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덕윤의 언어논리 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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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덕윤의 언어논리 이야기(2)
  • 문덕윤
  • 승인 2015.03.2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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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덕윤
베리타스 PSAT 언어논리 전임

안녕하세요. 2주 사이에 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날씨도 따뜻하게 풀리고 이제 조금 지나면 꽃도 피겠네요. 마음이 들뜨기 쉬운 계절입니다. 수험을 빨리 끝내려면 꾸준히 집중하는 것도 중요한 능력입니다. 매일 하나씩 하나씩 진도를 맞춰 나가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이 쌓이면서 합격이라는 소중한 결과가 여러분 것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그럼 오늘도 우리의 독해 습관에 대한 점검을 해 보겠습니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읽기에 대한 얘기를 나눠보면, 고민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Q1 : 지문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잘 정리되지 않아요.

Q2 : 분명히 지문은 잘 이해한 것 같은데, 선택지 내용이 처음 본 것 같아요.

우리가 분명 정상적으로 대학 나온, 나름 고등교육 받은 사람들인데요. 언어논리 기출문제를 풀어보면 생각보다 수월하게 풀리지는 않아서, 혹은 기대한 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아서 의아하곤 합니다. 1교시 언어논리는 지금까지 우리의 읽기 습관에 대한 점검부터 출발합니다. 제가 문제를 하나 제시하겠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한번 풀어보세요. 풀이 시간은 2분입니다.

[구조독해 테스트] ㉠과 같이 판단하는 이유로 옳은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 정책에는 문제가 있었다. FRB 산하 12개 지역별 중앙은행 이사들은 대부분 회원 은행 출신으로, 여타의 지방 은행 은행가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따라서 그들은 어음 평가나 할 줄 알았지 불황기에 할인율을 인하하여 통화량을 늘리거나 호황기에 할인율 인상으로 통화량을 줄여야 하는 통화 정책에는 거의 문외한이었다. 이들이 점차 과열되는 주식 시장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FRB는 주식 시장을 직접 통제할 수는 없었지만 은행에 대한 할인율을 조정함으로써 은행이 고객에게 주식 매입 자금을 여신하는 업무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그러나 FRB가 할인율 인상을 통해 은행 여신 이자율을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주식 투자에서 높은 차익을 기대하던 투기꾼들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은행도 고객의 주식 일부를 담보로 하여 대출을 해 주었는데, 이러한 신용 구조는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때는 괜찮지만 일단 하락하게 되면 한꺼번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 주식 시장이 붕괴했을 때 FRB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했으나, FRB는 즉시 통화 팽창 정책을 쓰는 대신 오히려 통화 공급을 줄이는 정책을 택하여 심각한 디플레이션을 야기했다. 그 결과 실질 이자율이 상승하면서 기업의 투자 심리는 형편없이 냉각되었다. 이것이 주식 시장의 붕괴가 대공황으로 이어지게 된 과정이다.

①어음 평가나 하였을 뿐 호황기에 할인율을 인상하여 통화량을 줄이지 않았다.

②주가 폭락으로 인해 자산 가치가 폭락한 기업에 대해 신용을 제공하지 않았다.

③주식 시장이 과열되었을 때 할인율을 인상함으로써 은행의 여신 활동을 제약하였다.

④은행이 고객에게 충분한 담보 없이 주식 매입 자금을 여신하는 것을 규제하지 않았다.

⑤주식 시장이 붕괴했을 때도 여전히 금융 긴축 정책을 취하여 물가 하락을 가속시켰다.

㉠과 같이 판단하는 이유로 옳은 것은?

-. 발문 분석(출제자의 의도 파악) : 글쓴이는 ㉠을 주장하여 FRB의 통화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화제는 통화정책이며, “왜”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인지 문단 안에 반드시 정보가 있으니, 구조독해를 통해 전제를 파악해야 한다.

-. 구조 독해의 과정

 

이 문제에서 학생들은 통화정책이라는 단어를 보고 각자의 두뇌 사전을 뒤집니다. 이제 통화정책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덜컥 겁이 나면서 두려워집니다. 이 두려움이 합리적인 독해를 방해하는 겁니다. 그래서 과도하게 배경지식을 집어넣어 ‘막연하게’ 비판적으로 읽거나, 지문의 내용에 집중하지 못한 채 ‘상식적으로’ 선택지 중 가장 맞는 것처럼 보이는 진술을 선택하는 직관적 독해를 하게 됩니다.

구조독해는 철저하게 지문 구성의 원리에 따른 읽기를 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머릿속에 토대를 쌓는 과정입니다. 개념이 튀어나왔을 경우, 절대로 긴장하지 마세요.

핵심 개념은 반드시 문맥에서 정의하고, 독해에 사용할 속성을 노출합니다.(완결성 원리)

뒤집어 얘기하면, 정의되지 않은 개념은 어차피 중요한 화제가 아닌 겁니다.

