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욱의 Radio Bebop (12) - 영어, 운동 그리고 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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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의 Radio Bebop (12) - 영어, 운동 그리고 금연
  • 차근욱
  • 승인 2014.09.2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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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 아모르이그잼 강사 

아침에 출근하면서 프랭크 시내트라 선생님과 토니베넷 선생님이 함께 부르신 ‘New York, New York’을 신나게 따라 불렀다.

그렇지, 역시 아침엔 ‘New York, New York’이라니깐. 그러다 문득, ‘올해 내 목표가 뭐였더라?’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올해 선정한 5가지 목표 중 마지막 하나가 생각나질 않았다.

이런... 매년 초에 그렇게 다짐을 하면서 다이어리에 써놓았는데 말이야. 뭐, 생각이 나질 않는다고 해도 결국엔 생활과 너무 동떨어진 건 아니겠지. 화성에 간다던가, 지구 속 탐험을 하겠다는 내용을 2014년의 목표로 세우진 않았을테니.

이제 2014년도 후반으로 접어드는 마당에 년 초에 세웠던 목표 점검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목표니까.

 
매년 새해가 되면 많은 분들이 새해 목표를 세우시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영어, 운동, 금연, 세 가지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약 오르실지 모르겠지만, 난 비흡연자이므로 금연은 패스. 담배 냄새, 무쟈게 싫어하거든. 폐에도 좋지 않고. 나는 깨끗한 것이 좋은데다 1000살이 되어도 여전히 현역으로 운동하면서 장어처럼 즐겁게 달리고 싶으니까, 담배는 그야말로 No Thanks.

돌아보면 영어와 운동은 나의 매년 목표에도 빠지지 않는 듯 하다. 역시, 우리 민족의 유대감은 끈끈하다니까요. 후후후. 생각해 보니, 몇 년 동안 영어를 잘 해 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ing. 그래도 지금은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는 느낌까진 들지 않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정말 막막한 기분이 들 뿐인 때가 있었다. 하긴 해야겠는데 도무지 모르겠다는 느낌.

지금까지 배운 외국어는 영어와 중국어 그리고 일본어. 독일어는 고교시절 학교에서 억지로 하긴 했었는데, 배웠었다고 말 할 만한 수준은 못된다. 뭐, 그렇다고 다른 어학이.. 배웠었다고 잘난척 할 만한 수준이 된다는 것도 아니지만.

게다가 독일어는 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했던 안 좋은 기억 탓인지 ‘정’이 가질 않았다. 요컨대 난, 고등학교와는 잘 맞지 않는 인간인 것이다. 안타까운 얘기지만, 마음과는 달리 아예 독일어와 인연 끊고 살 수는 없었다. 법대 대학원에서 독일어를 몰라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불어는 몇 번이고 시도해 봤다가 실패했다. 도무지... 뭐랄까... 말이 이어지는 느낌이 아니라 의성어가 계속 붙어 있는 느낌이어서 언어로 받아들여지질 않았다. 예를 들면 이런 느낌. “뿌빠뽜 뽕뿌빠” 이것 봐... 알아들을 수가 없잖아... 물론, 내가 무식한 탓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서두.

요즘은 아랍 에미리트에서 온 친구에게 아랍어를 조금씩 배우고 있다. 아랍어로 일기를 쓰면 보안걱정을 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아서. 그... 일기란 것이, 쓰면 정신건강에 굉장히 좋다고 해서 쓰고 싶기는 한데, 막상 쓰려면 굉장히 쑥스럽고 창피한 느낌이라... 누가 보면 어떻하지? 하는 기분이 들고 만다.

‘블루베리 치즈 케잌’이 먹고 싶어 베이커리 쇼 윈도에 케잌 구경을 하러 나갔다가 떡볶이가 먹고 싶어서 오늘은 ‘딱 두 쪽’만 먹고 나머지는 냉동시켰다가 내일 먹어야지 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는 얘기 따위를 쓴 일기를 남에게 들키고 싶을 리가 없지 않은가!

진솔한 자신의 얘기를 쓴다는 것은 이토록 남사스러운 일 인지라 결국은 일기쓰기를 포기하게 되는데, 만약 누가 알아 볼 수 없다면 진짜로 유치찬란한 개인적 삶의 단상까지 모두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죽은 다음에 누구든 내 일기를 쉽게 읽는 것도 싫었고. 아랍어로 쓴 일기라면 누군가 비싼 번역료를 들여가면서 번역을 해서 볼 일은 만무할테니, ‘이거다!’ 싶었다. 사실은 이전에도 이런 보안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만의 문자를 만들어 써 보기도 했지만, 나중엔 귀찮아져서 그만 두었다.

한글의 구성 방법이 바탕이 된 문자인지라, 기본적인 기호만 파악한다면 그리 독해가 어려운 것도 아니었고. 게다가 큰 문제는... 그 괴문자를 한동안 사용하지 않다가 간만에 내가 쓴 기록을 보니 뭔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중요한 메모였는데. 이런... 그야말로 낭패가 아닌가... 하여, 어설프고도 괴상망측한 문자를 만들고 기억하며 골머리를 썩는 것 보다는, 그냥 남들이 모를 법한 외국어로 일기를 쓰자, 라는 데에 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페드릭을 꼬셨다. 한국말 가르쳐 줄테니 아랍어를 알려달라고. 그래서 아랍어를 짬짬히 배우고 있다는 얘기.

