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최근 수일간 “혹, 사법시험이 존치될까요” “4년 연장되는 것 맞죠” 등과 같은 전화 질문을 제법 받고 있다. 지난 3일 법무부가 ‘사법시험 폐지 4년 유예’라는 입장을 발표한 이후, 고시생, 학부모 등으로부터 다소 귀찮을 만큼 반복적으로 접하는 질문이다.
현 사법시험 준비생들로부터는 “계속 사시를 준비하고 픈데...”라는 의욕을, 일부 직장인들로부터는 “존치 또는 연장되면, 언제든 다시 사법시험에 도전하고 싶은데...”라는 희망을, 학부모들로부터는 “로스쿨이든, 사법시험이든 빨리 결판이 나야 할텐데...”라는 갈등을 엿보게 한다.
딱히 응대해 줄 말을 잃곤 한다. 기자 또한 예측하기 무지 난감한, 아주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법무부 입장 표명 이후 로스쿨 재학생들은 자퇴, 학사일정 거부에 이어 변호사시험 거부까지 결의한 상황이다. 로스쿨 교수들 또한 사법시험·변호사시험 출제 등 법무부 업무에 일체 거부하기로 했다가 17일에는 출제 참가를 결의했지만 법무부를 향한 불만은 아직 사그라지지 않은 상황이다. 지방 소재 로스쿨생들은 17일부터 저 멀리 부산, 대구, 광주 등에서 출발해 법무부가 있는 과천정부청사까지 “사법개혁, 사시폐지, 로스쿨 정상화”를 외치며 릴레이 도보 대장정을 시작했다. 또 일부 학생들은 청와대, 국회, 대법원, 법무부 등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고 심지어 단식에 들어간 학생도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한 사법시험측의 반격도 만만찮다. 일부 고시생들의 삭발식에 이어 로스쿨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와 형사고발도 진행되고 있다. 또 법과대 교수들도 수차례의 성명서를 통해 사법시험 존치 당위성을 연일 외치고 있다. 변호사단체 역시 좌우로 갈려 각각의 소리를 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사법시험이 존치될지, 연장될지를 예측하는 것은 오리무중과도 같다. 그래서 기자는 걸려오는 문의전화에 “일단 다가오는 사법시험에 최선을 다하시라...”고 말한다. 직장인과 학부모들에게는 “법조인이 꼭 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법서(法書)를 잡으라”면서 “의지가 있고 각오가 있다면 로스쿨 진학이든, 경우에 따라서는 야간로스쿨 또는 예비시험도 가능하지 않겠냐...”며 제안한다. 현 상황에서 전지전능한 神(신)이 아닌 기자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것도 어리석은 질문(愚問·우문)에 불과하고 이에 어리석은 조언(愚答·우답)을 들이미는 기자 또한 어눌하기 그지없다.
로스쿨 재학생들은 그들대로의 억울함을 호소한다.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상실감’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법조인력양성제도로 까지 파고들면서 우리시대 청춘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 시점에서 입법부가 해야 할 일은 조속히 갈등을 봉합하고 화해의 길로 접어들 수 있도록 대법원, 법무부, 교육부, 로스쿨단체, 법과대단체, 변호사단체 등에게 입장을 밝히게 한 후 곧바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그것도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을 도출해 내야 한다. 더 이상의 사회적 갈등을 확산시키거나 애꿎은 청춘들을 혼란에 빠트리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변호사시험법을 제정하면서 ‘예비시험 2013년 재논의’ 부대의견을 남기면서 2013년부터 수도 없는 공청회가 열렸는데, 이제 와서 또다시 원점에서 다시 논의를 한다는 것은 국력낭비임이 분명해 보인다. 애매모호한 기성세대의 원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상실감에서 허우적거리는 젊은 청춘들을 하루빨리 구해내야 하지 않을까.
이젠 기자도 혼란스런 질문에 당황하고 싶지 않다. 정치권의 조속한 결자해지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