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욱의 "Radio Bebop" (1)-‘희망’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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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의 "Radio Bebop" (1)-‘희망’에 대하여
  • 차근욱
  • 승인 2014.07.02 11:0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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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좀 뻔뻔한 이야기이지만, 사실 난 머리가 나쁘다. 강단에 서는 사람이 스스로 디스를?!이라고 생각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뭐, 사실은 사실이니까. 변변한 재주도 딱히 없고 머리도 나빠서 내 인생은 장밋빛과는 좀 거리가 있었다. 본인의 인생에 대해서 투덜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인지 이렇게 스스로를 돌아볼 때에는 좀 대견스러운 것이, 어떻게 아직까지도 잘 살아있구나 라며 감탄을 하게 된다. 후후후... 가끔은 존재가 모든 의미일 때도 있기 마련이니까. 솔직히 대학시절만 해도 이렇게 많은 분들과 함께 호흡하며 글까지 쓸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많은 대한민국의 청춘들이 그렇듯, 나 역시 대학시절까지만 해도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좀 얼빵한 스스로의 성향 때문이기도 했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아도 다른 친구들에 비해 탁월한 점이 있다거나 비범한 재능이 있다거나 확고한 신념이라는 것을 찾아볼 수가 없었으니까. 그냥 바라는 바는, 언젠가 나도 여자친구가 좀 생겼으면 좋겠다거나 이번 달에는 좀 좋아하는 책을 꼭 사고 싶다거나. 뭐, 그 정도였다. 속편했던 거지. 어떻게 보면 한심했던 거고.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덧 대학교 4학년을 앞두고 있었다. 계절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무렵이었고, 난 여전히 미지수의 인생을 살고 있었다. 가끔은 슬라이스 치즈 한 장에 캔 맥주 하나를 마셨고 그래도 겨울인지라 빙 크로스비나 냇 킹 콜, 토니베넷의 노래를 벗 삼아 내키는 대로의 책을 읽으며 밤을 새웠다.
그리고 답답한 마음에 새벽이 되면 질리지도 않고 공원의 트랙을 한없이 달렸다. 그렇게 내 청춘의 한 장은 끝나가려 하던 참이었고 모든 것은 불확실한 것 투성이였다. 명확하게 달려갈 목표를 향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본 사람은 안다.

그 답답함을. 째깍 째깍 시간은 흘러가는데 결정은 내릴 수 없는 초조함을. 그 앞에 무엇이 놓여있는지, 내가 그것을 할 수 있을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알 수 없으니까.

이상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내 인생에 대해 결정하고 꿈을 품었던 날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흘렀어도 또렷한 촉감으로 만져지듯이.

3월 1일의 오전이었다. 시간은 드디어 2월에서 3월로 넘어갔고, TV에선 3·1 운동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우리 유관순 할머니...왜놈들은 천벌을 받을 거야, 하면서. 그 말에 나도 한 표.

그런 와중에 난 우리 집 작은 뜰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봄으로 접어든 3월을 기념해 볕을 쬐기로 했다. 3월 오전의 볕은 11시를 기해 너무나도 달콤했다. 뜰에서 자라고 있는 풀들은 싱그러웠고, 어머님이 만드신 도자기들이 뜰 안에서 반짝였다. 뭐, 도자기가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란 드물기 마련이지.

그 의자에 앉아, 난 곰곰이 생각했다. 법과대학을 이제 곧 나는 졸업한다. 고시를 합격한 것도 아니고, 취업을 준비한 것도 아니다. 별다르게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하게 있다고 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은 것도 아니다. 하다못해 다들 하는 영어를 충실히 공부하지도 않았다. 혼자서 무전여행을 다닌다거나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보냈을 뿐이다. 나의 대학생활이란.

이대로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조금은 겁이 났을지도 모른다. 뭐, 누가 뭐래도 자신의 인생이니까. 바람은 따스했고, 햇볕은 간지러웠다. 어디선가 새가 울고 있었고 봄이 다가오는 상징이듯, 다정한 풀냄새가 너무나도 청량했다.

