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무원시험을 대하는 수험생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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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무원시험을 대하는 수험생의 자세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5.06.18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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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인아 기자] 지난 13일 서울시 시험이 실시됐다.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메르스 여파로 시험을 예정대로 시행할지 말지, 시험 후 만약의 상황이 벌어지면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시험 전부터 이런저런 말들이 많이 있었던지라 이번 서울시 시험에는 기자 역시 특히 주목을 했던 것 같다.

메르스 여파로 기자도 취재를 나서기 전 어떠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말고 메르스를 무서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자고 다짐을 몇 번 하기도 했다. 비장한 각오를 다진 건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막상 시험장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차분한 분위기였고 응시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메르스에는 별 관심이 없어보였다. 그래서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언론이 응시자들을 자극한 것인지, 메르스 걱정보다 공무원시험 합격에 대한 응시자의 갈망이 더 컸던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시험장 분위기는 여느 때 시험장과 같은 평범한 분위기였다.

입실 전 응시자들은 손소독제로 손을 깨끗이 한 뒤 발열검사에 임했고 이 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은 응시자들만 시험을 치를 해당 교실로 입실할 수 있었다. 비상상황에 대비해 감독관 외 경찰관과 보건소직원이 대기했고 응급구조차도 마련됐다.

기자도 본의 아니게 응시자로 위장 아닌 위장이 된 채 손 소독부터 발열검사까지 임하게 됐고 시험장 내부를 한 바퀴 둘러보게 됐다. 그 와중에 고사장 내 서울시 시험 본부 관계자들과 접할 수 있었고 이번 시험에 대한 생각을 간단히 들을 수 있었다. 특별한 건 없었지만 서울시 측도 이번 시험을 연기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는 데에 우려는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응시자들에게 이번 시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충분히 알고 있었고 이에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감독관들의 힘 있는 말이 믿음직했던 것도 사실이다. 시험장 내부는 고요했고 메르스 때문에 많이 응시를 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오전 9시를 살짝 넘기는 시점에서부터 물밀듯이 응시자들이 입실하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쓴 응시자들이 많이 보인 것은 확실했지만 생각했던 것 만큼 응시자들이 메르스 때문에 왈가왈부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응시자들은 차분히 감독관의 안내에 따라 이동했고 빨리 입실해서 한글자라도 더 봐야겠다는 각오가 눈빛에 서려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서울시 시험은 10시에 시작하고 시험 시작 5분전까지 입실이 가능했다. 응시자가 입실 후 필기구를 챙기지 못해 황급히 교문 밖을 나와 문구점을 찾는 모습이 포착된 것 외에는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시험은 진행됐다. 메르스가 문제가 아니라 정작 시험에 꼭 필요한 준비물을 챙기지 못한 것에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시험이 끝난 후에는 본격적인 취재가 이어졌지만 예상대로 수험생들은 피로감에 황급히 시험장을 나서는 모습이었다. 시험 전에는 잘 못 느꼈지만 시험 후 마스크를 쓴 응시자들의 말을 듣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지난 3월 실시된 법원직 시험 이후로 이번 서울시 시험 취재가 제일 난제였다고 기자는 나름 평가하고 있다.

오는 27일에 실시되는 지방직과 교육청 시험은 서울시 시험만큼 메르스 여파가 있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응시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핵심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시험을 치르겠다는 게 이번 서울시 응시자 대부분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빨리 메르스가 없어져 모든 것이 정상화되기를 바란다.

서울시 시험에 대한 취재 후기는 이쯤에서 접도록 하고 앞으로 있을 시험을 준비 중인 수험생들의 행보에 대해 몇 자 적어볼까 한다. 지난 10일에는 국가직 9급 필기합격자가 발표됐다. 필기합격선에 따라 합격여부가 갈리는 만큼 발표 전부터 합격선에 대한 것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합격자 발표를 하루, 한 시간을 앞두고 이쯤에서 언론사들이 올리는 기사들을 수험생들은 실시간으로 모니터를 한다. 수험생들의 집중력이 폭발하는 시점이다. 일부 언론사들은 합격자 보도자료를 미리 받아놓고 기사작성 후 엠바고가 풀리는 시간과 동시에 기사를 포털에 내보낸다. 그 전에 확정기사를 내지 않고 다만 예측기사나 예고기사를 내기도 한다. 확정된 기사가 아니어도 수험생들은 기사내용 한 글자, 한 글자에 의미를 부여하고 발표 전까지 스스로 분석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최근에는 기자를 사칭해서 자료를 만들거나 있지도 않은 자료에 대해 인사처가 답한 내용을 만들어 그것이 사실인 것 마냥 글을 올리기도 한다.

기자를 사칭해 누가 그랬다고 하더라하는 카더라식, 그 기자의 출입증까지 사진으로 인증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기까지 누가 그럴까 하는데 그것이 일부 수험생들의 행위다. 그만큼 합격자 발표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이겠지만 떠도는 소문을 믿고 그것을 더 확대해 퍼트리는 것은 다소 우려가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 공무원은 소위 자신 없는 학생들이 그런다고 말을 하기도 한다. 올해는 국가직 면접이 더 강화된 형태로 진행된다. 면접 주제가 공개되지 않음에도 공개된다고 수험가에 알려졌고 이것이 일파만파로 퍼져 그 말을 그대로 믿었던 수험생들은 또다시 혼란을 안게 됐다. 면접 전부터 말이 많은데 다음달 면접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면 면접이야말로 주관적인 의견이 들어가기 때문에 또 어떤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질지 모르겠다. 모든 언론사가 객관적 사실을 알리도록 하는 것도 물론이지만 수험생 역시 보고 싶은 것만 볼 게 아니라 사실만을 숙지하도록 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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