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회 사시1차 출제경향 및 분석- 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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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회 사시1차 출제경향 및 분석- 형법
  • 법률저널
  • 승인 2004.03.2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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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천

중앙대 법대 교수 법학박사


1. 정답이의제기 감소


2004년도 제46회 사법시험 1차 시험의 출제를 관리하면서 법무부 관계자가 출제교수들에게 가장 힘주어 주문을 한 사항은 정답에 대한 이의가 없게 해달라는 점이었다.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 관계자의 노력과 출제교수들의 감금상태 속에서 고생함에 힘입어 실제로 이번 1차 시험 이후 정답이의제기 건수는 예년에 비해 대폭 감소되었다. 전체 11개 과목 320문항 중 불과 86개의 문항에 대해서만 이의가 제기된 상태이다. 건수로 보면 작년 대비 72.6%가 감소한 336건이다. 이의제기의 질적인 면에서도 정답확정위원들을 난감하게 만드는 내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아 작년에 비해 대폭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형법의 경우 18개 문항에 대한 21건의 이의제기가 있었으나 정답오류로 판정되어 복수정답이 인정되거나 정답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 판례문제 비율 증가


이번 형법 문제를 보면 판례에 관한 것이 30여개로서 일반적인 예상이나 형법교수들의 생각과는 달리 오히려 그 비중이 늘어난 느낌이다. 이는 정답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있게 된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학설에 관한 문제의 경우 통설이 무엇인가를 근거로 해서 출제를 할 수 없으므로 견해의 대립이 없는 부분에서 문제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애매하면 6명의 출제교수들 사이에 격론이 벌어지기 마련이고 토론으로 시간이 자꾸 늘어지다 보면 그 문제는 제외되는 운명에 처해진다. 그러다 보니 시비의 소지가 비교적 적은 판례문제의 출제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3. 변별력 강화


문제은행에 출제를 하는 사람이나 1차 시험 전에 합숙 출제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법대교수들이다. 법대교수가 아닌 사람으로는 연수원 교수가 포함되는데 본직이 판사나 검사이더라도 이들도 법학을 강의하는 교수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들 법대교수들이 가장 싫어하는 공부방법은 학원강의에만 의존해서 문제풀이 기술을 도식적으로 단순 암기하는 것이다. 물론 학원강의가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본은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학문적 깊이가 가미된 강의이어야 한다는 신념을 법대교수들은 다 가지고 있다. 그래서 문제를 만들 때 당연히 법학의 기본이 되는 사상구조를 이해하고 있어야만 풀 수 있도록 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법학의 기본을 갖추고 있는 성실한 학생이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법조인이 되도록 하자는 출제경향은 이미 작년에 있었던 2차 시험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법적 사고방식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는 학생이라면 큰 어려움 없이 풀 수 있는 문제가 출제되었는데 학원가를 중심으로 비비꼬인 문제를 푸는 기술만을 연마하던 수험생들은 허를 찔렸다는 듯 대단히 당황했었다.

이번 1차 시험도 기본에 충실한 문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판례문제이건 이론문제이건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1책형 31번 문제를 보면 4번 지문의 내용이 "사원이 A회사를 퇴사하면서 A회사 연구실에 보관 중이던 회사의 목적 업무상 기술분야에 관한 문서사본을 가져간 경우, 비록 그것이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우며 직원들의 업무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이 허용된 것이라도 문서의 사본에 불과할 뿐 아니라 문서에 화체된 정보 그 자체는 유체물 또는 관리가능한 동력이 아니므로 절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

지문의 내용인 판례(대법원 1986. 9. 23. 선고 86도1205 판결)는 절도죄의 행위객체가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하는 점과 관련하여 문제의 사본이 주관적 가치 뿐 아니라 경제적 가치도 가지고 있으므로 절도죄의 행위객체가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서 매우 의미 있고 나름대로 유명한 축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주요 판례의 의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수험생에게는 당혹스러운 문제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판례의 취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추구하는 대신 '정보는 절도죄 행위객체에서 제외된다'는 식으로 단순암기를 한 수험생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그르쳤던 것으로 보인다.

이론문제도 역시 형법이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요구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어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되는 사실의 착오에 관한 1책형 28번 문제를 보면 <I군>의 a는 엄격책임설, b는 제한책임설 중 법효과제한설 그리고 c는 구성요건적 착오 규정을 유추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적용한다고 하고 있으므로 총체적 불법구성요건 개념(소극적 구성요건요소 이론)을 의미한다는 점이 명백하다. 이 내용은 법과대학 형법 강의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부분이다. 다소 헷갈리기 쉬운 내용이므로 형법교수라면 당연히 이에 대하여 차근차근 설명하고 넘어간다. 이렇게 명백한 문제를 출제한 것은 형법의 기초에 충실한 사람인가를 가려내자는 취지이다. 그런데 법효과제한설이 총체적 불법구성요건 개념과 연결된다고 주장하는 이의제기가 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아마도 대학강단이 아닌 어느 곳에서 이상한 내용의 이론설명을 듣고 암기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대학강의를 중심으로 형법 이론과 판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에 충실한 공부를 하는 것이 앞으로도 합격의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본다.


4. 문제유형의 단순화


법무부에서 처음 사법시험 관리를 맡게 되면서 시도했던 것은 출제유형의 다양화이었다. 이는 응시생들의 소송제기로 말미암아 정답오류가 인정되는 일이 빈번하게 되자 정답이 명백한 문제만 출제하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면 쉬운 문제만 출제되어 변별력이 없게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래서 단순택일형을 뛰어 넘어 정답개수택일형, 정답조합형,   조합형, 빈칸넣기형, 순서바꾸기형 그리고 결합형 등 다양한 문제유형이 개발되었다.

이번 문제는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단순택일형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정답조합형과   조합형을 합쳐서 10문제를 넘지 않고 있다. 내용을 가지고 응시생의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한 문제유형으로 그저 괴롭히기만 하는 것은 치사한 일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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