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왜 시작부터 뒤쳐질 수밖에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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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왜 시작부터 뒤쳐질 수밖에 없는가?
  • 정연석
  • 승인 2015.12.04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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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같이 입학했지만 출발선은 모두 다르다”
정연석 변호사가 답하는 제대로 된 법학선행학습

 

 

 

 

 

메가로이어스 정연석 변호사
(사법시험 합격자 상위9%, 민법 최고득점) 

로스쿨 입학 당시 다른 출발선, 변호사시험 성적까지 이어집니다. 

다 같은 로스쿨에 입학했지만, 입학 당시 서있는 ‘출발선’은 모두 다릅니다. 법학을 전공한 사람, 사법시험 1차 시험을 경험한 사람, 1차에 합격하여 2차 시험까지 경험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 사법시험을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또한 여기서 동일한 경험 그룹에 속하더라도, 다시 각자 형성된 법적 사고 능력이나 지식의 양은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하지만 출발선이 크게 벌어져 있어도, 레이스가 길거나 여유 있는 코스라면 ‘역전’의 여지가 없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입학하실 로스쿨에서는 ①‘친절한’ 법학 기초 수업이 결코 이루어질 수 없고 ②공부할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③‘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과거 법대 4년, 사법시험 준비 2~5년, 사법연수원 2년동안 익힐 내용을 ‘3년’이라는 시간 안에 압축하다 보니, 교과수업·시험·실무과목·실무수습 등 로스쿨은 학사 일정은 가히 살인적인 수준입니다. 

또한 로스쿨 수업은 학생들의 개인차를 고려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닙니다. 제가 평소 존경하던, 누구보다 강의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판사 출신 로스쿨 교수님이 민사법 수업을 마치고 저를 만나 하신 한 마디가 아직도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변호사, 어차피 아는 학생들은 알고, 모르는 학생들은 모를 수밖에 없어.” 교수님들 입장에서는 다양한 실력을 가진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앉아 있기 때문에 일정 이상의 수준으로 강의를 진행할 수밖에 없고, 결국 기초가 없는 학생들을 따로 배려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격차를 줄이기 힘든 더 중요한 이유가 ‘심리적’ 측면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매 수업이나 시험 때마다 이미 앞선 동기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엄청난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험한 산을 등반하면서 이 방향이 맞는지, 내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몰라 헤매고 있는데, 다른 동료가 나를 시원하게 앞질러 갑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동료는 나보다 걸음이 좀 빨라서 몇 미터 앞질러 가는 수준이 아니라, 산의 지도를 머릿속에 넣어두고 가는 중인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몇 년째 반복되면 자포자기의 심정이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처럼 여러 이유로 계속 격차를 줄일 수 없다 보니, 최초의 격차는 본인의 3년간의 학점에, 최종적으로는 본인의 변호사시험 성적에 고스란히 반영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로스쿨 1학년, 출발선에서 남보다 앞서는 방법 

출발선에서 남보다 앞서는 가장 흔한 방법으로 법학 ‘선행학습’이 제시됩니다. 그런데 어떤 방식으로든 선행학습을 하기만 하면 정말 남들보다 앞선 출발선에 설 수 있는 걸까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6, 7기 로스쿨 재학생을 대상으로 메가로이어스가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기존의 선행학습 강의나 교재가 매우 부실하거나 부적합한 탓에, 선행학습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인내심을 갖고 학습을 완료하고도 입학 후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선행학습이 입학 후 ‘진짜 도움 되는’ 선행학습일까요. 

첫째, ‘가능한’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전체 법학 내 비중과 중요성에 비추어 역시 ‘민법’이 선행학습의 대표 과목으로 언급됩니다. 그래서 ‘입학 전에 민법을 1회독 하자’는 것이 선행학습을 하는 로스쿨 입학생들의 1차 목표입니다.

그런데 로스쿨생들이 가장 많이 보는 교수 저(著) 민법 교과서들은 약 ‘2,000페이지’ 정도 됩니다.

