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김건희 여사에 대해 나온 비판은 대부분 사생활에 관한 것이다. 쥴리 의혹이나 성형 의혹이 엄청나게 확대 재생산됐지만 대부분 모욕주기와 흠집 내기로 소비되었다. 김건희 여사가 일반인이었다면 벌써 명예훼손 범죄로 고발이 되고 처벌이 되었을 것이다.
접대부 ‘쥴리’ 논란, 캄보디아 심장병 어린이 사진 ‘빈곤 포르노’ 논란, 마포대교 ‘대통령 행세’ 논란 등은 생트집이다.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의 경우, 윤석열 죽이기의 하나로 제기된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은 문재인 정권에서 샅샅이 수사한 것이고,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은 문재인의 대학 후배 이성윤 중앙지검장이 특수팀까지 꾸려 2년간 수사를 했는데도 기소조차 못 한 사건이다. 당시 이성윤 지검장은 관련 사건을 수사하면서 무려 39번이나 압수수색을 했다. 디올 파우치 사건만 해도 의도를 가진 좌파 목사가 작고한 김건희 여사 아버지의 지인이라며 무리하게 던져두고 간 파우치를 업무 관련 뇌물로 둔갑시킨 것이다. 전후 과정을 보면 선물로 주고 간 게 아니라 덫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최재영 목사 일당은 파우치를 사는 장면부터 선물을 놓고 가는 장면까지 증거로 남길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좌파들은 제기된 의혹 전부를 김건희 비리로 부풀려 윤석열 대통령을 공격하는 빌미로 삼고 있다. 그런데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태도다. 그는 김건희 여사 문제를 당장 해결하라고 용산 대통령실을 압박하면서도 문재인 부인 김정숙이 규정에 맞지 않게 대통령 전용기를 홀로 타고 인도 타지마할을 방문한 것은 전혀 문제 삼지 않는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식대를 포함해서 총 4억여 원의 세금을 낭비했지만, 한 대표는 모르는 채 손 놓고 있다. 김정숙은 일반인은 구경도 해본 적 없는 관봉권을 사용해 옷과 구두, 가방을 구매했고, 관련해서 판결이 나왔는데도 한 대표는 이에 대해 한마디 말이 없다. 이재명 부인 김혜경 씨 역시 공무원을 개인비서로 부리고 경기도 법인카드로 거액을 결제하는 등 국고를 탕진했는데도 한 대표는 문제 삼지 않는다.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은 김정숙·김혜경 대비 금액도 소액이고 앞뒤 정황상 범죄 혐의가 적은데도 오로지 김건희 여사를 겨냥할 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한 대표의 태도는 자신의 무능함이나 비겁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한편, 한 대표는 20년 검사 시절 가까운 관계로 있었던 김 여사 관련 의혹의 실체를 전혀 몰랐다고 하기 어렵고, 적어도 정권 교체 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고 나서는 관련 사항을 챙겨볼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이미 문재인 정권에서 2년간 집중적으로 수사가 진행된 사안이고 다분히 정치적 의도에 따른 수사였기에 한 대표는 법무부 장관 시절 김건희 여사 수사를 종결할 책임을 지고 있었다. 해당 사건으로 정치권이 혼란에 빠지고 국론 분열이 심각해졌기 때문에 그 문제 해결은 다른 어떤 사안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한 대표는 법무부 장관 2년 동안 결론을 내지 않았다. 또 한 대표가 추천했다고 하는 이원석 검찰총장 역시 퇴임하기 전까지 어떤 결론도 내지 않았다.
그런데 한 대표는 자신이 종결처분을 하지 않았던 도이치 사건을 후배 검사들이 종결하려 하자 “검찰은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고 하고 불기소 처분이 나오자 “국민이 납득할 지 지켜봐야 한다”며 사실상 수사를 압박하고 비난했다.
이러한 한 대표의 발언은 매우 정치적이고 비겁한 것이다. 검사는 오직 증거와 법리에 따라 수사하고 죄 없으면 불기소해야 한다. 기소와 불기소는 오직 법과 원칙에 따를 뿐 국민 눈높이에 맞출 게 아니다. 국민 눈높이를 수사에 적용한다면 검사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여론이 나쁘다고 해서 김건희 여사를 기소해야 한다는 주장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국민은 전 정권의 적폐 청산을 바라고 검사 대통령 윤석열을 뽑았지만, 그 대통령에 의해 선택된 법무부 장관의 무능 또는 비겁은 전 정권 적폐 청산의 희망을 여지없이 꺾어버리고 이제는 오히려 배신의 칼이 되어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을 노리고 있다. 참으로 쓰고 독하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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