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65 / 오피스빌딩 가치추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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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65 / 오피스빌딩 가치추계 1
  • 이용훈
  • 승인 2014.11.1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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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얼마 전 체인 음식점 사장인 지인을 수 년 만에 만났다. 경상도에 한정된 그의 매장은 시레기국 단품만 취급한다. 사정상 아침을 밖에서 해결해야 하는 급여소득자에게, 점심·저녁 식대보다 저렴하면서도 토스트·김밥보다 든든하며 집밥느낌까지 풍기는 메뉴로 손색없는 아이템을 고른 것이다. 그럭저럭 잘 굴러가고 있고 여건이 되면 서울, 수도권에 중장기적으로 진출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농담 반 진담 반 윗지방에 진출하면 필자 몫 한 곳은 떼 달라고 요청했다. 메뉴 단출해 운영하기 수월하고 아침, 점심 두끼 장사만 하면 되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급여 소득자로서의 종말이 언제 올지 모를 필자 역시 노후 생각에 ‘불쑥 나 좀 챙겨달라’는 소리가 튀어 나왔을 것이다.

신규 점포를 여는 이가 업태를 고르는 것 못지않게 신경써야 하는 것은 목표 수요층 설정 부분이다. 어떤 물건, 어떤 메뉴로 승부할까 고민하는 것만큼, 품질을 어떤 고객층에 맞출지 정해야 함을 말한다. 가격전략을 짜면서 확정되는 시장 세분화 전략은 이 물건과 서비스를 소비할 자의 지갑 두께를 고려하는 것이다. 점심 식대로 1만 원 이상 지출할 의사가 없는 이를 타깃으로 장사하는 이가 1만 원 대의 정식 메뉴를 준비해봤자 파리 날리기 십상이다. 돈을 좀 굴리고 싶어하는 자산가 중 금융자산 대신 실물자산, 곧 부동산에 관심을 기울일 때도 가용자금에 따라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이 제한된다. 내 집 마련 전략 일환의 투자 혹은 수 십~수백 만 원 월세 수입 확보 차원의 상가 매입이라면 수 억 원 내에서 대부분 해결된다. 그러나 굴리는 돈이 커지면 이런 잔챙이 투자처 백 여개에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지갑은 충분히 두툼하니, 한 방에 구입할 수 있는 고가 자산을 선호한다. 도심 내 보행자의 시야를 가릴 만큼의 고층에다 연면적은 수 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대형 오피스 빌딩 시장은 큰 손들이 눈독들이는 그들만의 앞마당이다.

공공기관, 금융기관, 대기업 본사 사옥 등의 역할을 하는 오피스빌딩은 규모와 권역에 따라 분류된다. 최유량 오피스빌딩은 ‘프라임’ 빌딩으로 불리는 연면적 3만3000㎡ 이상의 대형 오피스며, 그 아래 규모에 따른 내림차순으로 A,B,C급이 자리한다. 각종 오피스 시장 동향 보고서에도 규모별 단위면적당 임대료 수준이 추계돼 발표되고 있다. 권역별 분류는 오피스빌딩이 밀집한 지역별 분류를 따르며, 3개 권역, 곧 CBD, KBD, YBD의 주요 권역과 기타권역으로 대별된다. CBD(Central Business District)는 중심업무지구의 약자로 서울에 한정할 경우 광화문으로 상징되는 종로구와 중구지역 곧 종로, 을지로, 신문로, 남대문로 일대를 포함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업무지구로 주요 정부기관은 물론 금융기관, 대기업 본사 등이 위치해 있어 서울 오피스 권역 중 가장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KBD(Gangnam Business District)권역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일대까지 아우르는 오피스 시장으로 1980년 후반 개발되었으며 IT관련 업체 및 벤처기업들이 다수 들어차 있고 CBD보다 약간 낮은 임대료 수준을 보인다. YBD(Yeouido Business District)는 여의도권과 공덕역 인근 마포권역으로 구성되는 지역으로 금융, 증권, 방송의 중심지이며 특히 전경련 회관, IFC빌딩 등 근래 공급된 프라임급 빌딩이 소재하는 지역이다. 세 권역 중 임대료는 가장 저렴하다.

공급과잉과 수요정체가 한동안 이어지면서 3개 권역 오피스 시장의 공실률은 꾸준히 상승해 왔다. 3개 권역 모두 빈 사무실이 늘어나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CBD는 정부기관이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남긴 공간을 새 임차인으로 채우기 버겁다. 도시환경정비사업 등으로 공급되는 오피스 빌딩이 매년 적지 않게 쏟아지면서 수요자중심의 시장이 견고히 형성돼 버렸다. KBD 역시 새로 형성된 분당·판교 오피스권역 등으로 IT업체가 이전하면서 공간 재고가 늘어났고, YBD는 증권사의 업황 부진이 지속되며 감원바람을 타고 자연스레 몸집 줄이기가 단행돼 ‘든’자리를 그리워할 정도다.

