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시험제도 혁명적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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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시험제도 혁명적 개선?
  • 법률저널
  • 승인 2004.02.1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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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오는 2007년부터 행정·외무고시 등 국가고시에서 지방대 출신을 20% 의무적으로 선발하는 '지방인재 채용목표제'가 도입되고, 또 내년부터 대학총장의 추천을 받아 6급 공무원을 특별 채용하는 '지역인재 추천제'가 시행됨으로써 공직채용시험에 일대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5일 한 지역 언론과의 회견에서 공무원과 공기업 등 정부 산하단체 인력 채용 시험방식과 관련, "숫자로 치면 지방대 출신이 70%가 넘는데 시험합격률은 반대여서 이를 지방대 학생비율과 가깝게 끌어올리겠다"면서 "올해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서 각 부처와 협의해 전체 시험제도를 다 고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혁명한다'는 마음먹고 하겠다"고 강조하고 "그러나 지방대도 그렇게 되면 준비시간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연차적으로 늘려나가도록 계획을 세워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는「지방출신 공직임용 확대방안」에 관한 국정과제회의에서 △행시·외시 등 5급 고시의 합격자중 지방출신이 20%에 미달할 경우 이에 미달한 비율만큼 지방학교 출신자를 추가합격시키는 지방인재 채용목표제를 도입하고 △이와 별도로 대학총장 등의 추천을 통해 선발된 지원자를 지역인재를 6급공무원으로 특별채용하는 지역인재 추천채용제를 시행하고 △현재 정보통신부 9급 행정직에만 실시하고 있는 지역구분모집제를 9급 행정직 전체로 확대시행하고, 향후 7급 행정직에 대해서도 이 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극심한 취업난을 겪어온 지방대 출신자들에게는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의 이같은 제도의 도입은 노 대통령의 말처럼 '혁명한다'는 마음을 먹지 않고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가히 혁명적인 안이다. 지난해의 경우 고시에서 서울지역 대학생은 85.6%, 지방은 14.4%의 합격자를 배출한 점, 그동안 교육인프라와 정보격차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서울 중심의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에는 격차가 존재했다는 점, 학력(學力)보다 학력(學歷)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학벌주의 때문에 지방대학생들이 기업의 서류전형에서 문턱을 넘지 못하는 현실 등 지방대학이 공동화되고 있는 실정을 고려할 때 지방발전전략의 핵심인 지방대학육성의 하나로 지방인재 채용목표제와 지역인재 추천제는 일면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대통령이 전체 시험제도를 전부 다 뜯어고치고 고시 합격률이 현재 14%에서 점차 지방대학 학생비율(70%)에 가깝게 끌어올리겠다고 하는 것은 다듬어지지 않은 비현실적인 방안이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지방인재 할당제가 세계화 시대에 경쟁이 담보되는 것도 아니고 지방대 출신의 공직사회 진출률이 좀더 늘어난다고 해서 지방대가 처한 문제가 해결될 리 만무하다. 또한 평등원칙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해 언론에 '지방인재 할당제' 보도가 나가자 정부혁신지방분권위가 '국가고시 지방출신 채용목표제'는 헌법상 평등원칙 및 공무담임권 침해의 가능성이 있고, 실적주의 인사원칙 위반의 소지가 있어 검토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해명한 점을 우리는 상기한다. 

 
지방인재 채용목표제는 장애인이나 여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소수자에 속하는 지방대 출신자의 권익을 할당제로 보호해준다는 적극적 우대 조치(affirmative action)를 넘어 역차별(reverse discrimination)의 문제로 불거질 수 있는 데다 코앞에 닥친 선거를 겨냥한 단기 처방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공개경쟁 시험인데 단지 지방대라는 이유로 특혜를 줄 수 없는 일이다. 고시란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문이고 지방대학생이라고 하여 고시공부에 불이익을 받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혁명한다는 마음을 먹고 시험제도를 뜯어고치겠다고 하면서 국민적 합의과정 없이 총선을 불과 두달 앞둔 시기에 불쑥 튀어나온 점은 겉핥기식 선심정책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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