다시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외국어 단어 이야기를 하자면, 역시 외국어의 핵심은 단어가 아닌가 싶다. 영어공부를 하면서도 가장 힘이 드는 것은 단어였다.

외국어를 배우다보면, 어느 외국어라 해도 단어가 전부라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 온다. 당시, 영어를 정말로 잘하고 싶었던 나에게는 ‘로망’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단어력을 늘리고 문법을 이해하고 싶었던 ‘소망’이었으니까.

그래서 한동안은 정말 영어만 공부하며 지냈다. 영문법 책이란 책은 전부 사 놓고 읽기 시작했는데, 실제로 머리 나쁜 나에게 도움이 되는 책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어찌 되었든 아주 예전에 비한다면야 여러 가지 다양한 아이디어로 영문법을 설명해 보려 시도하시는 분들이 계셨어서 결국엔 영문법을 나만의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만의 방식으로 영문법을 이해하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기존의 ‘무슨 영문법’ 식으로 공부를 해서는 써 먹을 수 있는 영문법으로 이해할 수는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영문법은 ‘명사’부터 공부해야 할 것이 아니라, ‘동사의 형식’부터 시작해서 ‘시제’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그래서 예전에 영어를 강의할 때에는 내가 이해한 방식으로 설명했었다. ‘동사의 형식’부터 ‘시제’, 그리고 ‘준동사’, ‘관계사’, ‘접속사’ 등등. 뭐, 이런 식으로. 뭐,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품사야 당연히 ‘동사의 형식’과 같이 설명해야지. 문법을 조금 알겠다는 생각이 드니 단어가 걸렸다.

영어 단어량이 너무 부족해서 창피했다. 나의 이런 빈곤함을 누가 알까 봐 마음이 급했다. 어떻게 하든 이 문제를 숨겨보려고 단어장도 사서 외워보고 단어카드도 사서 외워보고 Vocabulary도 사서 봤다.

하지만 늘 제 자리 걸음. 그야말로 좌절의 나날이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전략을 바꿨다. 단어만 외우는 건 너무 지겨우니 그냥 책을 읽자고. 그래서 아주 쉬운 영어동화를 구해서 보기 시작해서 결국엔 소설까지 갔다. 뭐, 그럭 저럭 읽는 재미도 쏠쏠해서 단어집 외울 때보다는 덜 괴로웠으니 다행이었지. 게다가 어휘량도 늘기 시작했고. 그런데 CNN을 보니 주눅이 들었다.

소리가 너무 빨리 지나가서 무슨 얘기인지 조금 알 것도 같다가도 결국엔 뒤죽 박죽. 역시 창피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받아쓰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받아쓰기를 어느 정도 하다보니, 왠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세계일주를 하게되면 이것 저것 음식 주문을 해야 할텐데, 그럼 ‘말’을 해야 할 줄 알아야 할 것 아닌가! 하고. 그래서 받아쓰기를 하다가 넘어간 것이 회화연습이었다. 부담도 없고 재미도 있고. 그런데 문제는, 물론 회화연습은 재미가 있지만, 늘 시간에 쫓기는 사회인으로서 회화연습을 할 시간을 낸다는 것이 너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정말 큰 맘을 먹지 않는 한 회화연습을 할 기회는 오지 않는다. 그래서 작전을 바꾸었다. 하루에 딱 한마디만 하자고. 그렇게 맘 편히 생각하고 난 후로, 어찌 어찌 지금까지는 성공이다. 하루에 딱 한 마디만 소리내 연습해 보고 이해한다.

관련된 파생 표현이 기억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세상만사가 그런 것이 아닌가 싶은데, 억지로 하는 것은 오래 할 수 없고, 오래 할 수 없다면 잘하게 되기는 어렵다. 내 개인적인 체험으로는 그랬다.

뭐, 운동도 예외는 아니었던지라, Gym에 등록을 하는 것 까지는 좋은데 힘든 것이 싫어 게으름을 부려 가끔 가게 되질 않았다. 피하고만 싶고, 가기도 귀찮고. 그래서 Gym에 가는 목표를 바꾸었다. Gym에 운동하러 가지 말고 목욕을 하러 가자! 라는 생각을 했다. ‘그냥 딱 목욕만 하러 가자!’ 하고. 그러다 내키면 트레드 밀에서 살짝 걸어도 나쁘지 않겠지.

이 원칙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영어는 하루에 딱 10초를 넘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 마디만, Gym은 그냥 딱 목욕만 하러. 덕분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Gym에 매일 가게 되었고, 신기하게도 목욕보다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전념하게 되었다. 다행이지 뭐.

아마 꾸준히만 하면 언젠간 잘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올해 목표를 외국어와 영어로 세우셨다면, 저의 경험을 참고 하심이 어떨지. 어렵게 대단한 것을 할 필요는 없다. 그냥 한 마디도 좋고 한 걸음도 좋으니 부담이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능력만큼만 하면 된다.

쪼끔 쪼끔씩 이라도. 대단한 분량을 영원히 하지 않는 것 보다야 시시한 분량을 매일 하는 것이 도움이 될테니.

금연에... 대해선? 담배 값도 오른다는데, 이번 기회에 그만 끊어 보심은 어떤지? 그렇다! 누가 뭐래도 ‘If I can make it there, I'm gonna make it anywhere’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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