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 대표, 콩가루집안이 되어 버린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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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 대표, 콩가루집안이 되어 버린 여당
  • 오시영
  • 승인 2015.07.0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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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여당인 새누리당이 콩가루집안이 되어 버렸다. 권력의 공고함 속에서, 시멘트로 굳어지는 레미콘처럼 단단하기만 하던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대동단결한 영혼 없는 친박계 국회의원들과 대통령 권력에 대한 공포심을 익히 알지만 이제 그 공포심으로부터 벗어나야 하지 않느냐는 자기성찰의 영혼 찾기 몸부림을 시작한 비박계 국회의원들로 나뉘어 내부권력투쟁이 전개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입법부 구성원으로서 각 의원이 국민으로부터 정치적 위임(법률적 위임이 아니라는 것이 학계의 통설이다)을 받아 합리적이자 자율적인 정치행위를 하는 “독립된 국가기관”이다. 다시 말해 여당이나 야당의 구성원으로서 제 할 말을 하지 못하는 구속적 존재가 아니라, 각자가 개별적으로 입법권을 행사하는 완전 독립체의 국가기관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구성하는 개별자이면서 동시에 저 혼자 스스로 입법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인 것이다. 따라서 선거를 통해 국민에게 책임을 질 뿐, 어느 누구의 지시를 받거나 다수에 함몰되어 버리는 단세포가 아니다. 

야당은 대통령과 같은 절대권력자가 없기 때문에, 위와 같이 독립된 국가기관이라는 자부심이 강하게 표출될 수 있다. 그런 연유로 야당은 심심하면 당대표를 무시하거나 당대표에게 반발하는 강한 기운이 표출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여당의 경우는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수장으로서의 권력을 무소불위로 행사하는 대통령의 막강한 권력에 주눅이 들어있기 때문에 야당처럼 함부로 대통령에게 대들지 못하는 생래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에 “개정국회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빌미로 그 동안 여당 내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내분이 폭발해 버린 것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한 통치에 대한 여당 내 국회의원들의 “무시하는 마음”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개정국회법의 핵심은 “상위 법률에 위반한 행정명령(대통령령, 국무총리령, 각 부 장관령)에 대한 입법부(국회)의 수정 요구(또는 요청)”에 대한 “행정부의 처리 후 보고”에 모아진다고 하겠다. 이미 이 부분에 대하여 필자는 본보를 통해 밝힌 바 있지만, 과연 위와 같은 개정국회법이 위헌성이 있느냐 여부이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을 편들고자 하는 마음에서 보면 위헌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냉정한 법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결코 위헌성이 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앞서 주장한 바와 같이, 행정명령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면 대법원이 위헌위법명령심사권을 행사하게 된다. 그렇게 보면 입법부가 개정국회법을 통해 사법부(대법원)가 행할 위헌위법명령심사권을 행사하게 되는 듯이 보여 3권분립에 어긋날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러하지 아니하다. 왜냐하면 입법부가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로 “행정명령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과 행정부에 위임”하는 것은 입법부가 원래대로 하면 행정명령에 해당되는 것까지 제정할 수도 있고 제정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시시콜콜 아주 작은 것까지 입법부에서 행정명령 해당사항까지 제정하는 것은 “법 기술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아 큰 것만 정해주고 작은 것은 행정부더러 알아서 정하라고 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정명령을 제정하는 대통령부터 각 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행정명령은 어떠한 경우에도 모법인 국회의 제정법률의 한계를 벗어나서는 아니 되는 기본적 제약을 받게 된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개정국회법은 “아주 당연한 것을 아주 당연하게 성문화한 것”일 뿐이다. 왜냐하면 행정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상위 위임법률의 한계를 벗어나는 행정명령을 제정하면 안 되고, 만일 제정하게 되면 대법원의 위헌위법명령심사를 거쳐 위헌위법명령결정을 받게 되어 사후 문제가 발생하게 되어,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가 잘못된 행정명령으로 인한 대국민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까지 발생할 수도 있어 이를 방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자 국회에서 입법취지에 어긋한 행정명령이 제정된 경우 이를 수정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정부가 이러한 국회의 수정요구를 규정한 국회법을 거부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보면 “위임법률”을 무시하고 “행정부 마음대로 월권적 행정명령을 제정하여 내 마음대로 하겠다.”라는 교만을 드러내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렇게 되자 야당에서는 앞으로는 종전 같으면 행정명령으로 위임할 수 있는 내용까지 앞으로는 법률로 제정하여 아예 행정명령을 제정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겠다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정부에서 발의되는 어떠한 법안도 국회에서 제대로 통과되기 어려운 극단상황으로 내몰리게 되어, 오히려 소탐대실의 잘못을 범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전개될 양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정국회법을 주도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향해 “배신의 정치가”라고 혹평하며 “국민이 선거로 심판”해 달라고 강력 주문하였다. 위 말을 들으며 필자는 두 가지가 궁금해진다. 첫째, 유승민 원내대표가 배신을 했다면 “배신을 당한 자”가 누구냐 하는 점이다. 국민 모두 알고 있듯이 개정국회법은 여당과 야당 국회의원들이 합의를 통해 개정되었다. 여야 정치인 모두가 합의하였으므로, 합의한 자들이 합의한 자들을 서로 배신할 리가 없으므로 국회의원들이 배신을 당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적 위임을 한 국민들은 국회의원 각자의 입법권 행사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므로 국민들도 배신당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결국 위 말을 뱉은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원내대표에 의해 배신”을 당한 것이 된다는 결론에 이르는데, 이 대목에 이르면 필자는 혼란스러워진다. 
개정국회법은 정부로 하여금, 위임법률인 모법의 입법취지에 맞춰 행정명령을 제정하라고 촉구하는 것이고, 만일 이를 벗어나게 되면 위헌위법이 될 수 있으므로 그 잘못된 행정명령이 시행되다가 사후약방문 격으로 대법원에 의해 위헌위법결정이 있게 되면 국민 혼란이 가중되고 국민 누군가가 피해를 보게 되는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므로 이러한 불상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므로 너무나 당연한 것을 규정한 것일 뿐인데, 이렇게 국회법을 개정하였다고 하여 “대통령을 배신”하였다고 공개발언하는 것은 “민주주의국가에서는 결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아니 될 대통령의 협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하겠다. 도무지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으로서는 입에 담아서도, 생각해서도 아니 될 극단적 독재적 발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짐이 곧 국가”라고 했던 프랑스 절대왕정시절의 루이14세와 같은 발상이 아니면 위와 같은 비민주적 말을 국무회의에서 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더 웃기는 것은 위와 같이 개정국회법에 찬성했던 수많은 소위 친박계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화들짝 놀라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종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들이 국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때는 군말 없이 찬성표를 던져 놓고서는, 이제 와서 “유승민 원내대표를 원내대표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한다며 죽일 듯이 몰아붙이는 것”이야말로 “정말로 영혼 없는 죽은 정치인”임을 스스로 만천하에 폭로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할 것이다. 참으로 수치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로, 대통령이 대놓고 특정 국회의원을 선거로 심판해 달라고 한 것은 공직선거법 제9조의 명백한 위반이라는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 하고 싶다.”고 말했을 뿐인데도 이를 정치개입으로 몰아 탄핵사유로 삼았고, 헌법재판소는 “대통령도 공무원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의무대상자”임을 판결이유에서 명시하였다. 또한 16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시민단체들이 특정 정치인에 대해 낙선운동을 벌린 것에 대해서도 특정인에 대한 낙선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공직선거법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모두 형사처벌(대법원 2002도315판결)받았다. 그렇다면 특정 국회의원(이름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문맥상 누구인지는 모두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고, 그렇게 합리적으로 특정인이 특정될 수 있다면 대상자가 특정되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의 입장이기도 하다)을 선거로 심판해 달라는 것이 “당선시켜 달라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므로 “낙선시켜 달라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면 이는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왜 이런 여당 내 내부분열이 일어나고 있을까? 그것은 이제 불과 9개월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현재의 여당지지 및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가지고는 영남 지방은 모르겠지만 수도권에서 참패할 확률이 높다고 보는 국회의원들로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따르다가 자신들의 정치생명이 위태롭게 될지도 모른다는 “실존적 불안감”에 크게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당선은 못 시키더라도 낙선은 시킬 수 있는 것이 권력자인지라, 아직 남은 2년 반 정도의 임기가 결코 짧다고 할 수 없으므로 박근혜 대통령의 어떠한 영향력 행사로 인해 자신들의 입지가 또 다른 측면에서 불안해질 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꼴이라 하겠다. 

