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 신기루인가 실체인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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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 신기루인가 실체인가?(1)
  • 신희섭
  • 승인 2014.11.0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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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요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2013년 출판된 이 책은 저자의 고국인 프랑스에서는 많은 관심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미국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출판도 되기 전에 한국에서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고 한국어판 텍스트가 나오기도 전에 논쟁의 중심에 섰다. 책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피케티의 이름은 들어보았을 정도로 한국에서도 가장 핫한 인물이 되었다.
 
피케티의 책은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의 목록에 올라와 있다. 700페이지가 넘는 책의 부피와 이 책이 주로 피케티의 주장을 입증하는데 투자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의 책을 많은 이들이 구입한다는 것은 특별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그의 책은 번역본이 나오기 전에 수입된 원서가 다 팔릴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이것은 미국의 피케티 열풍이 매체를 타고 한국에서도 커다란 돌풍이 되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피케티의 책이 구입 후 가장 안 읽는 책의 1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이 조사는 한국의 한 매체에서 보도한 것이지만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피케티에 대한 관심에 비해 책의 내용이 그렇게 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피케티에 관심을 가지게 한 것은 두 가지 이유이다. 하나는 같은 세대의 학자라는 점이다. 토미 피케티는 1971년에 태어났고 22살인 1993년에 프랑스고등사회과학원과 영국런던 정경대학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받았다. 23살부터 미국의 MIT에서 조교수를 했고 1995년에 프랑스로 돌아와서 연구원 생활을 하다가 1999년부터 고등사회과학원교수와 파리경제대학교수를 하고 있다. 또한 2002년에는 프랑스 최우수 젊은 경제학자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사회당을 지지해서 2012년 선거에서 올랑드 후보는 지지했다. 참고로 올랑드 후보는 공약으로 고소득층에 대한 75%의 소득세를 주장했지만 프랑스대법원으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았다. 한국 기준으로 44세의 나이에 700페이지에 걸친 책을 통해서 전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개인적인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두 번째 이유는 이 책이 한국에 번역도 되기 전에 반박의 책이 먼저 나왔다는 점이다. 피케티의 책은 『21세기 자본』이라는 이름으로 2014년 9월 12일에 출판되었다. 9월 14일에 2쇄가 나올 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크다. 그런데 피케티의 책 내용을 반박하는 책이 한국 학자 7명에 의해서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바로 읽기』라는 이름으로 2014년 8월 15일에 출판되었다. 이 책도 9월 19일에 3쇄가 발행될 만큼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출판사가 출판 일을 8월 15일로 잡은 것이나 한국어 책이 나오기도 전에 반박부터 한 점으로 볼 때 피케티의 책이 한국에는 책 내용 이전에 이념으로 도입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관심을 가지게 만든 이유는 주관적인 것은 아니고 현재 한국의 상황과 관련되어 있다. 내용의 검증이전에 던지는 메시지가 어떤 이념에 기반하는가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한국정치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의미가 크다. 반박하는 책이 피케티의 책 출판시까지 3쇄가 팔린 것은 피케티가 문제가 아니라 불평등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한 보수파들의 우려를 반영한다. 만약 이책에 대해 보수파들이 우려를 넘어서 두려움을 가지는 것이라면 이것은 내용이전에 피케티에 열광하는 진보쪽의 입장이나 같은 현상이다. 신기루와 같은 모호함에 대한 열망과 모호함에 대한 두려움.

희망이나 두려움은 모두 모호할 때 더 커지는 법이다. 신기루와 같이 실체를 가지지 않을 때 희망은 더욱 커지는 것이고 두려움 역시 확대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경험해보지 않았고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으로 두렵거나 열망을 가지는 것 역시 정확한 내용을 다루기 어렵거나 구체화 이전에 증폭되어 진다. 신기루는 소문을 타고 확장되기 때문이다.

