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야, 이 도적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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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야, 이 도적놈들아!
  • 오시영
  • 승인 2015.04.0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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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야, 이 도적놈들아!” 2015년 4월, 많은 국민들이 “진짜 도둑놈들”에게 이렇게 고함지르고 싶어 할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생부터 욕을 입에 담고 산다. 중학생으로 올라가면 욕이 더 강하고 심해진다. 고등학생으로 올라가면 그것은 더 심하다. 대학생이 되면 조금 덜해지기는 하지만, 제자들 흉을 보는 것 같아 조심스럽지만, 대학교 강의실 복도에서 대학생들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로 대화를 하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요즘 아이들은 꼭 적의를 가지고 하는, 저주를 위한 상말이라기보다는 그냥 일상적으로 욕을 입에 달고 산다. 욕이 일반 대화의 추임새처럼 되어 버린 형국이다. 이런 욕설대화법이 점차 사회전반으로 번져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 기억 속에는 군 졸병시절, 고참병이 졸병들을 괴롭히면서 했던 “날아가는 참새 뭣을 봤냐.” 하던 그 욕, 졸병들을 아무런 이유 없이 구타하면서 자신은 실실쪼개면서 하던 그 욕이 가장 심한 욕이 아니었나 싶다. 그 상말을 해대던 고참병의 이름과 얼굴이 4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한 것을 보면, 언어, 특히 욕이 사람에게 주는 상처는 아주 깊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평소에 욕을 하지 않는다. 차를 처음 운전하게 되었을 때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첫 번째 약속이 “운전하는 도중 어떤 일이 있어도 욕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난 후 난폭운전을 하며 끼어들기 하거나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주변의 어떤 교통상황에서도 정말로 욕을 하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해도 욕이 나올 상황인 경우에 부딪히게 되면 “처음 했던 저 약속”을 중얼거리며, “그래 나는 욕을 하지 않기로 했지.” 하는 자기 확인의 말을 소리 내어 하는 버릇이 생겼고, 그렇게 소리 내어 말을 하면 욕을 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는 경험을 수도 없이 많이 했다.

하지만 요즘, 자원외교라고 수십조 원의 국가예산을 허공에 날려버린, 국민의 세금을 탕진해 버린 국가공무원들과 공기업 관련책임자들을 향해서는 “저 도적놈들!”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국방력을 강화한다며 무기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단가를 부풀리고, 중고품으로 대체하고, 연구비를 부풀려 수천억 원의 국가예산을 빼돌린 군수업자와 뇌물을 먹고 부화뇌동한 몇몇 참모총장을 비롯한 군수뇌부들을 향해서는 “야 이 도적놈들아!”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몇 백억 원의 예산이 없다며 수십만 명의 아이들 급식비지원을 끊어 경상남도 아이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학부모들의 맹렬한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다른 쪽에서는 그 돈의 수십 배, 수백 배나 되는 돈을 헛군데에 낭비하고 있으니, 진짜 도둑놈들이 아니고 그 무엇인가 말이다.