이 교과서들은 교수님들이 순수 학문적인 논의는 제외한 채 수험에 필요한 내용만 컴팩트하게 정리한 형식인데도 그렇습니다. 게다가 교과서에는 매우 생소한 용어와 장황한 문장이 대부분이어서, 암기는커녕 텍스트 자체를 대충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해도 1시간에 10페이지를 읽기가 힘듭니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의 로스쿨생들은 지치고 포기하게 됩니다. 로스쿨 재학생 중 교과서 정독 계획을 세웠던 절대 다수 응답자들은 '분명 로스쿨 입학전에 민법 교과서를 한 번 읽으려고 했는데, 내용도 어렵고 재미가 없어 진도도 자꾸 멈추게 되었고, 결국 전체 분량의 20%도 못 읽고 입학했다'는 대답을 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강의’의 도움을 받아 선행학습을 하게 되는데 기존 학원강의 중에는 예비 로스쿨생에 특화된 강의가 거의 없어 차선책으로 사법시험용 민법 입문 강의를 찾아 듣습니다. 하지만 이 강의들은120~150시간 정도의 엄청난 분량이므로 대부분의 학생이 입학전까지 완강조차 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보통 하루에 강의를 3시간 이상 듣기는 어렵고, 3시간을 수강하면 최소 3~4시간 이상 복습이 필요하므로, 결국 하루에 강의와 복습으로 총 6~7시간 공부를 1주일에 3회를 한다고 하면, 120시간짜리 강의는 3개월 이상이 걸리고, 150시간짜리 강의는 4개월이 넘게 걸리기 때문입니다. 당장 지금부터 입학할 때까지 주 4회 이상씩 하루 종일 민법 공부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120시간이 넘는 강의는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바꿔 말하면, 애초부터 완강할 수 있게 기획된 강의를 찾아서 수강하는 것이 선행학습의 성패를 가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반드시 ‘지도(map)’를 획득해야 합니다.

만일 예비 로스쿨생이 의지와 시간을 들여 독학이든 강의든 위와 같이 힘든 3~4개월의 플랜을 완수했다면? 설령 완수했다 하더라도 법학 과목의 특성상 최적화된 선행학습을 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쉬운 예를 들어 말씀드리면, 영어 단어나 숙어를 암기할 때 하루에 단어 50개, 숙어 30개씩 3~4개월간 외우고 학습하면 보통은 공부한 양에 비례해서 영어 실력과 성적이 올라갑니다. 그러나 ‘법학’ 과목은 완전히 다릅니다. 실제 민법 시험 문제는 ‘3단원에서 외운 내용을 쓰라’가 아니라 ‘A, B, C가 이러이러한 행위를 한 후 이러이러한 권리를 주장할 경우 그 타당성 여부와 그 근거를 쓰라’고 출제되기 때문에, 주어진 사례를 스스로 분석한 후 자신이 공부한 지식 중 적당한 것을 찾아 기재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한 민법 전체 조망 능력과 논리적 관련성 장악 능력은 수험 법학 공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인 것입니다.

때문에 ‘법학’ 과목에서 고득점을 하는 사람들은 지식의 ‘양’이 많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로스쿨에서 법학 성적 상위권자들은 각 단원별 ‘논리적 관련성’을 읽는 사람들이고, 민법 각 부분을 학습하면서도 언제나 민법 ‘전체’를 여유 있게 조망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법학을 ‘체계와 논리’의 학문이라고 합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학습기간 자체가 길어지면 전체적 조망이나 논리적 연결 및 비교가 불가능해 진다는 것입니다.

정말 암기력이 좋다는 친구들끼리 모여 스터디를 하면 어제 서로 확실히 외운 내용을 오늘 또 까먹고 헷갈려하는 어려운 학문이 법학입니다. 민법 학습기간이 3~4개월 이라면, 1~2개월 전에 본 내용은 머릿속에 남아있기 힘듭니다. 법학은 52일째인 오늘 공부한 내용과 12일째 공부한 내용이 매우 중요하게 연결되어야 하는 학문이지만, 40일 전에 공부한 내용을 기억하는 것은 언감생심, 내 머릿속은 양자를 연결시키는 논리를 전혀 보지 못한 채 단순히 내용만 읽고 넘어가게 됩니다. 결국 여건이 허락하는 한 ‘최단기’에 한 과목을 끝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법 한 과목을 하루 5시간씩 60일 공부한 사람(총 300시간 공부)보다, 오히려 하루 8시간씩 30일 공부한 사람(총 240시간 공부)의 민법 실력이 훨씬 더 높아져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면, 밀가루 반죽을 최대한 넓게 펴서 던져봐야 찢어지거나 힘없이 바닥에 퍼질 것입니다. 최대한 조밀하게 동글동글 말아서 던져야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처럼, 법학 공부방법도 이에 비유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수험’을 벗어나진 않되 집착하지도 않는 ‘중용’을 지켜야 합니다.

