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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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3)
  • 박준연
  • 승인 2015.10.1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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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글로벌 로펌’에서 일하기 

이번 회는 짧게 출장온 LA의 호텔에서 쓰고 있다. 회사의 인사 업무 중 일부를 담당하는 위원회(committee)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 연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3일 정도 LA를 방문 중이다. 나는 2년여 전 현재의 회사에 중도에 취업한 케이스(lateral)인데, 위원회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회사 운영 및 경영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서 기꺼이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인사 평가나 월례회의, 그리고 1년에 한번 정도이지만 미국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는 건 부담이 아닐 수 없고, 그 와중에도 다른 일을 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평소에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연락하던 동료, 처음 만나는 동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힘든 여정이지만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회사에 근무하기 전에는 뉴욕에 가장 크고 오래된 사무소가 있는 로펌에서 일했다. 국제적인 성격의 업무도 꽤 있었지만 주로 뉴욕에서 이루어지는 소송이나 중재 재판 관련 업무가 많았다. 현재 근무하는 회사는 예전 회사에 비해 규모도 훨씬 크고 세계 13개국에 사무소가 있다. 회사 운영에서 많이 강조되는 것이 진정한 한 개의 회사(one firm)로서의 정체성이다. 한달 전에는 홍콩에서 아시아 지역(홍콩, 도쿄, 싱가포르, 상하이 및 베이징)의 변호사들이 모여 현안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었다. 회사의 입장에선 이런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큰 투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회사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다. 

모든 고객들에게 전 세계적으로 매끄럽게 연결된 서비스가 굳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미국 국내 사안이라면 한 사무소에서도 충분히 다룰 수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이 여러 관할지역과 관련된 사안에 당면한다면 글로벌 로펌의 서비스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내가 담당하는 업무 중 하나인 경쟁법 분야에서는 여러 정부기관의 조사 및 소송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한 국가에서의 조사 내지는 소송이 다른 조사에 영향을 끼치는 일도 적지 않다. 경쟁법 안건 중 다수를 미국의 사무소(주로 워싱턴 DC 사무소, 샌프란시스코 사무소, 시카고 사무소), 유럽 브뤼셀의 사무소 변호사들이 함께 담당한다. 또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CPA) 안건에선 홍콩의 변호사들과 일하는 경우도 많다. 그 중에서 급박하게 진행되는 안건의 경우에는 이메일 흐름이 도쿄, 브뤼셀, 워싱턴 디씨,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의 시차 순으로 오간다. 아침에 눈을 뜨면 몇십 통의 업무 메일이 와 있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함께 일하다 보면, 실제로 얼굴을 본 적은 없어도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된다. 출장을 오가거나 회의에서 마주치면 오래된 지인처럼 반갑다. 가끔 일이 밀려서 밤늦게까지 일을 하다보면 미국 사무소의 동료들이 사내 메신저로 일이 많이 바쁘냐고 안부를 물어오는 때가 있다. 지리적으로는 떨어져있지만 같은 케이스팀이면 팀의 구성원으로서 정보 공유가 이루어진다. 지금 회사에 옮겨온 지 얼마 안되었을 때, 긴 보고서를 몇 개 작성했었다. 이 보고서에 대해 샌프란시스코의 파트너 변호사가 공들여 검토를 해주고, 자세한 설명과 지적을 해주어서 고마웠던 기억이 있다. 거기에다 고생했다는 격려까지 곁들여서. 

물론 글로벌 로펌에서 일하는 데에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안이 있으면, 밤 늦은 시간이라도 급한 질문이 오는 경우가 있고, 그럴 땐 질문하는 쪽에서 내가 새벽에 깨어 이메일 답해줄 걸 기대하지는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밤중에 깨어 이메일에 답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생활이 반복되다보니 생활 패턴도 자연스럽게 변하게 되었다. 며칠 전 샌프란시스코의 동료들과 이메일을 주고받다가 나를 포함한 셋 다 아침에 일찍 깨어 급한 이메일이 있나 확인한 다음, 여유가 있으면 아침에 운동을 하고 나서 출근을 하고, 조금 일찍 퇴근해서 이메일이 뜸한 이른 시간에 저녁을 먹고 다시 밤에 업무를 재개하는 패턴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고 웃은 적이 있다. 여기에 대해 같은 사무소의 파트너 변호사는 변호사의 역할이란 언제든 대응가능한(available) 것까지 포함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정말 그렇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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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누리 2015-10-28 14:52:31
잘 몰랐던 분야, 변호사님 이야기를 들으니까 신기하면서도 재밋어요~ 계속 응원할께요!

2015-10-21 17:44:33
하! 재밋게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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