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를 주요 골자로 하는 민법개정안이 ‘가족 해체’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고 가족의 개념만을 재규정한 상태에서 원안대로 통과해 다음주 국회에 제출된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90여년 만에 호주제가 폐지되고 예외적으로 성(姓)과 본(本)의 변경이 가능해지는 등 사회 구성의 기본단위인 가족제도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당초 ‘호주’ 개념과 함께 삭제됐던 민법 779조 ‘가족의 범위’ 조항은 일반인의 법 감정과 가족해체 등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부부, 그와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부부와 생계를 같이하는 그 형제자매’로 새롭게 규정했다.
이 개정안은 호주제 관련 규정을 모두 삭제하고 자녀는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혼인신고시 부부의 합의에 의해 어머니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했다.
또 자녀의 복리를 위해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는 아버지 어머니 또는 자녀의 청구에 의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남녀차별’조항도 삭제했다. 개정안은 혼인관계가 아닌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났을 경우 반드시 아버지의 호적에 들어갈 필요가 없으며 아버지나 어머니의 성 가운데 어느 쪽이나 따를 수 있게 했다.
호주제 폐지 이후 신분등록제는 현재 여성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일인일적제가 대두되고 있지만 직계가족을 생활의 단위로 보고 있는 국민 정서와 맞지 않고 가족과 사회의 안정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반대 주장도 있다.
상속·연금 수혜는 기존과 동일하지만 국민연금법, 모자보건법 등 대부분 법률에서 출가한 딸이나 출가한 손녀를 아들이나 손자보다 아래 순위로 규정한 제도는 바뀔 전망이다. 따라서 가족을 오랜 기간 부양해온 딸이 아들보다 우선해서 연금 상속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이 법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면 공포 2년 뒤 시행되며 정부는 유예기간 중 호적법 등 관련 법령을 정비해 새로운 신분등록제를 도입한다.
일단 국무회의는 넘겼지만 국회에서의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각 당 내부에서 호주제 폐지를 둘러싼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국회 통과 여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선 각 당이 대선 비자금 및 재신임 정국이라는 정치권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국회 의결을 미룰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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