선행학습이 입문 단계라고 해서 법률용어나 좀 익히고 제도의 취지 같은 서론만 이해하고 끝내는 경우 입학 후 로스쿨 성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장 좋은 입문 학습 방법은, 실제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주제들인 ‘본론’을, 최대한 ‘쉬운 방법으로’ 학습하는 것입니다. 즉, 입문자가 최초 법학 교과서를 읽을 때부터, 중간 목표인 ‘로스쿨 중간·기말고사’ 고득점을 위해서 전략적으로 ‘쉽게’ 읽어야 하고, 최종 목표인 ‘변호사 시험’ 고득점으로 가기 위한 기초를 다진다는 목표 하에 ‘쉽게’ 읽어야 합니다. 그러나 조만간 로스쿨에 입학해야 할 여러분들에게 로스쿨 학점과 수험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기존의 강의와 책들은 로스쿨 입문 과정으로서 전혀 좋은 공부방법이 아닙니다.

로스쿨생이 ‘교과서’를 읽는 목적은 ‘사례’를 풀기 위함입니다. 법학은 실무적 성격이 강하고, 법학전문대학원은 엄연히 실무가를 양성하는 곳입니다. 실무가로 거듭난 변호사, 판사, 검사들은 매일 매일 다양한 ‘사례’들을 만나 이를 해결하는 업무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로스쿨에 입학한 후에는 ‘교과서’를 읽으면서 이 내용이 ‘사례’로 출제되면 어떻게 나올 수 있겠고, 나는 답안지를 어떻게 써야겠다는 고민을 해야 합니다. 역으로, ‘사례’ 문제를 풀 때는 내가 읽은 ‘교과서’의 내용이 얼마나 잘 기억이 나는지, 문제를 풀 때 그 기억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잘 활용이 되고 있는지를 점검해 봐야 합니다. 이 두 가지 작업이 양쪽 방향에서 계속 작용하는 것, 그것이 법 과목에서 고득점에 이르는 유일한 공부방법입니다. 이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며,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입문 과정에서 부터 이러한 공부방법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한편, 그렇기 때문에 선행학습 단계에서 학원 강사의 수험 ‘요약서’를 보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학원 강사의 요약서는 로스쿨 교수의 법학 교과서를 자신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만 ‘발췌’한 책이다 보니 법학의 맥락이 뚝뚝 끊기고 논리가 절연되는 곳이 많습니다.

수험 대비 강사 요약서, 올해 예상문제, 시험 적중문제 등, 이런 것들은 3학년이 되기까지 고민을 접어두시기 바랍니다. 선행학습부터 학습한 기억들을 유기적으로 활용해온 사람들은 변호사시험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위의 수험용 콘텐츠에 집착하거나 흔들리지 않습니다. 

‘양적’ 선행이 아닌 ‘질적’ 선행이 핵심입니다. 

좋은 선행학습은, 단순히 공부의 기간을 몇 개월 당기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남들보다 공부 기간이 몇 달 더 길다? 이 문장에서 대단한 변별력이 느껴지시나요? 아침 9시 정각에 해안가에서 경쟁자와 동시에 뗏목으로 출발하는 12시간짜리 경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에게만 특별히 시간을 앞당겨 1시간이 더 주어졌습니다. 아침 8시, 당신은 뗏목을 좀 더 일찍 출발시키겠습니까, 아니면 모터와 방향키를 만들어 뗏목에 달아 놓겠습니까? 

‘법학’ 선행학습도 이런 관점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시간을 좀 더 버는 수준의 ‘양적’ 선행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합니다. 로스쿨 입학 직후 모두가 함께 출발하는 그 시점이 오기 전에, 여러분의 법학을 이해하는 논리력, 사례를 해결하는 법적 사고능력, 법학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통찰력을 키우는 ‘질적’ 선행이야 말로, 제가 ‘민법입문’, ‘민법 인트로’ 강의를 통해 이루려는 핵심 목표입니다. 

정연석 변호사의 민법Intro(민법인트로)는 메가로이어스 신촌 캠퍼스에서 12월 7일(월) 개강 예정이나, 예상했던 일정보다 이미 많은 예비 로스쿨생들의 수강신청으로 강의 준비에 더욱 힘쓰고 있습니다. 그 동안 로스쿨생들 만을 위한 선행학습 강의의 부재로 사법시험 강의로 법학 선행학습을 할 수 밖에 없었던 터라, 예비 로스쿨생들이 많이 기다려 왔던 강의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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