이 지문에서 통화정책의 속성은 “불황기에 할인율을 인하하여 통화량을 늘리거나 호황기에 할인율 인상으로 통화량을 줄여야 하는”입니다. 따라서 이후 서술되는 사례는 불황기와 호황기라는 시간적 범주에 따라 구체화될 것입니다. 그래야 좋은 지문이니까요. (일관성 원리)

지문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과열되는 주식 시장

(호황기)

주식 시장의 붕괴

(불황기)

할인율 인상

통화 공급을 줄이는 정책

통화정책 문제없음. 다른 요인이 문제

통화정책이 문제

여기까지 구조독해가 끝났다면 답은 매우 쉽게 보이시죠? 불황기의 실책을 지적하는 ⑤번이 답입니다.

그리고 출제자는 독해자가 저지를 수 있는 오독의 경로를 파악하여 나머지 선택지들을 구성합니다.

오독이 일어날 수 있는 경로가 크게 두 군데 보입니다.

(1) 글쓴이가 할인율과 통화량이라는 두 가지 속성을 이리저리 바꿔가면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독해자의 입장에서는, 특히 배경지식이 부족하다면 흐름을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2) ㉠에서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호황기의 통화정책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어조의 충돌이 일어나면 독해자의 직관을 굉장히 혼란스러워 합니다. 그래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다른 요인을 어떻게는 찾아서 기억에 담으려고 하게 됩니다.

◎ 오답 선택지 읽기 

①어음 평가나 하였을 뿐/ 호황기에 할인율을 인상하여 통화량을 줄이지 않았다.

: 내용 불일치. 호황기에는 할인율을 인상하는 정책을 사용했습니다. 오독의 경로(1)이 선택지로 구현되었습니다.

②주가 폭락으로 인해 자산 가치가 폭락한 기업에 대해/ 신용을 제공하지 않았다.

: 화제 이탈. 통화정책에 대한 비판이 아닙니다. 오독의 경로(2)가 선택지로 구현되었습니다.

③주식 시장이 과열되었을 때/ 할인율을 인상함으로써/ 은행의 여신 활동을 제약하였다.

: 호황기에 할인율을 인상한 것은 적절한 통화 정책입니다. 오독의 경로(2)를 활용한 선택지입니다.

④은행이 고객에게 충분한 담보 없이 주식 매입 자금을 여신하는 것을/ 규제하지 않았다.

: 화제 이탈. 통화정책에 대한 비판이 아닙니다. 오독의 경로(2)가 선택지로 구현되었습니다.

이처럼 독해 문제는 글쓴이와 독자 사이의 의사소통 경로를 체계적으로 재구성한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상대방의 사고 흐름이 논리적으로 재구성되지 않는다면 선택지에 바꿔쓰기한 내용이 새로운 정보처럼 보여 답을 쉽게 골라낼 수 없게 됩니다. 저는 독해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의사소통의 과정에서 은연중에 상대방의 목소리보다 내 목소리를 더 크게 내고 싶어 합니다. 내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이 내 능력에 대한 입증이고, 그래야 사람들이 나를 작게 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마음의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런 두려움이 오독의 경로를 만들어 냅니다. 경청을 가로막는 심리적 편향이 사라지면 상대방이 내게 전달하고 싶어 하는 말을 왜곡 없이 수용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면서 쌓이는 것이 독해력 아닐까요?

그럼, 위의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겠습니다.

Q1 : 지문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잘 정리되지 않아요.

A1 : 정보의 양이 많고 잊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심리적 부담이 지문의 구조를 보는 것을 가로막아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눈으로 대충 읽고 직관적으로 기억하려는 습관을 버리고, 정확하게 밑줄을 그어 지문구조를 파악하고 정리노트로 축약해보는 “구조독해 훈련”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시험장에서 이렇게 다 할 수 있을까?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아니야?’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기본적인 언어 사용 습관이 교정되지 않으면 읽기 속도를 올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물론 시험장에서는 모든 지문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밑줄 긋기로 ‘훈련된 이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읽기의 과정 전체에 대한 객관화된 훈련이 선행되어야 독해력의 토대가 튼튼해지는 것입니다.

Q2 : 분명히 지문은 잘 이해한 것 같은데, 선택지 내용이 처음 본 것 같아요.

A2 : 선택지 내용이 지문을 재구성하여 ‘바꿔쓰기’했기 때문에 낯설어 보이는 현상입니다. 지문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경우, 학생들은 언어적으로 경직된 상태에서 개념을 외우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두 가지 문제가 나타납니다.

첫째, 암기 과정에서 두뇌는 습관적으로 내용에 함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요 사항을 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집중력을 끌어올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암기 과정에서 개념 간의 연결 관계인 구조와 역할에 대한 주의력이 떨어집니다. 그런데 지문의 구조는 논증을 구성하는 중요한 축입니다. 게다가 내용 표현은 선택지의 바꿔쓰기 단계에서 다른 표현으로 바뀌거든요. 반면에 구조와 역할은 문맥을 구성하기 때문에 바꿔쓰지 않는 부분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이를 놓쳤기 때문에 선택지 단계에서 혼동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나는 지문을 잘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문 이해 단계에서부터 놓치는 게 생긴 겁니다. 구조독해에 익숙해졌을 때 가장 큰 수확이 바로 선택지 단계의 분석에 강해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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