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딱지 떼이는 미 국무장관과 공직관(公職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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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딱지 떼이는 미 국무장관과 공직관(公職觀)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02.13 12:3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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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최근 미국 존 케리 국무부 장관이 제설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 5만원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한다. 보스턴의 자택 앞에 쌓인 눈을 치우지 않자 시(市)는 ‘딱지’를 뗐다고 한다. 눈이 많이 내리는 보스톤시는 보행자의 안전과 통행권 보장을 위해 집 주변 보도를 주인이 치워야 하고 치울 때까지 하루 50달러씩 벌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무부 장관이면 얼마나 바쁠까 라는 생각에 앞서 신분,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이같은 딱지를 뗀다는 미국 사람들의 인식이 부럽기만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50년 이후에나 가능할 법한 얘기다. “내가 누군지 알아”라며 범법, 비위행위를 교묘히 빠져나가는, 강자에게 한 없이 굽실거리지만 약자에겐 호가호위(狐假虎威) 위세까지 동원하는 ‘허풍과 호통 문화’가 사회전반에 만연한 탓이어서 좀처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막사이사이 상(Magsaysay prize)이 있다. 필리핀의 전 대통령 라몬 막사이사이(1907~1957) 제3대 대통령(1953~1957년)을 기리기 위해 1957년 제정된 국제적인 상이다. 항일전쟁 영웅으로서 2차대전 이후 필리핀을 발전시키고 검소하고 겸손했던 그의 업적을 추모하고 기념하는 뜻으로 제정된 것이다. 그의 일화는 꽤나 유명하다. 그는 재임기간 중 대통령 의전을 거부하고 자가 운전을 빈번히 했다고 한다. 신호 위반으로 딱지를 받게 된 상황. 교통 경찰관이 신원확인에 “이름 막사이사이, 직업 대통령”이라며 응했고 “급히 서두르나 면허증을 소지 못했다”며 딱지발부에 흔쾌히 응하곤 했다 한다. 기자가 고등학교 시절 사회 수업 중 은사님으로부터 이 일화를 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딱지를 떼는 공무원의 공직관도 부럽고 이에 순순히 응하는 고위 공직자의 공직관도 부럽다. 불과 몇 년 전 기자가 경험한 일이 떠오른다. 서울역 앞 횡당보도를 지나려는데 경찰과 안전요원들로 보이는 이들이 횡단보도 곳곳을 점령하곤 한동안 시민들의 통행을 통제했다. 무슨 일인가 물어볼까 망설였지만 한참 후에서야 대통령 의전차량이 지나가는 것을 알게 됐다. 국가 비상상황도 아닌, 그렇게 급해 보일 법도 없어 보이는데 대통령이 지나간다는 이유만으로 대로변 곳곳에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어야 했다.

9급부터 대통령까지 대한민국 모든 공무원은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다만 공무의 경중이 있을 뿐이지, 공직 가치와 공직관은 동일하고 또 동일해야 한다.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국민에 봉사하기 위한 것이다. 공직자의 공직관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공무원 채용에서 공채 비중이 줄고 민간경력 등 특채확대를 정부는 예고했고 최근 대기업 출신의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취임하면서 실제 가시화되고 있다. 심지어 해외 유학파 채용도 시사했다. 관피아 척결과 공직 전문성 제고에서 시작됐지만 결국 복지부동의 공직문화를 개선하고 전문성 강화 및 국가 경쟁력 향상과 공직 활성화를 꾀한다는 대의로 확대된 취지다. 또 공채에서도 앞으로 면접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공직 입문에서 될 성 부른 떡잎을 가려낸다는 것은 적극 찬성한다. 또 적절한 경력특채 확대 또한 건설적 방안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 공직 내의 현실적 문제를 입문 과정의 문제로 일반화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공무원들의 잔업수당을 타기위해 출입카드를 부정사용한 일이 대서특필되던 사건들이 채 기억에서 멀어지기도 전에 최근에는 같은 맥락에서 실리콘 지문복사를 이용한 기가 막힌 편법까지 동원한 사실이 보도됐다.

한 때 국내 영화를 통해 회자됐던 ‘너나 잘 하세요’라는 유행어가 세삼 떠오른다. 애초부터 좋은 공무원이 되겠다며 전국의 무수한 인력들이 청춘을 불태우고 있다. 이들의 공직관이 아무래도 타 직업에서 머무르다 공직에 입직하는 이들보다야 더 낫지 않을까 싶다. 공직관은 억지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 의지의 소산물일 때 의미가 크다. 그런 공무원을 우선 선발해야 한다. 누차 강조하지만 공직 선발에서 지나친 경력특채 확대는 재고(再考)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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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15-02-26 22:30:07
이 기자는 사시와 행시에서 완전히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는 듯... 이 기자의 입으로(엄밀히 표현하면 글로) 사시때문에 법조계 병폐가 만연한다고 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요기서는 공직자의 병폐를 시험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ㅉㅉ

지나가다 2015-02-26 22:30:07
이 기자는 사시와 행시에서 완전히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는 듯... 이 기자의 입으로(엄밀히 표현하면 글로) 사시때문에 법조계 병폐가 만연한다고 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요기서는 공직자의 병폐를 시험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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