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권한쟁의 심판 청구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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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권한쟁의 심판 청구 정당한가
  • 장영수
  • 승인 2003.11.1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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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것도 2백72명의 재적의원 가운데 1백84명의 찬성이라는 압도적인 다수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적지 않은 정치적 파장과 더불어 새로운 법적 문제를 야기했다. 특검법에 대해 검찰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 의해 특검법의 제정이 거론될 당시에는 이런 정도로까지 사태가 진전될 것으로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특검법 제정 자체에 대해 이른바 물타기 특검이라는 비난이 적지 않았고, 한나라당이 원내 다수당의 지위를 이용해 특검법을 통과시킨다 할지라도 노무현 대통령이 법률안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동조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한나라당이 독자적으로 특검법을 추진할 경우의 정치적 부담을 나눌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재적의원 3분의 2를 확보함으로써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이 행사될 경우에는 재의결까지도 가능한 의원수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정부와 검찰도 법률안거부권보다 오히려 권한쟁의심판에 기대를 걸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사건이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특검을 실시하도록 하는 특검법이 검찰의 권한을 침해한 것인지, 그리고 그 침해가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확인되고 구제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권한쟁의심판은 위헌법률심판.헌법소원심판 등과 함께 헌법재판의 한 유형이다. 즉 헌법적 분쟁을 헌법적 기준에 따라 재판해 해결하는 것이다. 따라서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은 원칙적으로 "헌법상의 권한의 존부 및 범위"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은 우리나라 헌법재판제도의 모델이 됐던 독일의 헌법재판제도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61조 제1항에서는 이와 관련해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해 부여받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했거나 침해할 현저한 위험이 있는 때에'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을 폭넓게 인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검찰이 주장하는 권한쟁의심판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주장하는 권한쟁의심판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헌법상의 권한이 아니라 법률상의 권한인 검찰의 권한을 입법자인 국회에 의해 침해당했다고 말하는 것이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입법자인 국회에 의해 검찰에 부여된 권한이라면 역시 국회에 의해 제한될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국회 자신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국회가 개정하거나, 그에 대한 예외를 정할 수는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검법이라는 법률로서 검찰청법 등의 법률에 의해 부여된 권한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법논리적으로는 문제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법률의 내용적 타당성의 문제는 남는다. 하지만 권한쟁의심판은 법률의 내용적 타당성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그와 같은 법률을 제정할 정당한 권한이 있는지만을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특검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통제도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사건의 당사자가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함으로써 그 내용적 정당성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통제는 특검법에 대한 국민의 평가일 것이다. 특검법을 통과시킨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의식해야 할 대상은 검찰도, 대통령도, 헌법재판소도 아닌 그들을 선출해 국회로 보낸 국민이다. 국민이 특검법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특검의 미래, 나아가 특검법을 통과시킨 정당과 정치인들의 미래 또한 어두울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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