근 겨울다운 날씨가 찾아왔다. 물론 서울과 비교하면 훨씬 따뜻하지만, 최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다들 춥다는 이야기를 연발하고 있다. 또 며칠간은 여러 지역에서 큰 눈이 내렸다. 집에서 도쿄타워를 배경으로 해서 눈이 쌓인 나무와 건물을 보면서 참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집을 나서보니 몇 년 만의 대설로 지하철이 지연 운행되면서 출근길이 만만치가 않았다. 그 후 며칠 지나 회사 행사를 위해 들여온 벚꽃을 보았다. 지나치게 따뜻해서 이상기온이라고 걱정하다가 비로소 겨울다운 추위를 경험하니 봄이 기다려지는 게 또 사람의 심리이다. 온실에서 키웠는지, 아니면 빨리 피는 품종인지는 모르겠다. 12월보다 아마도 더 추울 1월과 2월을 지나야 하지만, 이제 곧 길에서도 벚꽃을 볼 수 있는 계절을 앞두고 있다고 생각하니 설렌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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