분기별로 발표되는 오피스 시장보고서 상 특정 분기 공실률이 낮아진 것처럼 보여도 착시현상일 때가 적지 않다. 중소형 오피스빌딩에서 프라임급으로 갈아타면서 특정 규모 공실률 수치가 낮아지거나, 임대계약 연장이 불발돼 다른 권역에서 넘어오는 일시적인 수평적 이동이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예 계열사 소유 건물로 사무실을 옮겨 공실 부담을 완화시키려는 내부자 거래는 최적 공간을 점유하려는 임대차시장의 원칙을 살짝 비켜가며 해당 권역 공실률 수치를 끌어내린다.

실질적인 오피스 시장 분위기를 알 수 있는 것은 투자수익률 지표다. 최근 1년 오피스 투자수익률이 5.9%로 같은 기간 2% 중·후반에서 3% 초반인 채권, 2% 중반대에 머물고 있는 정기예금·CD 등 금융상품에 비하면 2배 가까운 수익률을 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실률 증가와 투자수익률 감소세가 완연해진 요즘, 2014년 3/4분기 투자수익률을 연으로 환산하면 5%에도 미치지 못한다. 큰손들은 5% 투자수익률을 마지노선으로 인식한다는 얘기도 있다. 기준금리 하락 기조 속에 투자수익률도 내리막길로 보행할 가능성이 높다.

오피스시장 침체는 오피스빌딩 수요공급 집계자료에서도 분명히 들어난다. 그해 준공이 떨어지는 빌딩 연면적은 어렵지 않게 추산할 수 있다. 여기에서 늘어난 빈 공간을 빼면 그 해 공간 수요량이 된다. 여러 시장보고서가 모든 오피스빌딩을 전수 조사하지 못하고 우량 오피스 중심으로 표본을 설계해 통계를 내다보니 체감경기의 심각성이 들어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공실률을 최소화시키려 일정 기간 무상 임대기간을 제공하는 ‘렌트프리’ 관행이 성행하는 것은 우량 임차인 모시기 경쟁이 치열함을 말해 준다. 명목상 임대료 할인 대신 임대기간 무상 제공을 통한 실질임대료 할인 전략을 펴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자칫 시장 전체의 명목상 임대료가 낮아지면 오피스 빌딩 몸값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 때문이다.

수요자 중심의 오피스 임대 시장이 형성되면, 간만에 임차인이 ‘갑’ 행세를 할 수 있는 풍경이 연출된다. 필자 회사가 일부 층을 임차하고 있는 중소형 오피스빌딩에서도 2년의 임대계약 기간이 끝날때마다 재계약임대료를 놓고 협의를 진행하는데, 필자 회사는 건물 내 각 임차인별 임대면적 및 임대료로 볼 때 앵커 임차자의 위치를 점하고 있어 오히려 큰 소리를 낸다. 다만 몇 %라도 월세를 올려줬으면 좋겠다는 빌딩 소유자의 요구에 ‘정 그러면 다른 곳을 알아보겠다’는 으름장으로 수 년 째 임대료 동결을 이뤄냈다. 상업용 빌딩에서 ‘샤워 효과’를 노리고 꼭대기층에 영화관을 저렴한 임대료로 입점시키고, 영화 관람 후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가는 외길을 만들어 아래층의 상권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을 보면 핵심임차자(Key Tennant)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과함이 없다. 중견 기업의 임접만으로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은 큰 폭으로 떨어진다.

과거, 기업과 금융사의 사옥으로 활용하기 위한 매입이 주류였다면, 최근 부동산펀드 및 리츠에 의한 오피스빌딩 매입이 활성화되고 있다. 임대수익으로 배당하고 몸값 올려 고가에 팔아 차익을 챙기는 이들 간접투자자는, 대상 오피스빌딩의 단위면적당 임대수준과 공실률에 촉을 세운다. 자산운용사가 유관 기업을 입점시키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 등 다양한 임대마케팅이 펼쳐지고 있는 현실은, 이들 빌딩의 임대현황은 곧 매각가치와 직결되고 있음을 미뤄 짐작케 한다. 오피스 빌딩의 가치 추계에 앞서 이 분야 시장 동향과 관행을 살피는 것은 가치형성 논리와 매매관행이 이와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상업용 빌딩이 층·호별 구분소유형태로 유지하는 것과 달리 임차인이 원하는 구획과 분할, 활용이 가능하도록 ‘통 공간’을 제공하는 오피스 빌딩의 특수성 역시 가치 추계 방법 산책에 앞서 챙겨야 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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