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에도 계층이동 사다리가 점차 사라지면서 대물림된 가난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저소득층 5명 중 1명만 빈곤 상태에서 탈출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7일 발표한 ‘2014년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층이었던 사람이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으로 계층 이동을 한 비중(빈곤탈출률)은 22.6%에 불과했다. 이는 최근 8년 새 최저치다. 반면 고소득층 4명 중 3명은 여전히 고소득층에 남았다. 특히 고소득층이었다가 저소득층이 된 사람은 0.4%에 그쳐 역대 조사 중 가장 낮았다. 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하고 부자인 사람은 계속 부자로 남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대물림된 가난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것은 그동안 ‘성공의 사다리’가 돼 왔던 교육제도가 고비용 구조로 바뀌면서 오히려 계층이동의 장벽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소득에 따라 자녀의 점수까지 영향을 받을 정도이다. 나아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도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소위 있는 집안의 자제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만들고, 사법시험은 2017년 폐지할 예정으로 있는 게 대표적으로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를 막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공직사회도 전문성과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을 앞세우며 공채를 대폭 줄이고 경력채용을 더욱 늘리는 방향으로 가려는 것도 계층이동의 문을 더욱 좁게 만드는 정책이다.
가난의 대물림을 막고 역전의 사다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모의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동등한 교육 기회를 주기 위해 공교육을 강화하고, 사법시험을 존치시키고 또한 5급 공채의 선발인원을 더욱 늘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제도로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만들어야 개인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확대되고 궁극적으로 국가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계층이동의 가능성이 커지고 왕성하게 이루어지는 사회는 건강하게 되고 중산층이 두터워질 뿐 아니라 사회불안도 줄어들면서 성장이 지속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법시험 존치와 공채 확대를 통해 누구나 노력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청년들에게 되찾아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국회는 희망의 사다리인 사법시험 존치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국회는 계류 중인 사법시험 존치 법안들이 하루빨리 빛을 볼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 법조계도 로스쿨과 사법시험을 병행하는 것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새 대한변협회장에 당선된 하창우 변호사나 김한규 신임 서울변회장 역시 사법시험 존치 공약으로 단체의 수장이 된 것도 변호사들의 사법시험 존치 바람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이다.
사법시험 존치는 고비용구조인 로스쿨 제도에 대한 보완책으로 대학을 못가는 사람, 대학을 진학하였으나 로스쿨을 못가는 청년들에게 법조인이 될 수 있는 희망의 사다리를 걸어주고, 희망의 작은 싹을 틔우자는 것이다. 사법시험 존치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로스쿨을 보완하고, 약자를 위한 작은 희망의 싹을 법조계에 남겨두자는 의미다. 로스쿨 측에서도 반대할 명분이 없다. 사법시험 존치가 로스쿨 안착의 걸림돌로 보고 반대하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로스쿨의 문제는 로스쿨 제도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지 양성 루트가 다른 사법시험과는 무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무원 공채 비율을 줄이려는 방침도 철회돼야 한다. 공채야말로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기회 균등의 공정한 선발제도라고 보기 때문이다. 공직에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전문직에 걸맞는 처우와 근무여건이 중요한 것이지 공채냐 경채냐가 아니다. 설령 공채로 인해 문제점이 있다면 그것을 보완하는 게 우선이지 설익은 다른 처방을 내놓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특히 경채와 민간경력채용 확대는 좋은 교육과 많은 스펙을 갖출 수 없는 서민의 자제들은 공직 입문의 길도 막히고 고위 공무원 길도 막히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계층이동이 왕성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가난이 대물림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가난의 대물림을 막고 역전의 사다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법시험 존치와 공채 확대가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