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로스쿨, 비판과 개혁 요구 겸허히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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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로스쿨, 비판과 개혁 요구 겸허히 받아야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09.04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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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먼 옛날 솔로몬의 지혜가 생각난다. 젖먹이를 두고 누가 어머니 인지 송사가 일자 솔로몬은 아이를 죽일 것을 명했고 한 여자는 이를 반긴 반면, 또 한 여자는 절대 안 된다며 아이를 포기하려 했다. 굳이 결과를 말할 필요가 없는 너무나 유명한 일화다. 명쾌한 판결로서 회자되지만 사랑은 희생을 감내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솔로몬은 모성애를 자극해 결론을 이끌었다.

여기서 모성애는 뭘까 생각하게 한다. 나의 또 다른 것을 포기해서라도 지키고자 하는 절대 가치로서 ‘사랑’이다. 사랑이란 귀하고 소중한 것으로서 지키고 싶은, 그 무엇 이라고 정의한다면 이 판결에서는 아기의 생명일 것이다. 나의 희생을 통해 더 소중한 것을 지키고자 할 때, 그 희생은 무겁지만 가벼운 법이다.

사법시험 옹호측과 로스쿨 수호측이 2017년 폐지 예정인 사법시험의 존치 여부를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밖으론 사법(司法)의 발전과 대국민 서비스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부르짖지만 기자의 눈에는 분명 밥그릇 싸움이다. 찬반 모두 ‘대국민 사법 서비스 발전’을 진정 사랑한다면 무엇인가 합의점이 벌써 도출됐을 것이다. 그러나 양보 없는 독설과 비판만 자욱하다.

예년과 달리, 올해 들어 사법시험 존치 측이 제법 힘을 얻고 있는 듯해 보인다. 특히 그동안 지켜만 보던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소위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을 결성, 엉성하기 짝이 없는 풋내기 활동이 세간의 이목을 끌면서 사법시험 우(右)클릭에 크게 공헌하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말짱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로스쿨학생협의회 집행부와는 달리, 면바지에 티셔츠를 걸친 비조직적인 모습들이 제법 여론을 움직이는 모양새다.

이를 제외하고는 로스쿨이 출범한 7년 전이나 지금이나 주체며 주장 논거며 크게 변한 게 없다. 그래서 밥그릇 싸움으로 보인다. 결국 솔로몬 판결에서 승소한 여인과 달리, 아무런 희생도 없이, 탐나는 것만을 지키고자 하기 때문이다. 로스쿨 또는 사법시험 관련 기사에는 진영논리의 댓글들이 판을 친다.

누가 뭐래도 이젠 로스쿨이 대세인 것이 분명하다. 하늘이 두 조각나도 로스쿨은 폐지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사법시험은 파리 목숨과도 같다. 로스쿨은 甲(갑)이 됐고 사법시험은 乙(을)이다. 그래서 로스쿨은 형님 마냥 더 잘해야 하는 법이다. 더 넓은 마음으로 乙의 마음을 달랠 줄 알아야 한다.

각종 갑론을박, 선플, 악플 가운데 기자의 눈에 띄는 댓글이 있다. ‘로스쿨 출신 법조인 단체 출범’이라는 제하의 본보 기사에 한 네티즌은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이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사시존치론자보다 더 혹독하게 로스쿨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로스쿨 및 교수들에 대한 비판과 개혁을 요구하면서, 우리도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진지한 반성이 함께 해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끼리끼리 모여 사시 출신 법조인을 비난한다고 해서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참으로 공감이 가는 글이다.

7년 전이나 지금이나 “돈스쿨” 비판에 “높은 장학금 비율 및 특별전형”으로 일관하고 있다. “실력 우려”에 “시기상조”로, “입시 불투명”에 “사회 일반현상”이라며 되풀이 하고 있다. 굵직한 변화와 개선을 보여 주지 않는데 따른, 변하지 않는 비판이 상존한다. 대대적이고 가시적인 개선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

그러려면 다소의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 사법시험 측의 절치부심을 떨치려면, 넓은 아량으로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사법시험 주장은 다소 발전하는데 로스쿨측의 방어 논거는 제자리다. 지난 7년간 무엇을 고치기 위해 과연 어떤 노력을 했는지 되돌아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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