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은 맞고 할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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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은 맞고 할 거냐?
  • 오시영
  • 승인 2014.09.1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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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히딩크 전 한국축구감독은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축구대표가 16강에 진출한 후 “나는 아직 배고프다.”라는 명언을 했다. 월드컵 16강 진출이 남의 나라 일이었던 대한민국 축구사에서 16강 진출에 감지덕지하던 대한민국 국민에게 그의 말은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우리 대표팀은 끝내 4강까지 올랐다. 명장은 말로 사람을 감동시킨다. 언어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손자병법 36계 중 하나로 만천과해(瞞天過海)가 있다. “하늘(황제)을 속여 바다를 건넌다.”는 말이다. 당태종이 고구려를 침략하기 위해 요하에 이르렀을 때 여러 핑계를 대며 요하를 건너지 않으려 하자 부하장군 설인귀가 배를 집인 것처럼 위장하여 요하를 건너 당태종을 고구려로 이동시킨 비사에서 비롯된 말이다. 삼국지에서 조조가 전쟁에 진 후 도망가던 중 갈증으로 신음하는 군사들에게 산 너머 매실나무가 있으니 저 산만 넘어가면 너희의 갈증을 풀 수 있을 것이라 속여 매실의 신맛에 침을 흘린 병사들이 갈증을 해갈했다는 고사(望梅止渴)도 이 말의 어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의는 항시 배고픈 법이다. 배부르면 이미 정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월호참사 피해자들의, 그들의 안타까움에 동참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광화문단식현장에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일간베스트 회원 및 자유대학생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일명 폭식투쟁이라는 것을 단행하였다고 한다. 며칠째 배를 곪고 있는 이들 옆에서 기름진 피자를 비롯해 많은 음식을 먹고 배를 두드리는 이들의 의식 및 행위의 정당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국가이기에 어떠한 행동을 하더라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그 행위는 보호되어야 한다. 하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가 있기에 모두들 그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최소한의 염치와 예의가 있어야 한다. 세월호참사는 사고발생 150일째를 향해 나아가지만, 아직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피해자 유가족의 생각인 모양이다. 생떼 같은 부모형제가, 자식이 죽어나간 마당에 그들의 죽음의 원인을 규명해 달라는 국민의 소리는 법치국가에서 아주 당연한 것이다. 정치권이 그들의 요구를 제대로 시행해 주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단식이라는 극한방법을 통해 그들의 의사를 관철하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마지막 탄원수단으로 단식이라는 극한방법을 선택하였다.

그런데 그 옆에서 이를 반대한다면서 폭식투쟁을 벌리며 배고픈 자를 조롱하고 비하한다는 것은 어떤 말로도 설명될 수 있는 인간 이하의 행동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것은 그 마음에 측은지심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측은지심을 버리면 그것은 인간이 아닌 개돼지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그렇게 학교에서 배웠다. 성경도 배고픈 자에게 밥을 주라고,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라고 가르치고 있고, 불경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세상 모든 종교는 가난하고 헐벗고 굶주린 자를 돌보라고 가르치고 있고, 세계의 모든 교육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세상이 아무리 법치주의국가라고 하여 법이 모든 것을 재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아니다. 그 이전에 인간의 도리인 양심이 있고, 동정심이 있고, 측은지심이 있다.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 복지시설에 기부하고, 사회사업을 하는 이들을 돕고 있다. 전쟁기아난민을 위해 호주머니를 털고, 재해를 입은 알지도 못하는 다른 나라 피해자를 위해 돼지저금통을 깬다. 그게 인간이다. 우리도 수해가 나면 수해민을 돕기 위해 전국민이 성금을 내고, 커다란 재해가 나면 십시일반 국민의 마음을 모으고 있다. 그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일간베스트 일부회원 등의 광화문폭식은 그러한 인간의 일반적 행위를 역행하는 반인륜적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유가족들과 생각이 다르다 해도,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단식의 현장에서 폭식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배고픈 자를 조롱하는 것은, 그들을 더 배고픔으로 내모는 것은 인간이기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일 뿐이다. 물에 빠진 이를 발로 밟아 죽이는 일이다. 순간적으로는 유가족 앞에서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왜 배고파하느냐? 배고픈 너희들을 놀려주어 즐겁다.”라는 쾌감을 느낄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배부른 돼지일 뿐 이미 영혼은 고갈될 대로 고갈된, 피폐될 대로 피폐한 영혼 형해화의 서글픈 자화상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인간의 몸은 살아 있을망정 영혼이 망실된 자들의 행위를 어찌 인간의 행위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러한 폭식행위는 유가족들의 슬픔에 더 큰 상채기를 안겨주는 패악의 극단적 행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백주에 일어나는 백색테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그들이 나중에 인간 심성을 되찾은 뒤 가장 후회할 일이 될지도 모른다. 아니 평생 자신의 행위 중 가장 잘한 일이라고 두고두고 자랑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하여튼 알 수 없는 일이다.

