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욱의 'Radio Bebop'(15)-내가 사랑한 만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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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의 'Radio Bebop'(15)-내가 사랑한 만화들
  • 차근욱
  • 승인 2014.10.2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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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 아모르이그잼 강사

가을은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계절이기도 하지만, 독서의 계절이라는 표현을 가장 많이 접하곤 한다. 나도 책을 좋아하는 편인지라 이렇게 가을이 되면 책 추천 요청을 많이 받는 편인데, 책 추천은 늘 어려운 일이다.

독서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면이 있거든. 나 역시 선호하는 종류의 책이 편식하는 아이처럼 정해져 있으니까. 삶의 성찰이 묻어나는 에세이나 고전문학의 위대함은 추종하지만, 최신소설은 잘 읽지 않을 뿐더러, 판타지와 로맨스는 특히나 싫다.

그래서 다른 분들께 선듯 책을 권하기가 어렵다. 가을에 책을 읽겠다는 분들께 '1942 대기근'같은 책을 권하기는 좀 그렇잖은가!

일반적으로, 책을 권해 달라는 분들은 대부분 재미있는 소설류나 가벼운 에세이를 기대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지. 그래서 책추천을 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차라리 만화책을 권해 드리는 편이다. 물론, 만화책도 좋아하는 분야가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자신의 성향을 보자면, 만화책이든 그냥 책이든 일단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내용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같은 류는, 흥미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

차라리 짜증에 가까운 심적 상태가 된다는 것이 솔찍한 심경이니까. 이런 경향은 만화책에서도 동일한지라, 타임슬립이 나오거나 초능력자가 나오면 싫다. 하지만 인간사에 대한 은유적 판타지라면 예외다. '베르세르크'처럼. 뭐, 소설 중에는 '얼음과 불의 노래'도 예외고.

'베르세르크'는 정말 너무나 좋아하는 작품이지만, 기다리다가 지쳐버린 작품이기도 한데, 이제는 작품 자체보다 작가의 생존여부가 많은 이의 관심사가 되어버렸달까. 뭐 하여튼 그렇다.

아마도 ‘베르세르크’의 팬이라면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분들이 그러시리라 생각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베르세르크'의 작가이신 '미우라 켄타로'님께서는 한 주의 작업량이 반페이지 정도 되고 종종 과로로 쓰러지신다고 하는데 작품이 너무 안나오는 탓에, 애니메이션 감독님께서 사고사 하셨다는 소식이 작가의 사망설로 와전되기도 했었다.

정말 어느 팬의 소망처럼, 작가께서 장인정신과 완벽주의의 극한을 보여주시는 분이시니, 많이도 안 바라니까 일년에 딱 한 권만 나와주었으며 좋겠다는 간절함이 있기도 하다. 부디 죽기 전에 완결을 볼 수 있으면 하는 것도 작은 바램이기도 하고. '베르세르크', 진짜 좋아하거든요.

기다리다 목이 빠지려고 하는 또 다른 작품으로는 '배가본드'가 있다. '이노우에 다케히코' 님의 팬이라면 '슬램덩크'를 더 좋아할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슬램덩크는 끝까지 읽지 않았다. 3권까지 읽어보니 좀 안맞았달까. 하지만 '배가본드'는 그야말로 Best였다.

한국 작가 분의 작품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일단은 국적을 떠나서 그냥 '배가본드'가 좋았다. 처음 '배가본드'를 봤을 때는 거의 숨이 멎을 뻔 했는데, 만화를 보다 소름 돋아보기는 처음이었다.

물론 원작이 '요시카와 에이지'님의 '미야모도 무사시'이니, 검증된 작품을 극화로 만들어서 완성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노우에 다케히코’님의 ‘미야모도 무사시’에 대한 재해석은 거의 감동 수준이었다.

개인적으로 소설 '미야모도 무사시'자체를 무척 좋아한 경향도 있겠지. 소설 '미야모도 무사시'를 보면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이 생각난다. 아마 고등학교 1학년이라는 마법의 시간을 보내면서 접한 작품이어서 더 그럴지도 모른다.

돌아보니 대부분의 가치관이나 성향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들어진 경향이 있거든. 당시의 나는 한참 검도에 빠져 있을 무렵이었어서 검도부 감독님이 추천해주신 '미야모 무사시'는 사춘기 소년에게는 경전과 다를 바 없을 정도였다.

검도인으로서 어떤 자세로 검을 추구해야 하는지, 어린 나이에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하니 좀 웃기지만. 뭐, 17살 이었으니까. 그 영향인지, 나도 뜻을 이루기 전에는 ‘무사시’가 ‘오쓰’를 멀리한 것 처럼, 여자를 멀리하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었다. 내... 참... 기가 막혀서...

'이노우에 다케히코'님의 ‘무사시’는 '요시카와 에이치'의 ‘무사시’와 닮은 듯 하면서 다르다. '검'자체를 탐구해 가는 그 처절함은 닮았지만, '최강'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고민은 또 다른 색을 띈다. 그러 탓에, '배가본드'를 보면서 늘 스스로의 인생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곤 한다.

