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감기는 약 먹고 쉬어본다? 병원부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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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감기는 약 먹고 쉬어본다? 병원부터 간다?
  • 강경구
  • 승인 2014.11.2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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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구
열린내과 원장

서울에서 인구 천만이 넘게 몰려 산지 벌써 수 십 년입니다. 거기다가 고도로 도시화되어 가면서 자동차 대수도 엄청나고 온실화 현상 때문에 서울 상공에는 [에어 포켓]같이 공기층이 뚜껑이 되어 덮어져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서울감기는 돈 들어야 낫는다]라는 유행어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푹 쉬거나 뒷동산 같이 공기 좋은 데에 가서 잘 먹고 놀면 다 나았습니다. 돈 안들이고 감기가 치료된 것이죠. 그런데 이제 그런 것은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요새는 돈 들여야 낫습니다. 병원 가서 주사 맞고 약 먹고 어떤 때에는 링거 수액제까지 맞아야 낫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현상을 [서울 거주세]라고 부릅니다.

감기에 대한 전통적 자가 치료 방식이 전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우선 [감기는 무슨 약을 먹느냐? 잘 쉬고 영양분 충분히 공급받으면 되지!] 라는 생각부터 점검해 보겠습니다. 우선 그것은 지금 당장 시골에서 사는 사람에게는 아직도 유효하고 맞습니다. 그러나 서울 사람은 그래도 안 낫습니다. 안 낫는 정도가 아니라 잘못하면 사람 잡습니다. 첫 째 서울사람은 절대 쉬는 법이 없습니다. [일중독 한국인]이라는 널리 알려진 평가가 바로 서울 사람들을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감기는 쉬어야 낫는다]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실제로는 한 시간도 쉬지 않고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바로 서울 사람들입니다. 아마도 저의 이러한 단정적인 어법에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은 많을지 몰라도 그 내용에 대해 부정을 하실 분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러니까 그러한 통속적인 믿음은 근본부터 자기기만이고 자기모순에 빠진 생각임이 바로 드러납니다.

그 다음으로 요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감기는 약국에서 약이나 먹고 며칠 두고 보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지금도 군 단위 이하의 읍이나 면 소재지에서는 아직도 이렇게 하여서 훌륭한 효과를 봅니다. 그러니까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런데 틀린 것이 바로 [서울]에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서울 사람들에게는 이 말이 틀립니다. 우선 첫 째 서울 공기는 읍이나 면소재지와 완전히 다릅니다. 공기의 질에 따라서 감기가 낫는 속도가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그것은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듯합니다. 공기 질이 형편없이 나쁜 서울에서 시골 읍이나 면소재지에서 통하는 방식이 통할 리 없습니다. 당신은 읍에서 살고 계십니까? 서울에서 살고 계십니까? 반문해 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장소 감각이 많이 무뎌졌습니다. 주거지 환경에 대한 관찰력이 엄청나게 떨어진 현대 서울 사람들의 경직된 사고방식이 묻어납니다.

더구나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차마 [약국약도 안 먹고 이겨내야 한다. 저항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감기를 이겨내는 연습이 필요하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본래 산중에서 수도원이나 절에 약도 없고 의사도 없던 시절에 민간요법으로서 만들어졌던 위와 같은 처방이 아직도 널리 통용되고 준수되고 있는 곳이 다름 아닌 한국 수도 서울입니다. 감기가 저항력을 키워 주는 것이 아님이 분명한데도 그런 억지를 부리는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평상시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채식을 주로 하면서 명상과 수행에 몰입하여 살아가던 수도원이나 절의 거주민들에게는 그렇게 해서 저항력을 키워 갔고 실제 그렇게 해서 형성된 저항력이 그들 체력을 지탱하여 준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서울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수도를 합니까? 채식을 합니까? 규칙적인 생활을 지켜 나갑니까? 깨끗한 물을 제대로 먹기나 합니까? 이러한 기본이 닦여진 위에서 감기를 이겨내고 저항력이 배양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러한 기본 절차는 깡그리 무시하고 하나도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감기와 맨몸으로 맞장 떠서 저항력을 키워보겠다는 발상은 유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스트레스와 과로로 지쳐 있는 자기 몸을 전혀 돌보지도 않고 격투기 챔피언과 결투를 신청하는 꼴입니다. 죽어라고 얻어맞고 케이오 당해서 병원으로 실려 오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요즈음 감기 철입니다. 중세 시대 이래로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건강 상식은 근본 가정이 있습니다. 의사가 없고 약도 없으며 공기는 청량하고 조선 500년처럼 온 나라가 열심히 도덕만 닦고 살아간다는 전제 말입니다. 그러던 시절에 만들어진 건강수칙이 현대 서울에서 아직도 위력을 떨치고 있는 것에 대해 분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건강을 수호하는 의사로서 새로운 21세기 서울사람들에 대한 건강 수칙을 제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첫 째 감기 걸리면 바로 병원으로 간다. 약국을 들리는 것은 시간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몸에게나 시간 낭비, 돈 낭비, 몸 낭비이다. 둘 째 우리가 공기 질이 극도로 악화되어 있는 환경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셋 째 병은 빨리 낫는 것이 제일 좋다는 자명한 명제를 체득한다.

강경구 열린내과 원장은
1976년 서울의대를 졸업한 뒤 1982년 소화기 내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1988년 서울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수수했고 이래 심장초음파 시술, 내과 과장, 부장, 원장을 거쳤다. 중국 부여-고구려 유적 답사팀 주치의, 문학 석사 학위 취득, 봉은사 무료 진료소 설치, 서울역 노숙인 진료소 설치, 서울시 봉사상 수상 등 왕성한 의료,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 열린내과 02) 877-0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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