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도 상반기 중요판례-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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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도 상반기 중요판례-헌법
  • 법률저널
  • 승인 2003.10.2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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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근
춘추관·엘이씨법학원 헌법 담당


기초의회의원선거 후보자의 정당표방금지【위헌·각하】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47조 제1항 중 앞괄호부분 등 위헌제청)(2003. 1. 30. 2001헌가4)

▶지난호에 이어


【결 정 요 지】


Ⅰ.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법 제84조는 당해사건에 적용될 법률조항이고, 그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은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될 것이므로, 위 조항에 관하여는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법 제47조 제1항은 당해사건에 적용될 법률조항이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할 수 없다. 나아가, 법 제84조는 후보자에 대해 정당으로부터의 지지 또는 추천 받음을 표방할 수 없게 한 조항인 데 반하여, 법 제47조 제1항은 정당에 대해 후보자를 공천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으로서, 각 그 수범자와 규율내용을 서로 달리하고, 또한 법 제47조 제1항은 그 문언상, 정당이 비공식적으로 후보자를 추천(이른바 ‘내천’)하거나 특정 후보자에 대해 지지 또는 반대의 의사를 표명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는 아니하므로, 제47조 제1항의 위헌 여부가 제84조의 위헌 여부와 체계적으로 밀접불가분한 관계에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제47조 제1항에까지 심판의 대상을 확장할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제47조 제1항에 관한 부분은 재판의 전제성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하에서는 제84조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만 본안판단을 하기로 한다.


Ⅱ. 법 제84조의 입법취지와 내용

1. 입법취지

법 제84조는, 기초의회의원선거에 정당이 관여하면 선거가 정당들의 대리전으로 변질되어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유능한 인물을 뽑는 것이 어려워지고 정당이 후보자의 당락뿐만 아니라 의원의 의정활동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쳐 기초의회의 자율적 운영이 어렵게 될 것이라는 기본 인식 하에서 제정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정당의 영향을 배제하고 인물 본위의 투표를 유도함으로써 지방분권 및 지방의 자율성 보장이라는 지방자치 본래의 이념이 충실히 구현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위 조항의 입법취지라고 할 것이다.


2. 구체적 내용

법 제84조에서 행위의 주체는 후보자이다. 정당은 위 조항의 주체가 아니므로, 정당이 독자적으로 특정 후보자를지지 · 추천함을 표방하는 경우는 위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

위 조항이 규율하는 행위는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특정 정당으로부터 지지 또는 추천 받음을 표방하는 것이다. ‘표방’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어떠한 생각이나 의견 혹은 주의나 주장 따위를 공공연하게 밖으로 드러내어 내세우는 것이므로, 위 조항이 금지하는 행위는 후보자가 특정 정당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 혹은 특정 정당으로부터 후보자로 추천을 받았다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드러내어 내세우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지지 · 추천의 의사표시의 방향이 정당으로부터 후보자에게로 향해진 것을 말하므로, 후보자가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적용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편, 법 제84조 단서에 의해 특정 정당에서의 과거 또는 현재의 직책 등 당원경력을 표시하는 것은 허용된다.


Ⅲ. 법 제84조의 위헌 여부

1.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침해 여부


(1) 제한되는 기본권

후보자가 소속 정당으로부터 지지 · 추천 받은 사실을 표방하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자질과 능력이 소속 정당에 의해 검증되었고 자신의 정치적 신념, 지향하는 정책노선과 실천적 복안 등이 소속 정당이 내세운 정강 ·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동시에 자신을 지지해 달라는 의사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법 제84조가 기초의회의원 후보자에 대해 이러한 정당표방을 금지하는 것은 결국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위 조항은 특정 후보자가 정당의 지지 · 추천을 받았는지에 관한 정보가 유권자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제약하는 측면도 지니고 있다 할 것이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배여부

