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법조계를 향한 불신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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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법조계를 향한 불신의 늪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4.07.2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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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성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의 주요 책임자로 지목되며 온 나라가 찾고 있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뉴스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DNA와 지문 채취 결과 유 회장이 맞다는 국과수의 조사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쉬이 믿어주는 눈치가 아니다. 유 회장의 신병이 마지막으로 확인됐다는 5월 말경부터 시신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시기까지의 기간이 18일에 불과함에도 발견된 시신은 이미 상당 정도 백골화가 진행돼 있었고 시기에 맞지 않게 겨울 점퍼 차림이었다는 점, 평소에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술병이 시신과 함께 발견됐다는 점 등 의문이 가는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발견 당시의 시신 사진이 SNS 등을 통해 유출되며 의혹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시신의 키가 유 회장과 차이가 있다는 주장, 시신에 누군가 손을 댄 흔적이 있다는 의견, 발견 지역 근방을 배회하던 노숙자가 사라졌다는 정황 등 설득력 있어 보이는 의문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인터넷 상에서는 이번 사건을 국가의 조작으로 몰고 가는 음모론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세월호가 침몰한 4월 16일 이래, 수사력을 총 동원하고도 신병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이번에 시신을 발견하도고 40여 일이나 지나서야 유 회장임을 밝혀낸 경찰의 수사력에 대한 비난이라면 모를까 국가의 조작이라는 의혹이 이토록 널리 퍼진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는 국민들에게 국가 조직, 공직 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을 심어줬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같은 불신이 단 한번의 사고로 인해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세월호 사고를 기점으로 그간 누적돼 왔던 불만과 의심들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나라 전체가 불신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최근 단기 경력 법조인의 법관 임용에 관한 대법원의 기자 간담회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대법원은 객관적으로 실력을 검증하기 어려운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에게 필기시험을 실시하고 외부 기관의 의견 조회를 강화하고 최종 면접 이전까지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하는 등 기존 임용방식에 비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화한 새로운 임용방안을 내놨다.

여기서 가장 문제시 된 부분은 로스쿨 출신에 대해서만 실시하는 필기시험이다. 연수원 출신과 로스쿨 출신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나온 것. 상식적으로는 로스쿨 출신에게 한 단계의 검증을 더 거치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의견이 나와야겠지만 오히려 일정 부분의 쿼터를 로스쿨 출신에게 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이어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객관적 평가 지표가 없는 로스쿨 출신의 실력을 평가하기 위한 부득이한 절차”라며 출신에 따른 쿼터제를 운영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반응은 심드렁했다. 간담회에 참여한 한 기자는 “로스쿨과 연수원 출신을 다른 절차로 선발하는 로클럭의 경우도 쿼터제가 아니라고 하지만 결과를 보면 언제나 비슷한 비율로 선발되고 있다”며 의심의 눈길을 숨기지 않았다.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실시되는 블라인드 테스트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각 단계별로 선발 비율을 정해 두지 않는 다면 신상을 확인할 수 있는 최종 면접 이전까지 과도하게 많은 인원을 남겨 둘 수 있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출신 간 형평성, 선발의 공정성 논란에 변호사시험 성적을 공개하면 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변호사시험은 로스쿨간 서열화 등 부작용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도입이래 성적 비공개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변호사시험 성적 비공개가 불러온 또 다른 부작용에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 세간에는 변호사시험 성적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로스쿨이나 학부, 집안 등 출신에 따라 로스쿨생들이 선호하는 로펌 취업은 물론 검사, 로클럭 등 공직 임용에서도 유불리가 달라진다는 의식이 파다하다. 지금은 법조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투명성 확보가 절실한 때다. 변호사시험 성적 비공개,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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