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으로 선발인원 감축...5년 후 행시 폐지
여론조사, 행시폐지 ‘반대’ 45.9%...‘찬성’ 26.5%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사진)은 23일 퇴직 후 취업이력공시제를 도입하고 행정고시(5급 공채) 폐지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관피아 해체’를 위한 3대 법안을 발의했다. 공직자윤리법, 공공기관정보공개법,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이 그 대상이다.
대표 발의하는 ‘관피아 해체 3대 입법’은 민병두 의원실이 5월초부터 언론을 통해 입장을 밝혔던 내용들이다. 그리고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 과정에서 관피아 대책에 대해서 부분적으로 우리의 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은 우선, 5급 공무원 채용시험인 행정고시는 법 개정 후 5년이 경과된 이후 폐지하도록 했다. 또한 폐지되기 이전 5년의 기간 동안에는 대통령령을 통해 일정한 비율을 정해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부칙조항’을 신설했다.
민병두 의원은 법안 발의 제안이유에서 “행정고시는 기수를 중심으로 하는 끼리끼리 문화, 선후배 챙기기, 한 번의 시험 합격을 기준으로 25년 가까이 되는 장기간에 걸친 공무원의 계급제 사회 구현 등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면서 “이러한 행정고시 또는 5급 공무원 채용시험은 과거 고급인재의 공정한 선발이라는 발전국가 시대에는 긍정성이 존재했지만, 지금과 같은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의 상호 교류가 중요해지는 지식기반사회에서는 걸림돌로 작용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행정고시에 해당하는 5급 공무원 채용시험을 폐지하여 민간의 경력자를 채용할 뿐만 아니라, 채용방식의 다변화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며 제안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행시 폐지안은 또 하나의 충격요법에 지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대책으로 지난 19일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해경 해체에 대해 ‘충격요법’, ‘포퓰리즘 처방'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던 새정치연합의 국회의원이 ‘행시 폐지’라는 또 하나의 극약처방을 꺼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행시 준비생 이모(25)씨는 “제대로 된 진상 규명하에서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이 정상적인 절차”라며 “게다가 충분한 여론 수렴을 통해 국민적 합의 하에서 대안을 찾아야 할 야당이 포퓰리즘 처방을 내놓은 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수험생 김모(29)씨는 “잘못했으니까 없애야 한다는 논리라면 국민의 신뢰가 바닥인 국회부터 먼저 해체하는 것이 순서”라며 “행시 폐지는 벼룩 잡으려고 초가삼간 불태우는 격”이라며 행시 폐지를 반대했다.
국민 여론도 행시 폐지에 대해서 반대가 많았다. 법률저널이 창간 16주년을 맞아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절반인 45.9%는 ‘행정고시를 폐지해서는 안된다’고 답해 국민 다수는 행정고시 폐지를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행정고시를 폐지해야 한다’는 26.5%에 그쳤으며 ‘모름’은 27.6%였다.
한편, 민 의원이 발의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퇴직후 10년간 취업이력 공시제다. 우선, 퇴직 후 공직자와 사기업체‧공직유관단체는 퇴직 전후의 소속기관, 직위, 업무, 실명을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또한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전체 현황을 공개하도록 했다.
다음으로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총원 11명 중 5명은 국회가 추천하는 전문가로 구성하도록 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시민단체 추천 4명, 위원장(장관), 부위원장(차관)으로 11명이다.
취업제한 기간 및 범위를 확대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업무연관성의 범위를 ▴소속 ‘부서’로 보며 ▴2년의 기간동안 ▴사기업체 등에 대한 취업이 제한된다.
반면, 민병두 의원 대표발의 개정안은 업무연관성의 범위를 ▴소속 ‘기관’으로 보며 ▴3년의 기간 동안 ▴사기업체 및 공직유관단체에 대한 취업 제한으로 확대했다.
또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승인 심사결과에 대한 인터넷 공개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공공기관 정보공개법 개정안에서는 공공기관 정보공개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속기록 전면 공개’이다. 이 역시도 ‘정보의 비대칭성’(=비밀주의)를 깨는 것에 정책적 초점이 있다.
공공기관 정보공개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각종 공공기관 위원회는 회의록, 속기록, 녹음기록 등을 작성하고, 이를 3개월 이내에 공개하도록 했다. 연장이 필요할 경우, 해당 위원회 구성원의 2/3 의결을 통해 3개월 연장할 수 있다.
다만, 군사‧외교‧대북관계 등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주무부장관이 지정할 경우 해당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개인정보가 포함된 경우 ‘익명 처리’한 이후에 공개하도록 했다.
이상연 기자 desk@l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