우리 앞에 놓여진 평화의 길과 전쟁의 길, 이 두 길 중 전쟁의 길을 택한 업보가 도둑놈들 양산이라는 슬픈 국가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싶다. 지나친 극단논리의 전개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논리를 단순화하는 계량법으로 흔히 사용되는 학문적 비교 방법이 두 논리의 비교를 통한 논리의 전개에 익숙하다 보니 이런 방식의 설명모형을 종종 밟게 된다. 1979년 이전까지 친미정권이었던 이란이 호메이니의 이란혁명이후 반미국가로 돌아서고, 36년간의 대립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양국이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이란핵협상이 타결되고 앞으로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풀리면서 양국 간의 긴장관계가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36년간의 대립 속에서 이란의 독자노선은 항시 미국에게는 골치 아픈 숙제였고, 이란 역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경제제재로 석유수출의 길이 막히고 국민경제가 피폐의 악화일로로 치달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대립과 갈등, 전쟁과 반목으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 양국 정상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두 나라는 이란핵문제를 타결할 수 있게 되었고, 동시에 미국은 핵확산을 막는 정치적, 군사적 실리를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이란은 경제제재의 해제를 통해 이란국민이 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이제 북한의 핵문제가 어찌 보면 유일한 비핵화 문제로 남게 되었다. 중동의 석유를 둘러싼 갈등구조가 미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실재 지난 30여 년간 끊임없이 세계적 전쟁의 화약고 노릇을 해온 중동에 비하면 북한은 미국에게 있어 양반인지도 모른다. 걸프전으로 명명되었던 쿠웨이트를 둘러싼 1, 2차 걸프전, 독재자였던 후세인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려고 미국이 주도적으로 일으킨 이라크전쟁, 현재진행형인 IS와의 전쟁 등 중동은 여전히 세계전쟁의 화약고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제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타결로 그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비해 북한은 위험한 전쟁발발가능성이 상존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평화로운 상태인 것이 현실이다. 6ㆍ25전쟁이후, 김신조 일당에 의한 1.21청와대습격사건, 1976년 여름의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프에블로호 납치사건, 최근의 천안함사태(이에 대해서는 아직도 정부발표를 못 믿겠다는 반대의견이 주장되고 있기는 하다), 연평도포격사건 등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분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중동의 대규모 전쟁에 비하면 미국의 입장에서는 거의 분쟁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형국이라고 하겠다.

그렇지만 이러한 남북 간의 대치상황은 정치권의 “종북몰이” 여론을 중심으로 진보와 보수 양 진영 사이에 첨예한 대립을 낳고 있고, 그 와중에 북한의 남침 위험성이 과장되게 부풀려진 측면이 없잖아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적으로 북한에 비해 30배 이상의 국력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주한미군이 상주하며 전쟁억지력을 발휘하고 있는 군사적 강국인 대한민국을 상대로 개성공단에서조차 기본급이 월 70.35달러(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한 달에 불과 8만 원 정도로 우리의 하루 평균 일급도 되지 않는 적은 돈이다, 지금 북한이 이를 5.18% 올려 74달러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남한 기업이 너무 많이 올려 달란다며 거부하고 있어 협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에 불과할 정도로 가난한 북한이 전쟁을 도발한다는 것이 언감생심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인데도 그렇게 말하면서 남북 간의 대결은 이미 사실상 끝났으므로 두려워할 것이 없다고 말하면 그냥 “종북주의자”라고 몰아붙여 버리면 더 이상 할 말을 못하게 만들어 버리는 괴상한 현상이 자주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종북주의”라는 한 울타리에 진보를 가두어 두면서 “북한의 전쟁도발가능성을 극대화” 하는 방법으로 전쟁의 위험성을 과장하다 보니, 안보태세를 강화하여야 한다면서 우수한 성능의 무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자연스레 힘을 얻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과 같은 무기 로비스트들이 활보를 하며 100원짜리 무기를 1,000원에 구입하도록 온갖 서류를 조작하고 군관계자들을 뇌물로 구워 삼아, 군 장성을 비롯한 무기도입관련자들을 구운 생선토막으로 만들거나 통닭구이로 만들거나 바비큐로 만들어 자기들 입맛대로 씹어대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납품비리업자들이 전직 공군참모총장이나 해군참모총장을 비롯해(거슬러 올라가 보니 국정원장, 국방부장관 등도 무기납품비리를 둘러싸고 교도소에 간 이들이 있다) 수많은 장성들이 군무기 구입을 둘러싼 전과자, 그냥 쉽게 말해 “국고를 축내는 도둑놈들”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이제는 곪을 대로 곪아 터지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서 “매국노 같은 행위”라며 발본색원하라고 했겠는가? 