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기 신림우리/KG패스원 경찰학원 경찰학개론
상사와 싹트기 시작하는 갈등 1
경찰에서 경정부터 계급정년이 적용되는 터라 당시에도 경정급 일선서 과장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난 듯 했다.
솔직히 경정이란 계급은 경감의 위치에서 보면 승진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지만 승진해봐야 서장을 보좌해야하는 참모로서 받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고 계급정년까지 적용되어서 그다지 매력이 있는 위치도 아니거니와 총경으로 승진하기는 녹녹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보니 경정계급인 과장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것이었다.
※ 경찰학 개론 원포인트 - 계급정년이란 일정기간 내에 승진하지 못하면 퇴직해야 하며, 경정부터 적용이 되는데 경정(14년), 총경(11년), 경무관(6년), 치안감(4년)이며, 신분보장의 대상이 아닌 치안정감과 치안총감(예외 있음)은 정치적 임명이라 계급정년의 적용이 없다.간부역할을 하는 입장에 있는 과장급은 경찰서에서 사실상 서장 바로 밑에 계급에 해당하며 자기 위치에서 총경으로 승진하지 못할 경우 참모로서 고생하는 것이 별 메리트(merit)가 없어서 총경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없는 경감의 경우, 지금도 그렇지만 의도적으로 과장승진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어찌 되었건, 중부서 정보계장(지금의 팀장)으로 처음 발령을 받았던 필자와 과장과의 묘한 긴장관계는 특이한 방향으로 흐르게 되는데,
발령받은 그해 여름을 앞둔 늦은 봄날의 토요일 오후였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관내에 특별한 치안경비상황(불법시위)이 없었던 지라 결혼적령기인 필자를 위해 지인이 만들어준 미팅자리에 나가려고 분주했던 필자에게 아뿔싸!... 대기 지시가 떨어졌다.
한총련(한국대학생총연맹) 시위대가 기습시위를 하기 위해 무리를 지어 지하철을 순회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적단체(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이롭게 하는 단체)로 규정된 한총련이 기습시위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었으므로 정보과 직원은 물론이고 경비과 직원들과 경찰서 주요 간부들이 대기 상태에 들어갔던 것이다.
햇살이 좋은 토요일 오후인지라 아쉬운 마음과 함께 몇 시간이나 대기하고 있던 필자가 저녁때가 다 되어서 목격한 장면은 황당한 것이었다.
정보의 출처인 정보과장(필자의 직속상사)이 당시 학원반장(대학가의 정보를 담당하는 팀장)과 무전을 주고받는데 서로 보이는 위치에서 거짓정보 즉 조작된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 아닌 가 ?
필자는 당시 학생 신분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입장이기도 했거니와 원칙에 얽매이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비교적 원칙을 아끼고 또 웬만하면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스타일이었던 터라 과장의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열심히 일한다는 모습을 위장하기 해서 공권력을 낭비하고 그렇게 까지 해가면서 승진을 하려는 사람은 매국노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자, 필자의 행동은 단호해 지기 시작했다.
그때는 아닌 척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미팅이 연기되면서 깨진 것에 대한 언짢은 마음도 일부 혼합이 되었던 것 같다.(*^^)
우선 과장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는 과장을 똑바로 쳐다보고 나지막하고도 흔들림 없는, 그렇다고 예의 없지도 않은 어조로 말했다. 퇴근 하겠노라고,.......... 과장은 많은 나이 차이와 직속 상사의 신분에도 불구하고 순간적으로 흔들리면서 당황하는 듯 했다.
주저함 없이 뒤돌아선 필자가 당시 필자가 거주하던 방향의 버스에 몸을 싣고 무전기도 꺼버린 상태에서 한참이나 지났을까 ..... 버스 안에서 핸드폰 벨소리가 무겁게 울리는 것이었다. 필자의 핸드폰임을 확인하고 무심코 집어든 핸드폰에 뜬 발신자 명은 다름 아니라...
어떻게든 필자에게 상사의 권위를 회복해야만 하고, 또 어떻게든 자기가 맡고 있는 과의 2인자인 핵심간부를 자신의 그릇에 쓸어 담아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과를 잘 이끌어가야만 하는, 조금 전에 헤어진 정보 과장이었는데 ..................
- 다음 회 (난생 처음 겪어보는 독특하고도 얄궂은 술자리와 함께 쌓여가는 미운정·고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