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저널=이성진 기자] 10여년전 공무원 선발시험과 관련해 중앙인사위원회의 채용담당자와 올바른 공무원 선발방식 등을 두고 담소를 나눈 적 있다. 기자는 전국 13개 시도가 매년 2~3회에 걸쳐 7, 9급 공무원시험을 각각 실시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라는 이유로 전국 통합 운영을 제안했다.
수험생들은 국가직, 서울시, 거주지 지방직 시험, 운 좋으면 본적지 기준 타 지방직 시험 등 요령만 꿰찬다면 연간 5~6개의 공무원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다. 수험생들의 응시기회는 줄어들지언정 시험운영의 효율성 극대화는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렇든 저렇든 지금은 14개의 광역시.도 중 서울시만 제외하고 13개 자치단체가 인사혁신처에 시험의 출제와 채점을 위탁운영하면서 한 날 한 시에 같은 문제로 시험이 실시되고 있다. 당시의 생각이 현실화됐다는 것이 다소 놀랍기도 하지만 당연한 귀결이다.
수십년의 관례와 수험생의 응시기회냐 거시적 효율성 추구냐 에서 지방공무원시험의 일괄실시는 후자를 따른 셈이다. 무엇을 결정하고 성사시키려면 군더더기는 과감히 털고 중요도 중심으로 가볍게 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눈치 저 눈치, 갑론을박에 휩싸이다 보면 탁상공방에 그치기 마련이다.
2007년 로스쿨법이 통과되고 2009년 로스쿨 개원과 동시에 변호사시험법 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사법시험을 2017년까지만 운영한다는 부칙조항 내용이 논란이 대상이 됐고 당시 강용석 의원 등 일부의원들은 “개천에서도 용이 날 수 있어야 한다”며 반대했다. 결국 “2013년 예비시험 재논의”라는 부대의견을 담고서야 현재의 법이 제정됐다. 2013년부터 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고 예비시험 주장은 사법시험 존치로 전환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수년간 이 문제를 두고 참으로 많은 공청회가 있었다. 사법시험 주장 측과 로스쿨 측이 배수진을 치고 맞서 왔다. 또 22일, 29일, 내달 5일 세 번에 걸친 사법시험 심포지엄이 대한법학교수회와 대한변호사협회 주최로 열린다고 한다. 한편으로 어떤 주장들이 나올지 기대된다. 또 한편으로는 반대 측은 배제된 채 또 매번 반복돼 온 논거가 등장할까봐 실망부터 앞선다. 로스쿨이 돈스쿨이네, 장학금이 많다네, 실무교육이 엉망이라네, 충실하다네, 등등 불 보듯 뻔한 공청회와 기고들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로스쿨이든, 법조단체든, 법과대든, 시민단체든, 집행부가 바뀌면 또 똑같은 논거가 계속 반복될 때면 진부함을 넘어 무력감마저 느껴진다. 이젠 바뀔 때도 됐을 법 한데도 말이다.
돈스쿨의 오명을 벗으려면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등록금을 낮추려고 노력하든가, 사법시험이 존치된다면 연간 수백억원의 국민세금이 들어가는 사법연수원제도는 어떻게 할 것인지 대안을 제시하든가, 실무교육이 엉망이라는 비판에 맞서려면 당당히 실력경쟁을 해보자고 맞서든가, 반대로 사법시험 출신이 한층 더 뛰어나다면 실증을 해 보이면 될 일이다.
기회균등이 왜 반드시 사법시험을 통해서만 가능한지, 왜 로스쿨만이 변호사배출의 전권을 가져야 하는지, 로스쿨에 대한 고비용을 인가기준으로 국가가 부추긴다면 이를 완화시키는데 사회적 힘을 빌리든지, 사법시험 출신은 사법연수원을 통해 국가적 혜택을 받은 것을 인정하든지 등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반박할 것은 반박하는 것이 순서다.
이제는 진부하고 비생산적인 논의에서 벗어나 이든, 저든, 결론을 맺을 만한 논거를 내 놓아야만 한다. 그래야 한층 진보된 중지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쉼 없이 달리다간 법학계, 법조계가 만신창이 될까 우려스럽다. 숨길 것도 없고 과장할 필요도 없다. 허심탄회한 설전(舌戰)이 보고 싶다. 그러면 해법은 나올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