군이라는 암흑천지의 집단, 국가안보라는 미명 하에 모든 진실의 노출을 철저한 방어벽으로 차단하고 있는 집단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는가? 진실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지 않으니, 밝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집단이기주의가 기능하고 있으니, 무기현대화를 위한 계획을 세운다는 미명 하에 국가예산을 얼마나 돌라먹을 것인가를 계획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부터 드는 것이다(물론 진정 국가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불철주야 투철한 군인정신으로 무장하고 국가수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수많은 진정한 군인들에게는 말로 다할 수 없는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같은 맥락에서 해외자원외교를 한답시고, 전혀 수익성이 고려됨이 없이 수십조 원의 국민혈세를 무차별적으로 투입하며 곳감을 빼먹은 이들이 있다면 이들 역시 “도둑놈들”임에 틀림없다. 여야 간에 국회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하지만, 이러한 범죄사실에 대한 수사야말로 특별검사를 임명해서 하는 것이 가장 타당한 방법이라 하겠다. 현재의 검찰도 지휘부가 상당수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있음을 정황상 알 수 있는 상황에 이른 지금, 진실규명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한 특별수사검사가 맡아서 전방위적인 수사를 실시하는 것이 옳다고 하겠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형사처벌면책의 특혜를 주는 한이 있더라도 진실규명을 위해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진짜 도둑놈들이 넘쳐나고 있다. 잡범 수준의 도둑놈이 아닌 국고를 털어먹겠다는 간 큰 도둑놈들이 높은 자리에 앉아 권세를 누리고 있다. 그들 눈에 진정한 국가안보가 보이겠으며, 진정한 국리민복이 생각이나 나겠는가? 오로지 검은 돈, 제 호주머니에 들어올 것 같은 눈 먼 돈이 굴러다니는 것만 보이지 않겠는가? 국가안보를 강화하겠다며, 국가경제를 살리겠다는 허울 좋은 미명 하에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그런 계획을 집행하면서 떡고물 정도가 아니고 아예 떡을 몇 점 잘라내어 먹어치워 버리는 저 탐욕의 도둑놈들이 넘쳐나는 세상, 전직 이명박 대통령을 국회 해외자원외교의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이 “나라 체면에 말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되지 않은 말”을 공공연히 하는 권영동 새누리당 의원이 국정조사위원회의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평화의 길로 나아가면 비리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국가예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이 모색될 것이다. 국민들의 욕이 줄어들 것이다. 국민들이 받게 되는 스트레스가 줄어 들 것이다. 대학생들이 “이민을 가기 위한 계”를 조직하는 대한민국은 진정 올바른 국가가 아니다. 문득 국가가 10조원의 예산을 풀어 최저 생계상태의 국민 50만 세대에게 2천만 원씩만 지급한다면, 세대 당 4 명의 가족을 가정한다면 적어도 200만 국민의 생활이 그래도 살만한 세상으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황당한 상상을 해본다. 자원외교에 쓰였다는, 거의 회수불가능하게 되고 말 것이라는 100조 원 가까운 돈의 10분의 1만 풀어도 대한민국이 천국이 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소득주도성장론과 최저빈곤층의 국민에게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국가정책도 한 번 심도 깊게 연구해 볼 일이다. “야 이 도적놈들아!”하는 국민의 원성이 잦아지게 하는 방법은 정의를 구현하는 방법밖에 없다. 정의를 실현하는 데는 전혀 돈이 들지 않는다. 왜 돈이 들지 않는 방법을 택하지 않고, 사회갈등구조를 자꾸 양산하여 국가의 예산을 헛되게 낭비하는 것일까? 지혜롭다는 사람들이 왜 전쟁의 길을 택해 세상을 이처럼 흉포하게 만드는 것일까?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저 화려한 벚꽃이 과연 며칠이나 갈까. 도적놈들의 영광은 과연 몇 년이나 갈까. 헛되고 헛되고 헛되다는 솔로몬 왕의 독백이 새삼스럽다. 착하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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