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약 먹고 쉬었는데 감기가 왜 안 낫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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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약 먹고 쉬었는데 감기가 왜 안 낫는가?
  • 강경구
  • 승인 2015.04.2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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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구 열린내과 원장

요즈음 흔히들 자문자답하는 가장 흔한 말 중의 하나입니다. 여태까지 30~ 40 년 동안 감기 한번 안 걸리고 잘 살았는데 왜 이렇게 잘 안 낫나? 약국 약사들은 약만 팔기 바쁘지 안 나아도 가서 따질 수 없고 가면 더 비싼 약 먹으라고 할 테고~~~의사들한테 가면 주사 맞으라고 할 텐데 아파서 싫고~~~에휴! 이부자리 푹 덮고 잘 쉬어야지! 그 동안 내가 너무 무리했잖아! 그렇게 2일을 꼼짝 안하고 쉬어도 안 낫는구만? 투덜투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약국 약도 안 먹고 내 힘으로 이겨내야 한다. 저항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감기를 이겨내는 연습이 필요하다]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처방은 본래 산중에서 내려온 것입니다. 수도원이나 절 같은 데에서 그것도 요즈음이 아니라 약도 없고 의사도 없던 태고적 시절에 민간요법으로서 만들어졌던 것입니다. 위와 같은 처방이 아직도 널리 통용되고 준수되고 있는 곳이 다름 아닌 21세기 한국 수도 서울입니다. 그런 억지를 부리는 것에는 나름 이유가 있습니다. 평상시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채식을 주로 하면서 명상과 수행에 몰입하여 살아가던 수도원이나 절의 수행자들에게는 그렇게 해서 저항력을 키워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살아갔고 실제 그렇게 해서 형성된 저항력이 그들 체력을 지탱하여 준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막말 좀 하십시다. 서울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수도를 합니까? 채식을 합니까? 규칙적인 생활을 지켜 나갑니까? 깨끗한 물을 제대로 먹기나 합니까? 잠이나 제대로 잡니까? 이러한 기본이 닦여진 위에서 감기를 이겨내고 저항력이 배양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러한 기본 절차는 깡그리 무시하고 하나도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감기와 맨몸으로 맞장 떠서 저항력을 키워보겠다는 발상은 유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의사 입장에서 평가하건대 그야말로 [꼴값한다]라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와 과로로 지쳐 있는 자기 몸을 전혀 돌보지도 않고 맨 몸으로 격투기 챔피언과 결투를 신청하는 꼴입니다. 10중 8~~9 죽어라고 얻어맞고 케이오 당해서 병원으로 실려 오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서울에서 인구 천만이 넘게 몰려 산지 벌써 수 십 년입니다. 거기다가 고도로 도시화되어 가면서 자동차 대수도 엄청나고 온실화 현상 때문에 서울 상공에는 [에어 포켓]같이 오염 공기층이 뚜껑이 되어 덮어져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서울감기는 돈 들어야 낫는다]라는 유행어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푹 쉬거나 뒷동산 같이 공기 좋은 데에 가서 잘 먹고 놀면 다 나았습니다. 돈 안들이고 감기가 치료된 것이죠. 그런데 이제 그런 것은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요새는 돈 들여야 낫습니다. 병원 가서 주사 맞고 약 먹고 어떤 때에는 링거 수액제까지 맞아야 낫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현상을 [서울 거주세]라고 부릅니다.

공기 오염이 심하다는 서울에 사는 것을 우리는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시골 사람을 은근히 무시하고 [촌스럽게 여깁니다].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공기와 햇빛, 먹는 음식의 신선도 등의 면에서 볼 때에 시골 사람들이 서울 사람들에 비해서 월등히 좋은 환경에 있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시골사람들은 서울 사람들을 불쌍하게 여깁니다. 공기도 나쁜 데에서 좋은 음식도 못 먹고 고생들 많이 한다고 동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기가 나쁜 곳에서 살면서 병도 없이 공기가 좋은 데 사는 사람처럼 공기의 혜택을 바랄 수 있겠습니까?

다음으로 놓지기 쉬운 것이 바로 시민들의 치료 습관입니다. 분명히 단언하건대 여러분들은 [감기는 1~2번 병원 가면 낫는다]라고 확고하게 믿고 계십니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2주 이상 치료해야 낫습니다. 이제 독자들께서도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차렸으리라고 짐작합니다. 서울 시민들은 첫째, 항생제나 약에게 저항력이 증강된 세균들에게 포위되어 있어서 안 낫습니다. 둘째 서울시민들은 스트레스, 중노동, 일중독 등으로 저항력이 급격히 저하되어 있어서 안 낫습니다. 셋째로 서울 시민들은 서울의 공기, 대기 오염 등 때문에 안 낫습니다. 넷째로 서울 시민들은 문화적으로 우월한 환경에 있어서 그런지 시골사람에 비해서 더 잘 빨리, 더 쉽게 나아야 한다는 이상한 미신[?]에 빠져 있어서 안 낫습니다. 다섯째로 서울 시민들은 19세기 식으로 병원에 1~2 번 가면 낫는다는 속설에 매달려 있어서 치료를 게을리하기에 안 낫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읽으시면서 스스로에게 조금은 해답이 되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건강을 수호하는 의사로서 새로운 21세기 서울사람들에 대한 건강 수칙을 제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첫 째 감기 걸리면 바로 병원으로 간다. 둘 째 약국을 들리는 것은 시간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몸에게나 시간 낭비, 돈 낭비, 몸[체력] 낭비이다. 셋 째 공기 질이 극도로 악화되어 있는 환경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빨리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넷 째 병은 빨리 낫는 것이 제일 좋다는 자명한 명제를 체득한다.

강경구 열린내과 원장은
1976년 서울의대를 졸업한 뒤 1982년 소화기 내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1988년 서울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수수했고 이래 심장초음파 시술, 내과 과장, 부장, 원장을 거쳤다. 중국 부여-고구려 유적 답사팀 주치의, 문학 석사 학위 취득, 봉은사 무료 진료소 설치, 서울역 노숙인 진료소 설치, 서울시 봉사상 수상 등 왕성한 의료,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 열린내과 02) 877-0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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