문제는 '이노우에 다케히코'님께서 그 철학적 의문에 대한 탐구의 답을 찾기 전에는 완간이 안날 것 같다는 점이지만. '미우라 겐타로'님이 완벽주의로 휴재라면, '이노우에 다케히코'님 같은 경우는 철학적 이유로 인한 휴재랄까.

어찌 되었든, 죽기 전에 두 작품의 완결만은 꼭 볼 수 있었으면, 하고 있다. '이노우에 다케히코'님 이야기를 하려니, 천재 만화가 '우라사와 나오키'님을 빼놓을 수가 없다.

'우라사와 나오키'님의 '몬스터'는 최고의 이야기였다. '몬스터'를 어머님께 보여 드렸을 때, 어머님께서는 마지막 권을 다 읽으실 때까지 아무것도 못하셨을 정도였으니까. 어머님께서는 '우라사와 나오키'님의 작품을 더 찾으셨고, 그 후로 '야와라'라던가, '해피'등도 재미있게 보셨었다.

스릴러도 명랑만화도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랄까나.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작 '20세기 소년'의 경우, 영화가 그만 특촬물 수준이 되어버려서 원작의 긴장도를 유지하지는 못했다. 그토록 화려했던 캐스팅을 생각해보면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는, 그야말로 재난에 가까운 실패이었다.

차라리 봉준호 감독님이 영화화 하시겠다 했을 때 OK 했다면 이 정도는 아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특히, 영화의 ‘칸나’는 납득할 수 없는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한다. ‘타이라 아이리’상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아베 야로’님의 ‘심야식당’도 빼 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 만이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인 듯 싶으면서도 재미있고 깊이가 있다. 게다가 읽고 있노라면 묘하게 안심이 되기도 한다.

세상, 살다보면 그럴수도 있겠거니, 하는 기분이랄까. 만화로 읽는 에세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보니, 힘들 때 한참 용기를 얻었던 만화도 있었다. ‘무츠 도시유키’님의 ‘닥터 노구치’. 물론, 만화에서 실존 인물을 다루다보니 지나치게 미화된 면도 있고 왜곡된 면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칠 때는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은 작품이다.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은 허구가 아니었으므로.

여기까지 써 놓고 보니 너무 일본만화만 읽는 것 아니냐며 오해를 살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이 살짝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냥 쓰기로 했다. 일단 나는 대한민국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고, ‘솔까말’ 재미있는 만화를 국적 때문에 왜곡하는건 옳지 않으니까. 게다가, 내가 정말 사랑하는 만화는 따로 있거든.

내가 가장 사랑하는 만화는 ‘고우영’화백님의 ‘삼국지’이다. ‘고우영’화백님께서 작고하셨을 때에는 정말 가슴이 먹먹해서 한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했었는데, 나는 ‘고우영’화백님을 그토록 존경하고 좋아했다.

‘고우영’화백님의 모든 작품을 사랑하는데, 그 중에서도 내 평생의 한 작품을 꼽으라면, ‘삼국지’를 꼽겠다. 삼국지의 장쾌한 스토리에 우리 민족의 정서와 ‘고우영’화백님의 내공이 고스란히 어우러진 ‘삼국지’를 이길 만화란, 세상에 있을리 없으니까.

‘초한지’의 후반부를 문하생이 완전히 망쳤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삼국지’는 그래도 마지막까지 망가지지 않았다는 감사함이 있다. 물론, 후반부에 너무 ‘급’마무리가 된 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서 개인적인 소망은 ‘고우영’화백님께서 후반부를 다시 그려주셨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이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 되어버렸지만.

그리고 최고의 작품으로 한 작품을 더 꼽는다면, ‘방학기’화백님의 ‘바람의 파이터’를 꼽겠다. 참으로 존경해 마지않는 ‘최배달’선생님의 일대기를 극화로 풀어낸 이 작품은 정말 보배롭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었다.
 
‘방학기’화백님도 대단하시고, ‘최배달’선생님도 대단하시고. 영화로도 만들어졌었는데, ‘바람의 파이터’가 영화화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기억이 난다. 물론, 개봉일에는 맨 첫 관람객으로 보러 갔었지. 원작의 박력에는 조금 미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의 이야기는 늘 아름다우니까. 특히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입산수도 후 최고의 무도가들을 찾아가 도장깨기를 하는 대목인데, 이 이야기는 몇 번을 읽어도 신나고 재미있다. 그래서 나도 입산수도를 결정한 시절도 있었다. 후후후. 결과는 뭐 신통치 않았지만.

던킨 도넛에 가면 ‘바바리안’크림만을 사 먹을 뿐인데, 최근에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바리안 버라티온’이었나? 이 도넛의 속엔 바바리안 크림이 들어있는 것은 물론이고, 겉에는 초코 코팅까지 되어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이거 정말 놀라운 발견입니다. 바바리안 크림에 초코 코팅이라니, 굉장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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