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公試生 어머니의 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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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公試生 어머니의 성원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4.07.0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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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아 기자

올해 주요 공무원시험 9급 공채 일정이 끝이 났다. 공무원시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매해 이 시험에 뛰어드는 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2대 8의 법칙이라고 기업에서 똑똑한 엘리트 2명이 8명을 먹여살린다고들 하는데, 요즘은 공부 좀 한다 싶은 자들은 죄다 공직계로 눈을 돌리는 듯 하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자들은 전국적으로 40~45여 만 명 정도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기자생각에는 잠재적 수요까지 합치면 대입 준비생과 비슷한 60여 만 명 수준까지 될 것으로 본다. 이들은 상위 0.1%안에 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게 되는데 요즘 같아서는 공무원시험 뚫기가 명문대 뚫기보다 더 어렵다는 게 수험생들의 생각이다.

시험이라는 것이 과정은 전혀 중요치 않고 오로지 결과만을 두고 평가된다는 것이 수험생 입장에서는 슬프고 억울하기도 하겠지만, 반면 정직하고 평등하다는 것에 기자는 시험만큼 완벽한 절차는 없다고 생각한다.

올해 주요 9급 공채 일정이 종료됐고 지금쯤이면 시험을 치른 수험생은 일희일비가 갈렸다고 본다. 합격해서 공시바닥을 떠날 준비를 한다거나, 아니면 조금 더 남아있어야 하거나 둘 중 하나다. 기자는 시험의 불합여부 결과는 결코 수험생 혼자만이 가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다.

공무원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수험생은 피나는 노력을 강행한다. 그런데 피나는 노력을 하는 건 비단 수험생 당사자만이 아니다.

수험생을 자녀로 두고 매일 옆에서 그의 동태를 살피는 어머니들의 노고가 정말 크다는 것을 기자는 최근 들어 실감할 수 있었다. 물론 고3 대입 전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고자 밤낮으로 기도하는 부모님의 마음은 당연하고 익히 알다시피다.

지금은 많이 완화된 것 같지만 명문대가는 게 출세하는 길이라고 여겼던 예전에는 특히나 부모의 성화가 유별났던 것 같다. 물론 일찌감치 포기하고 어디든 대학만 들어가길 바라는 부모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수능이라는 인생의 첫기로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험을 앞둔 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은 그들이 갖는 자녀의 미래에 대한 간절함은 모두 같다고 본다.

기자는 운명을 믿는 편이다. 아무리 사교육에 돈을 쓰고 난리법석을 펴도 떨어지는 사람은 떨어지고, 만족스럽게 공부하진 않았어도 붙을 사람은 붙는 다는 생각이다.

이 때문에 수능 때도 기자는 주위의 요란한 모습을 보면 콧방귀가 뀌어지기도 했다. 빈수레가 요란한 법. 그런데 공무원시험에서는 부모들의 움직임이 수능 때보다 더하다는 것을 최근 알게 됐다.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줄 아는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학생의 신분으로 있는 자녀에게 남보다 하나 더 못해줘서 안타깝고 미안해하는 어머님들을 보게 됐는데, 수험생보다 더 피를 말리고 있는 어머님들을 보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서울시 시험장에서 만난 한 어머님은 공무원시험 정보를 아주 속속들이 꿰뚫고 있었다. 시험별 일정은 물론 제도변화, 선발인원, 심지어 공부방법까지 수험가에 나도는 소식은 물론 합격 후 부처발령, 승진 등에 대해서도 줄줄이 읊었다.

그 모습에 기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에 그는 “수험생을 둔 엄마들끼리 만나면 하는 얘기가 공부뿐”이라며 “수험생보다 엄마들이 더 시험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공부한지 5년이 됐는데 원래 7급을 준비하다가 선회해 올해 국가직 9급을 치렀고 합격했다고 한다.

국가직 합격 후 지방직도 보고 서울시 시험을 보러왔는데 이들 시험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내심 기대하는 얼굴이었다. 자녀가 수험생활을 하는 동안 돈도 돈이지만 뒷바라지 하는 게 아주 징글징글했다면서도 그래도 원래 바랐던 7급은 아니지만 9급이라도 합격해놓은 게 다행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대구에서 올라온 다른 어머님은 딸아이가 공부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그러면서도 지난 지방직 시험에서 합격선에 근접한 점수를 맞아 내년에는 합격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내비쳤다.

서울시 시험을 보기 위해 전날 밤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왔다는 그는 시험을 보러 온 것이라 해도 옷을 좀 깔끔하게 입혀 보내고 싶었는데 딸아이가 끝까지 후줄근한 츄리링을 고집하는 바람에 집에서 입고 온 츄리링 그대로 입은 채 시험장에 들어갔다고 마음 쓰여 했다.

지방에서는 부모의 정성이 더해보이는 듯 하다. 그는 “대구 쪽은 특히나 공무원 경쟁률이 센 지역인데 올해 처음 시험장에 가보고 이렇게까지 부모가 열정적일 줄은 몰랐다”며 그조차도 혀를 내둘렀다. 자녀들이 시험을 치르는 100분간의 시간동안 밖에서 학부모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그에 따르면 그 100분 동안 고사장을 바라보며 눈감고 무릎 꿇고 기도하는 엄마, 절하는 엄마까지. 수능보다 더 간절히 학생의 합격을 기원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시험 전 점을 보는 것은 기본이고, 엄마들이 시험치를 장소도 정해준다는 것이다. 사촌, 팔촌, 친구까지 모든 인맥을 동원해 공무원시험에 대한 작은 정보하나라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조금이라도 의심나는 게 있으면 정부 기관에 전화해서 물어보기도 한단다.

시험이 끝나고 기자는 한 어머님의 전화를 받았는데 기술직 필기합격선이 얼마에 형성될 것으로 예측하냐는 내용이었다. 물론 전화를 하면서도 알고 있다. 필기합격선은 공식적으로 발표가 있기 전까지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것을.

지난해 커트라인에서 0.5점이 모자란데 선발인원이 좀 커졌으니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냐는 물음에 참 어머님의 간절함과 절박함이 보였다. 99%의 불가능이라 해도 1%의 가능성 때문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게 수험생이나 학부모의 모습이다.

공무원수험가 분위기는 정말 살벌하다. 물론 놀고 먹는 수험생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수험생이 훨씬 많다. 수험생활을 하는 수험생들은 자신이 힘들고, 지칠 때 자신보다 더 간절한 부모의 얼굴을 떠올렸으면 좋겠다.

자신의 합격을 진심으로 바라는 자는 이 세상 단 한 사람 어머니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힘을 내길 바란다. 

gosilec@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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