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법학계의 48시간 스펙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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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법학계의 48시간 스펙트럼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4.10.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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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2009년 로스쿨 출범 이후 매년 이맘때면 색다르게 스펙트럼을 보곤 한다. 마치 일출을 보면서 일몰을 동시에 보는 느낌이랄까, 아니면 일출과 동시에 꺼져가는 듯하지만 다시 떠오르려는 일월을 동시에 보는 것이라고나 해야 할까.

올해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지난 9월 25일, 폐지되는 사법시험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며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 대한법학교수회, 관악발전협의회가 참여하는 사법시험 존치 국민연대가 “공정사회의 보루, 사법시험을 존치하라”며 서울역 광장에서 범국민 집회를 가졌다. 다음 날 26일엔, 2017년 제2·3차 시험을 끝으로 폐지되는 사법시험을 앞두고 올해 제2차시험에서 가까스로 명줄을 탄 203명이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천명을 선발하며 합격자 발표 날엔 신림동 고시촌이 왁자지껄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날은 합격자 발표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를 만큼 조용했다. 합격 인원수가 워낙 적은데다, 이를 축하해 줄 수많은 사시생들이 이미 다른 진로를 위해 고시촌을 떠났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시각, 서울 흑석동 소재 중앙대학교 실내체육관에는 수천명이 북적거렸다. 2015학년도 제7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응시원서 접수를 코앞에 두고 전국 25개 로스쿨이 참가한 공동입학설명회가 진행 중이었다. 26일 오전 11시 개막식 이전부터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나름의 정보를 캐기 위해 긴 행렬을 이었다. 27일까지 진행된 이날 설명회에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추산 4천명이 다녀갔다. 기자의 눈에도 꽤나 많았다.

기자는 이 모든 상황을 소위 양다리를 걸쳐 참여하고 지켜봤다. 사시존치 범국민 집회장에서는 애틋하고, 구구절절, 간절한, 소망의 외침을 보았고 다음 날엔 기사회생했다며 합격의 환호를 들었고 한편으로 풀죽은 흐느낌도 들었다. 같은 시간에 북적댐 속에서 법조인이 되고자 이곳저곳 부스를 다니며 하나의 정보라도 더 얻으려는 숱한 미래 법조인들의 야망도 뚜렷이 훔쳐봤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 이라는 긍정적 감탄사를 느꼈다. 생동감이었다. 자유민주주의의 발전가능성을 봤다. 무엇인가 꿈틀 거린다는 느낌. 반면 부정적 감탄사도 느꼈다. 제도의 질곡 속에서 사느냐 죽느냐의 인간본연의 적자생존의 폐단도 엿봤다. 특히 로스쿨 설명회장은 풍성했고 집회장과 고시촌은 빈자(貧者) 같았다. 느끼기 나름이지만 기자의 뇌하수체는 그렇게 작동했다.

특히 로스쿨 입시설명회장에서는 고시촌 취재현장에서 수시로 봐 왔던 몇 몇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여러 로스쿨의 브로슈어를 들고 이곳저곳을 서성이는 모습을 목도할 수 있었다. 로스쿨 입시에서 해를 거듭할수록 20대 초반대의 연령층이 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모습은 애써 찾지 않아도 눈에 띄기 마련이었다. 27일 중앙대 체육관에서 입시설명회가 말미에 들어가고 있을 즈음, 기자는 본지가 주최한 금번 사법시험 제2차시험 합격생 참여 명사초청 특강의 현장에도 있었다. 로스쿨 입시설명회장에서 봤던 사시생들의 갈등 섞인 모습과 이들 사시 합격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이 오버랩 됐다.

한 때, 법과대 체제에서 법조인을 양성한다며 서로 머리를 맞대었던 한솥밥을 먹던 법학 교수들은 로스쿨 인가여부에 따라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갈라진 모습을 48시간으 통해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함께 허리띠를 동여매고 사법연수원 동기를 꿈꾸며 스터디에 열중했던 어제의 법학도들이 한명은 로스쿨 입시설명회장에, 한명은 사법시험 합격자 명단에, 또 다른 한명은 독서실 골방에, 또 다른 한명은 공무원시험 준비반에서 각각의 꿈을 펼치고 모습.

이것이 현 대한민국 법학계와 법학도이거나 이었던 이들의 모습이다. 48시간을 통해 바라봤던 스펙트럼의 여운이 아직도 잔잔하다.

lsj@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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