결단은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달려있다. 이번에 원내대표직을 사표내거나 짤려나가게 되면 유승민 원내대표의 정치생명은 끝이라고 하겠다. 현재도 힘에서 밀려 짤린 자가 9개월 후 공천을 통해 20대 총선에서 부활하리라는 것을 결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자립정치”를 하지 못하면 “권토중래”의 기회는 다시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죽더라도 장엄한 최후를 맞이할 수 있어야만 정치부활이 가능하다. 옳은 입법을 하고서도 결코 심중으로 승복되지 않은 이유로 물러나게 된다면 속된 말로 개죽음이 될 뿐이라 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의 고집과 유승민 의원의 고집싸움이 어떻게 결말이 날지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버틸수록 시간은 유승민 의원의 편이 될 것이다. 메르스와 경기침체 속에 여당의 권력투쟁이 올 데까지 온 셈이다. 대부분의 정치평론가들이 예상하고 있던 그 때가 조금 더 일찍 왔을 뿐이다.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에 대한 여당 국회의원들의 절망적 인식이 임계점에 왔기 때문이다. 말은 안 해도 박근혜 대통령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저변에 널리 깔려 있기 때문이다. 야당과 국민과의 소통단절에 이어 여당 내의 소통단절이 표면화된 개정입법권을 둘러싼 거부권행사에 대해 국회는 헌법이 정한 대로 “재부의하여 과반수 출석에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하든지 아니면 그 이하로 부결하든지 하면 된다. 

삼권분립의 원칙을 지켜야겠다면서 삼권분립을 무너뜨리며 국회의원을 심판해 달라고 국민들에게 억지를 부리는 아이러니의 대통령, 거의 모두 찬성하여 통과시킨 개정국회법을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재부의하지 않고 자동폐기하자고 혼비백산하는 영혼 없는 여당 국회의원들, 결단적 행동도 보이지 못한 채 입으로만 떠드는 유약한 야당 국회의원들, 모두가 다 헌법공부를 제대로 하였으면 한다. 아직까지 딱 한 사람, 정의화 국회의장만이 살아 있을 뿐이다. 과연 그가 국회의 수장으로서 직권으로라도 재부의하여 전체회의에 거부되어 온 개정국회법을 상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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