필자는 일간베스트 등 일부 회원들의 저와 같은 대낮패악행위를 부추기는 누군가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점이 두렵다. 언제부터인지,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이명박 정권 이후에 “국민 대 국민의 투쟁”을 부추기고 기획하는 불순세력이 정권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워지는 것이다. 누가 되었든 대한민국 국민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자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나 시위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런데 그 집회나 시위의 현장에 언제부터인지 공권력의 보호가 아닌 반대집회나 시위가 열리기 시작하였고, 그 반대집회나 시위가 오히려 더 많은 공권력의 보호를 받는 듯한 인상을 자주 받기 때문이다. 한쪽이 자발적 시위나 집회라면, 다른 한쪽 시위나 집회는 앞서의 시위나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기획된 집단체 같은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은 더욱 과격해지고 안하무인이 되어간다. 더 무서운 것은 메이저 보수언론들이 그들의 행위에 대해 비판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자제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의 방임 수준의 무관심을 나타내는 경우가 다반사이거나 양비론을 꺼내 그들을 옹호하기조차 하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할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권력마저 그들의 행위를 오히려 보호하는 듯한 느낌을 주니 참으로 한탄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올바른 시위를 반대시위를 조장하여 희석시켜 버리는 희한한 머리가 언제부터 조직적으로 작동되었는지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이와 같은 맞불작전을 통해 사건의 본질을 흐려버리고, 찬성하는 이와 반대하는 이들의 개인 대 개인의 투쟁 정도로 사건을 격하시켜 버리는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방법을 정권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는 것이다. 참으로 비열한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점은 정권이 바뀌면 반드시 규명해 보아야 할 사항이라 하겠다. 야당은 이러한 일을 규명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국가공권력은 폭력일 뿐 이미 정당성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리멸렬상태인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은 환골탈태하여야 한다. 중요한 일은 길게 보고 힘을 길러야 한다. 가장 짧아도 2016년 4월에 치러질 총선을 대비한 자체역량을 강화하여야 한다. 야당이 어느 정도 강하고 안정되어 있어야만 여당의 폭주를 막고 국민의 여론을 제대로 정치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당내에 국회상임위원회에 해당하는 위원회를 조직하길 권한다. 상임위원인 국회의원들이야 수시로 국회상임위원회를 바꾸기 때문에 전문성이나 계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개별 국회의원들이 상임위 활동을 하면서 보좌관들의 역량에 기대어 법안심의를 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내에 국회 상임위에 해당되는 당내 위원회를 구성하고, 거기에 그 분야 전문가를 위원회 사무총장이나 간사로 임명하고, 그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가동하길 바란다. 그래서 상임위에 제출할 야당의 법안이나 정부에 반영하고자 하는 안건을 각 국회의원들과 상의하여 작성하거나 결정하는 내부의사결정과정을 거쳐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예산 및 조직에 한계가 있어 그러한 위원회를 가동하지 못한다는 말은 하지 말라. 그건 공당으로서 할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빚을 내서라도 하라. 힘이 부치면 무료자원봉사하는 그 분야 전문가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들과 그 보좌관들도 그 위원회에서 같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개별 국가기관이지만, 독불장군식으로 하게 되면 입법로비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이번에 몇몇 야당의원들처럼 입법로비에 관련되어 구속되거나 불구속수사의 대상이 되기도 하니, 아예 그 싹을 자르기 위해서라도 당내에 국회상임위원회 같은 위원회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그 위원회는 여당이 제출한 안건에 대하여도 그 장단점을 분석하고 해부하여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자신들이 내놓은 모든 안건을 민생의안이라 호도한다. 그러면서 그 법안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감춘다.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국민은 정부와 여당의 여론몰이에 세뇌당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야당은 정부와 여당이 제출한 법안에 대하여 그 법안의 문제점을 밝히고 그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시행될 경우 누구에게 혜택이 가는지, 누구에게 피해가 가는지 등을 심층분석하여 이를 새정치민주연합의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하여 국민들로 하여금 평가할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거기에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는 방안을 도입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는 단판승부가 아니다. 선거일 하루의 대결처럼 보이겠지만, 그 날이 올 때까지 얼마동안 내공을 길렀는지에 의해 승패가 결단나는 장거리경주이다. 길게 보고, 심호흡을 하고 내부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과 교육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리고 그 조직이 활성화되어 자신이 할 바를 제대로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부여야 해주어야 한다. 그 다음 그 결과를 전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광범위한 홍보를 하여야 한다. 잘 하는 일이 무엇인지 국민이 모르고, 못하는 일만 상대방에 의해 들춰진다면 국민이 어떻게 야당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라는 말은 히딩크 감독의 말만이 아니다. 우리 국민 모두는 배고파하고 있다. 지금은 유독 세월호참사유가족들이 더 배고파하고 있다. 진리와 정의에 배고파하고, 양심과 헌신과 복지에 배고파하고 있다. 이 배고픔을 해결하는데 야당이 앞장서라. 언제까지 제 앞도 못 가리고, 아니 똥오줌도 못 가리고 그렇게 지리멸렬할 것인가? 국민은 한심한 야당의 등짝이라도 두들겨 패주고 싶은 심정이다. 맞고 할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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