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찾아서-윤명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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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찾아서-윤명선 교수
  • 법률저널
  • 승인 2004.03.2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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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의를 위해 법 공부한다는 사명감 가져야"


수험생들에게 법적마인드(Legal Mind)를 고취시키고 수험생활속에 잊혀져가던 법의 의미, 체계, 실생활과의 연계성 등 법의 살아있는 모습을 한번 더 고민할 수 있는 계기로 '법을 찾아서' 코너를 기획하게 됐다. 각 과목에서 학식과 덕망이 높은 대학교수의 경험과 의식을 통해 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편집자주


윤명선
교수
경희대 법대 헌법학 교수


◇ '법'없이도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우리는 많은 법규정속에 살기도 합니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법'이 주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원래 인간이 자연상태에 있을 때에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전개하여 약육강식의 원리가 지배하였을 겁니다. 이성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이러한 자연상태를 탈피하기 위하여 '사회계약 → 국가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사회와 국가를 형성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공동체(community)에서는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법'이 필요한 것입니다. 따라서 "사회 있는 곳에 법이 있다"는 법언이 있는 것입니다.

종전에는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규정한 학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도덕규범은 점차 사라지고 있고 법은 무한정으로 제정되고 있습니다. 사회현상이 복잡해짐에 따라 이를 규율하기 위한 법이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오늘날 법이 포화상태라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지만, 태어날 때부터 수많은 쇠사슬에 얽매여 있다는 루소의 명제를 실감하게 됩니다.

법은 '규범의 체계'입니다. 규범의 논리적 해석을 통해 하나의 체제로 구축됩니다. 그러나 법=논리라는 등식을 넘어서서 법은 사회에서 기능을 하여야 합니다. 법이 사회 속에서 기능할 때 '살아 있는 법'(living law)이 되는 것입니다. 법이 살아 있을 때 사회적 평화는 이루어지며, 사회정의는 실현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살아 있는 법을 발견하는 것이 진정한 법학의 목적이요 올바른 접근방법입니다.


◇ 지금까지 오랜 기간동안 '헌법'을 연구하셨는데 많은 법과목중에서 헌법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법과대학에 들어와서 저학년 때에는 사회과학 전반뿐만 아니라 역사·철학에 관한 서적을 두루 섭렵하면서 읽었습니다. 학문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면서 헌법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헌법이 근본법으로서 법학분야에서는 가장 광범하고 깊이 있는 분야라는 데서 매력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 위에 한 헌법교과서가 문장이 유려하고 논리가 명확하여 이를 탐독하게 되었으며, 학술토론대회에 기고한 논문이 교수님의 눈에 띄게 되어 칭찬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자연스럽게 헌법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 개인적으로 '헌법'을 어떻게 정의내리고 있는지.


'헌법'이라고 하면 일응 '헌법전'을 생각하게 됩니다. 헌법해석학에서는 이와 같은 헌법(=헌법규범)을 해석하여 체계화시키는 것이 그 과제이므로 헌법은 곧 헌법전을 가르칩니다. 프랑스 인권선언 제16조는 '권리의 보장이 확보되지 아니하고 권력이 분립되지 아니한 사회는 헌법을 갖지 아니한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입헌주의적 헌법'은 그 존재형식을 불문하고, 권력의 분립과 기본권의 보장에 관한 모든 법규, 즉 '실질적 의미의 헌법'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헌법의 개념은 학자들의 헌법관에 따라 달리 정의될 수 있습니다. 법실증주의는 헌법이란 '국민의 기본권과 국가의 조직·작용에 관한 기본법'이라고 정의하고, 결단주의는 헌법이란 '헌법제정권력자가 국가의 정치적 실존의 종류와 형태에 관하여 내리는 기본적 결단'이라고 하며, 통합과정론은 헌법을 '사회통합을 실현하기 위한 공감대적 가치질서'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들 헌법관은 통합적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즉, 헌법의 연원은 결단주의의 '정치적 결단'에서 찾고, 그 본질은 법실증주의의 '규범적 성격'에서 구하며, 그 '기능적 측면'은 동화적 통합론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입니다.

헌법학의 연구대상으로서의 헌법은 '헌법규범'에 국한되어서는 안 되고, 그것이 기능하는 측면, 즉 '헌법현실'도 연구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헌법의 실존은 헌법규범과 헌법현실의 순환관계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즉, 헌법은 헌법의식 - 헌법체계 -  헌법현실의 순환관계로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을 헌법현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헌법은 이를 그 연구대상으로 하여야 합니다.


◇ 초학자들이 헌법을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법체계를 이해하는 데 좋을런지.


헌법을 어떤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법체계를 이해하는 데 좋은 방법인지 이에 대한 王道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헌법해석학은 헌법공부에 출발점이 되고 그 기초를 이루지만, 나아가 기능적 측면에서 접근·연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헌법학이야말로 '응용과학'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사회과학으로 무장하고 있어야 합니다. 법학은 그 본질이 '문제해결방법'(problem - solving method)인 점에 있습니다. 따라서 헌법학을 공부함에 있어서도 시사성 있는 문제를 중심으로 이를 그룹스터디(group study)를 통해 해결방안을 찾는 방식으로 정리를 해두면 살아있는 공부가 되고 그 학습효과는 굉장히 효과적입니다. 


◇ 헌법이 일상 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헌법은 항상 사회생활 가운데서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이 대부분 헌법문제입니다. 국민은 그 자신에 상응하는 정도의 헌법밖에 가질 수 없다고 합니다. 즉, 한 나라의 헌법은 그 나라 국민들의 헌법의식 수준에서 기능을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헌법의 규범력이 유지되어 살아있는 헌법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헌법을 수호하려는 국민의 '헌법에의 의지'가 필수적입니다.

헌법규범은 추상성·정치성·동태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적용함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최종적인 헌법해석권을 가지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반드시 수용·준수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헌법을 생활화할 때 헌법은 가장 잘 적용되는 것이요 헌법은 '살아있는 헌법'이 되는 것입니다. 헌법이 '생활규범'으로 정착될 때 그 나라는 '규범적 헌법', 즉 헌법규범과 헌법현실이 일치하는 헌법을 가지게 됩니다.


◇ 국내의 법률문화를 진단한다면.


(실정)법은 상부구조에 해당하고 그 밑에 하부구조로서 '(법)문화'가 있습니다. 법이 어떻게 기능하는가는 그 나라의 (법)문화를 보면 예측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객관적인 법의 지배가 아니라 주관적인 '사람의 지배'가 이루어지는 측면이 있으며, 따라서 법에 대한 불신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법은 사회규범으로서 국가기관들은 엄격하게 적용하고, 국민들은 잘 준수할 때 제대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법은 적용·집행되지 못하고 법치주의는 실현될 수 없습니다. 국민들의 '법의식'(=준법정신)이야말로 살아있는 법의 관건이 됩니다.
 
◇ '법'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가장 염두해야 할 것이 있다면.


법학은 곧 '밥을 위한 학문'이라는 세속적 관념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법조계에 나가면 신분상승이 되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법학도는 적어도 사회정의를 위해서 법학을 공부한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법(法)을 한자로 풀이로 하면, '물이 흘러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법이 물처럼 위에서 아래로, 막히는 것 없이 유유히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 법조인의 과업입니다. 법을 공부한 사람들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면 큰일이지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교과과정에 '법조윤리' 과목이 없는데, 법조인으로서의 도덕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의 지배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법조인들이 사회 곳곳에서 일하면서 사회의 모범이 될 때 건전한 사회를 이룰 수 있습니다.

/김병철기자 bckim99@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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