 (가) 목적의 정당성

 법 제84조의 입법목적과 관련하여 볼 때, 지방분권 및 지방의 자율성이 보장되도록 하겠다는 것 자체에 대하여는 정당성을 부인할 여지가 없으나, 그를 위해 기초의회의원선거에서 정당의 영향을 배제하고 인물 본위의 투표가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는 구체적 입법의도에 대하여는 그 정당성이 의심스럽다. 선거에 당하여 정당이냐 아니면 인물이냐에 대한 선택은 궁극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고, 입법자가 후견인적 시각에서 입법을 통하여 그러한 국민의 선택을 대신하거나 간섭하는 것은 민주주의 이념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 수단의 적합성

그리고, 법 제84조의 규율내용이 과연 지방분권 및 지방의 자율성 확보라는 목적의 달성에 실효성이 있는지도 매우 의심스럽다. 즉, 후보자가 정당의 지지 · 추천을 받았는지 여부를 유권자들이 알았다고 하여 이것이 곧 지방분권 및 지방의 자율성 저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기에는 그 인과관계가 지나치게 막연하다. 한편, 위 조항 단서에서는 후보자의 당원경력의 표시를 허용함으로써 유권자들이 정당의 지지 · 추천 여부를 알 수 있는 우회적 통로를 열어 놓고 있고, 후보자가 정당에 대해 지지를 표방하거나 정당이 독자적으로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밝히는 행위 혹은 후보자가 당선 후에 소속 정당을 위해 의정활동을 벌이는 행위 등에 대해서는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이러한 법적 상황에서 단지 후보자가 유권자들에게 정당의 지지 · 추천 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고 하여 과연 정당의 영향이 효과적으로 배제될 수 있을지도 매우 불확실하다. 따라서, 위 조항은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다) 피해의 최소성

또한, 위 조항은 정당표방을 제한함에 있어서 예컨대 파급력이 큰 선전벽보 · 선거공보 · 소형인쇄물 · 현수막 등 특정한 표방수단이나 방법에 한정하여 규제하지 않고 일체의 표방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므로, 기본권의 제한을 최소화해야 하는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라) 법익의 균형성

법 제84조가 지방자치 본래의 취지 구현이라는 입법목적의 달성에 기여하는 효과가 매우 불확실하거나 미미한 반면에, 이 조항으로 인해 기본권이 제한되는 정도는 현저하다.

지방자치는 단순히 주민 근거리 행정(住民近距離行政)의 실현이라는 행정적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의 가치분배에 관한 갖가지 정책을 지방에서 자율적으로 수립해 나가는 정치형성적 기능도 아울러 가지는데, 이러한 정치형성적 기능과 관련하여 정당은 민의의 결집 · 인재의 발굴 · 중앙과 지방의 매개 · 책임정치의 실현 등 여러 가지 순기능을 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정당배제라는 미봉책을 통해 정당참여로 인한 역기능뿐 아니라 순기능까지 함께 제거하는 것은 지방자치 발전의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반면에, 위 조항으로 인해 기본권이 제한되는 정도는 현저하다 즉, 후보자로서는 심지어 정당의 지지 · 추천 여부를 물어오는 유권자들에 대해서도 침묵하지 않으면 안 되는 바, 이는 정당을 통해 정계에 입문하려는 기초의회의원 후보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 또한, 지방의회의원 선거의 선거기간이 14일로 규정되어 있고 사전선거운동이 금지되는 등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각종의 규제들이 마련되어 있어서 실제로 유권자들이 기초의회의원 후보자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은 데다가 이른바 4대 지방선거가 동시에 실시되고 있는 탓으로 유권자들이 후보자들 개개인의 자질과 능력을 일일이 분석 · 평가하기란 매우 힘든 실정이므로 현실적으로 후보자에 대한 정당의 지지 · 추천 여부는 유권자들이 선거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중요한 참고사항이 될 수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후보자의 정당표방을 금지하는 경우에는 유권자들은 누가 누구이고 어느 후보가 어떠한 정치적 성향을 가졌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투표를 하거나 아니면 선거에 무관심하게 되어 아예 투표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할 때, 정당표방을 금지함으로써 얻는 공익적 성과와 그로부터 초래되는 부정적인 효과 사이에 합리적인 비례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워, 법익의 균형성을 현저히 잃고 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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