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으로 3개월을 보내며-두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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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으로 3개월을 보내며-두번째 이야기
  • 법률저널
  • 승인 2003.10.2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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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에 이어

박재규
정보통신부 우편사업단장


업무의 효율성과 발빠른 변화 추구 절실


또한 민간 회사에서는 팀장이 결재해서 처리할 일도 중간 단계의 기관(예, 조달사무소)을 경유하여 20일 이상 공고하고 처리해야 하는 등 업무의 비효율 및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 속도 부족은 우려할 정도이다. 그러면서 조달사무소는 인력 및 사무 공간 부족을 호소하는데, 사실은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법령을 개선하여 상당히 많은 부분을 현업 위임하면, 조달사무소도 전문화하고 대형 건물 유지 보수 관리 등 더욱 중요한 부문에 자원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예산 운용의 비탄력성은 더욱 큰 문제이다. 내년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4월부터 작업하여 정통부 협의, 기획예산처 협의, 국회 승인을 받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상의 인력 및 시간 낭비도 많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사업을 하고자 할 때 2년 전에 준비하지 않으면 사업 시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기에 세출을 세부 항목별로 구분하여 초과 집행을 못하도록 통제하고, 불용이 생기는 경우 지적 대상이 되는데 어느 유능한 사람이 2년 후의 환경 변화를 예측하여 정확하게 예산을 기획할 수 있는 지 궁금하다.

민간에서는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경쟁우위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들고 있고 최근에는 lean management를 넘어서 agile enterprise만이 살아남는다고 한다. 시장이 개방되고 해외업체와 경쟁이 심화되며, 고객 욕구 변화가 빠른 현대의 2년이란 정말 긴 시간이다. LG홈쇼핑에서 마케팅본부장할 때는 월별 목표도 세웠지만 일일 매출 실적에 따라서는 2주 단위로 이동 목표를 바꾼 적도 있었다. 2년과 2주의 차이는 환경 변화에 대해 적응한 인류와 적응하지 못한 공룡과의 차이만큼이나 크다고 생각한다.

본부의 조직 운영을 행정자치부와 상의해야 하는 조직 개편의 비신축성은 또 다른 문제점이다. 민간에서는 사업본부장이 책임지고 조직을 수시로 바꾸었던 것에 비하면 환경 변화에 대한 비탄력성은 문제이다. 가령, 새로 부임하여 마케팅을 강화하려고 보니까, 마케팅과를 만들려면 행자부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마케팅 강화가 지연되고 있다. 반면 일본 우정부의 경우 공사 체제가 되면서 영업기획부와 법인영업부의 2개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찾아오는 고객에게나 서비스 잘 하지 왜 마케팅까지 하면서 고객을 찾아다니려 하느냐'고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세계 각국의 우정사업본부는 핸드폰 및 초고속 인터넷망 보급에 따라 우편물량이 주는 것에 대비하여 물류·소포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가령 일본우정공사는 본부장을 미쓰이상선, 우편단장을 도요타에서 영입하고 향후에 모든 역량을 물류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중국우정부도 상해를 동북아 물류Hub로 육성하기 위해 중국물류공사가 보잉737을 9대나 구매하여 상해-동경, 상해-오사까 등을 직접 운송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머뭇거리고 사업개발을 등한시한다면 3만 명이 넘는 우편 가족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수천억원의 국고 보조를 요청하던지 시골 도서산간 지역에 우편 서비스 제공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고객서비스 향상과 경영혁신을 위해 노력

지금껏 나열한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는 변해야 한다는 의식과 문화가 공무원 조직 전체에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 긍정적이다. 우정사업본부도 우편물량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고객서비스 향상과 경영 혁신을 통하여 '국민의 사랑 우정서비스'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민간 출신인 나를 따뜻이 맞아주고 지원해주고, 새로운 시도에 대해 긍정적으로 격려해주는 우리 정통부 및 우정사업본부 가족 모두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열심히 근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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