이제 뭔가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나는 그런 생각을 곰곰이 하며 앉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생각이지만, 당시의 나는 그렇게밖엔 생각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대학교 4학년이니까. 빠른 친구들은 2학기부터 취업을 해서 학교에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서야 뭔가 시작한다니, 정말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생각이 들 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잊혀지지 않는 3월 1일, 봄날의 뜰 안에서 난 그래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그래, 진학을 하자. 대학원에 가서 더 공부한 뒤에 나처럼 머리 나쁜 친구들을 위해 내가 어렵사리 이해했던 것들을 쉽게 쉽게 이야기 해 주자. 그것으로 내 인생의 의미를 만들자.

마음을 정하고 나니 조금은 설레었다. 느긋했던 마음이 조금은 급해졌다. 남들보다 늦은 만큼 더 열심히, 더 부지런히 공부해야겠다는 각오가 들었다. 그렇게 멍하게 앉아 한동안 곰곰히 생각을 정리한 뒤에, 나는 일어나 의자를 정리하고 기지개를 폈다. 세상이 달라 보였다. 나무 잎사귀가 비늘처럼 반짝였다. 뭐, 새가 울고 있는 3월이었고, 난 새로 시작하기로 했으니까.

점심을 먹고 서점에 갔던 기억이 난다. 대학원진학을 하려면 이젠 공부를 했으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대학교 1학년이 살 법한 전공서적을 다시 샀다. 그날 이후, 그동안은 그냥저냥 읽었던 책들을 꼼꼼히 짚어가며 다시 읽었다. 행복했다. 드디어 나에게도 목표가 있고 꿈이 생겼으므로.

대학원을 진학하고 전공과목에 들어간 이후로도 강단에 서기 위해 쉽지 않은 시간들이 있었다. 당연히 있었겠지. 뷔페를 가도 먹다보면 위기가 오기 마련인데. 그런 때마다 스스로의 길을 포기하지 않도록 해 주었던 것은 아마도 ‘희망’이 아니었나 싶다.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며 땀 흘리고픈 ‘희망’. 이것만큼 근사하고 강한 것도 없기에 난 강단에의 꿈을 지킬 수 있었다. 사람이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그 때를 살아내게 해 주는 것은 ‘희망’이라는 것을, 그날 이후로 난 배웠다.

매일 매일의 성실함이 쌓이면 용기가 되고, 용기가 쌓이면 희망이 되고, 희망이 쌓이면 사랑이 된다. 머리가 나빴기에, 다른 친구들을 따라가고자 몇 배 더 노력해야만 했고, 몇 배 더 공부해야만 했다. 남들은 쉽게 쉽게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도 내겐 녹록치 않았기에 나는 더욱 성실해야 했고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인가, 내가 이해한 대로 설명하면 이해 못하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나쁜 머리도 선생으로서는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나고 나니, 그 또한 축복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강단에 서다보니 많은 친구들을 만난다. 자신의 도전이 너무 늦었음을 쑥스러워하는 친구도, 남들보다 점수가 더디게 오르는 것을 고민하는 친구들도, 자신이 합격할 수 있을지 내심 불안해하는 친구들도. 그런 친구들에게 내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라고. 방향이 옳다면, 속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인생이란, 새로 시작하고자 진심으로 원한다면 언제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결코 늦어서 후회하는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다.

그건 그렇고, 간혹 술 한 잔 후에 노래방을 고집하는 아저씨들이 계시는데, 본인들이 노래를 하시지 않으실꺼면 왜 노래방에 가자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노래방은 본인이 반주에 맞춰 노래를 하고 싶어 가는 곳이 아니던가! 노래만 들을 거면 차라리 걸그룹의 노래를 다운 받으시라구요. 그러니까 말이죠, “이봐, 아저씨! 노래방에 가자고 했으면 본인이 노래를 하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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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소녀 2014-11-26 19:30:43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던 학생입니다^^ 교수님이 꿈을 이루게 되어 참.........다행인것 같습니다!!ㅎㅎ

바다소녀 2014-11-26 19:30:43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던 학생입니다^^ 교수님이 꿈을 이루게 되어 참.........다행인것 같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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