피케티의 책은 한국에서 더 크게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역의 경우도 성립할 수 있다. 두 가지 경우의 수에서 어느 편으로 갈지는 이 책의 페이지수와 이 책이 가진 방법론과 입증과정에 달려있다. 너무 두꺼운 분량과 다양한 입증방식은 대중들의 접근을 어렵게 할 것이다. 이 책의 접근정도가 어려울수록 이 책은 신기루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이들의 주장에 편승하여 이 책이 던지는 주장을 따르거나 주장의 이념적 방향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너무 접근이 어렵다고 생각하고 이 책이 제시하는 메시지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결론 내리게 된다면 관심은 급속히 하락할 수 있다. 출판사와 언론이 불을 지피는 것만큼 이 책의 파급효과가 커지지 않을 수도 있다.

2010년 『정의란 무엇인가』 와 2011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연장선상에서 문제제기를 하는 피케티 책이 과연 어느 정도 전임자들만큼의 파장을 일으킬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2010년에 정의에 대한 열풍이후 한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정의에 대한 문제제기는 피케티 주장이 먹힐 수 있는 충분한 자양분이 된다. 전세계적인 양극화의 심화라는 대의명분과 함께 치솟는 전세값과 장기적인 불황은 경제적 평등에 대한 사회적 명분도 제공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던지는 주장이 확산될 수 있는 매개고리도 충분하다. 하지만 변수는 이 책이 던지는 명료한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책 자체가 가진 부담감과 세월호 이후 관심을 더 가지게 된 ‘안전’이라는 가치이다.

피케티의 메시지는 명료하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소득만이 아니라 자본이 가진 수익률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이 확보할 수 있는 이익률을 자본수익률이라고 할 때 자본 수익률이 경제성장률 즉 전체 경제가 확보할 수 있는 이익률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본소득이 일반소득보다 높아지기 때문에 자본을 가진 사람이 더 부유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그렇다면 자본을 가진 사람들이 자본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기 때문에 자본가집단의 부의 이전이 일어나고 부의 불평등은 점차 심화되는 것이다. 이것을 입증하기 위해서 피케티는 경제학계의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방법을 사용했다. 서구 자본주의가 발전한 나라에서 300년간의 자료를 통해서 상위 1%와 상위 10%의 자본소득이 점차 증대해왔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밝혀낸 것이다.

자본이 세습되면서 자본이 점차 돈을 더 벌어들이고 이 크기가 노동을 통해서 얻게 되는 소득보다 높아지게 된다면 자본주의는 말 그대로 돈 놓고 돈먹기 게임이 될 것이다. 게다가 자연스럽게 부가 이전된다면 즉 세습자본주의가 진행된다면 자본을 많이 물려받게 된 사람들은 가난한 부모를 둔 사람들과는 다른 출발선상에서 인생을 시작한다. 따라서 자본을 보유한 계층과 자본을 보유하지 못한 계층 간의 출발이 다를 뿐 아니라 자본수익률과 소득 증가율의 차이로 인해 점차 자본가는 더 많은 부를 축적하게 된다. 계급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자본을 보유한 자본가 계급의 부는 더 늘기 마련이다.

입증과정을 별개로 하면 이런 주장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단순하다. 자본주의체제에서 더러워서 못 살겠다는 것이다. 이것을 고상하게 이야기 하면 지금 살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가 평등과 정의의 관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다시 단순화하면 자본주의체제가 가진 자들에게만 유리하기 때문에 못살겠고 자본주의를 거부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다. 고상한 표현으로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불평등하기 때문에 이 불평등이 체제의 정당성을 약화시킬 것이고 이것은 체제정당성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결과는 어떻게 예상되는가? 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자본에 대한 불평등으로 인한 아래로부터의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단순화시키면 폭동이 일어나든 혁명이 일어나든 체제전복이 시도될 것이다. 따라서 불만을 감소시켜야 현재의 자본주의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 이것은 보수파들과 자본을 보유한 사람들에게 중요하다. 현재 체제에서 많은 이득을 보는 이들이 이 체제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자본주의체제에 대한 불만을 줄여야 한다. 그것이 체제전복에 따른 기득권박탈보다 유리할 것이다. 따라서 아래로부터 불만을 줄일 수 있는 국가의 개입과 조세정책을 받아들여야 한다. 단순화하면 부자들이 가난한 이들과 나누어 쓰라는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피케티가 제시한 가장 논쟁이 많은 조세정책과 이에 대한 반박들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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