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여수 오염사건 관련 도선사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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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여수 오염사건 관련 도선사의 책임
  • 김현
  • 승인 2014.04.11 11:0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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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최근 발생한 여수 우이산호의 급유 시설 충돌 및 이로 인한 유류오염 사고와 관련해 3월 하순에 도선사가 구속되었다고 한다. 이 사고가 났을 때부터 다수의 목격자들로부터 선박이 평소에 접안하는 속도보다 확연히 빨리 접안했다는 것이 증언되었고, 수사 상황으로 보아 도선사가 이 사고의 주요책임자 중의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상법은 선주의 책임을 선박의 톤수를 기준으로 해 제한하는 선주책임 제한제도를 두고 있는데 이렇게 제한할 수 있는 주체에 용선자 같은 선박운항자뿐 아니라 도선사도 포함된다. 그러나 이 책임제한이라는 것이 해운기업을 기준으로 정해진 것이어서 예컨대 10만톤 정도의 배인 경우 제한액이 무려 200억원을 상회하므로, 본건에서는 도선사 개인의 재산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의미는 없다.

도선사의 책임을 법정화하여 소액으로 하고 있는 나라가 많고, 일본이나 대만은 수수한 도선료를 한도로, 홍콩은 1,000홍콩달러(약 100만원) 정도의 소액으로 하거나, 베트남, 필리핀 같이 원칙적으로 도선사의 책임을 부인하는 입법례들도 있다. 구미 여러 나라들도 사정은 비슷하고, 특히 위험성이 큰 해역의 경우 도선사의 민사책임을 부인하거나 받은 도선료만 돌려주면 되는 입법례가 많다.

그래서, 우리 법과 같이 도선사 개인에게 해운회사들과 같은 액수로 책임을 제한받으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제한 없이 그의 전 재산으로 책임을 지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도선사 단체는 도선약관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으나 실제 의도한 대로의 실질적 책임제한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수 년 전 울산항에서 유류오염 사고에 대하여 피해자(S모 정유회사)를 대리하여 피해자의 급유시설을 들이 받은 러시아 배의 운항 선사를 상대로 5억원 상당의 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떠오른다. 필자는 그 선사를 상대로 한 사건에서 거의 전부 승소를 거두고 가해자의 보험사로부터 판결액 전액을 배상 받았다. 소송 당시 도선사의 책임도 청구할 것을 피해자 회사와 논의했으나 사고를 낸 선사의 보험사가 동 사건 판결액에 대해 보증을 섰으므로 도선사를 피고에 넣을 필요가 없어 선사만을 상대로 하였다. 사건이 종결된 후 도선사는 책임비율인 30% 정도 즉 1억5000천만원 내외를 선사에 보상해 주는 것으로 귀착되었다고 들었다.

그 사건은 사고액이 5억원에 불과한 소규모의 유류오염사고여서 도선사의 배상액이 그 정도였지, 만일 50억원, 500억원의 사고라면 같은 상황에서 도선사는 무려 15억원, 150억원을 배상해야 할 것이고 결국 그는 파산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통상적으로 쓰이는 도선약관에서는 경과실 사고는 도선료 한도 내에서만 책임을 진다고 하여 그 액수를 넘는 액수를 사실상 면책하는 취지이다. 그러나 유류오염사고가 나면 대개 언론에 크게 보고되고 우이산호 사건처럼 도선사가 구속되는 일도 다반사여서, 당해 배상사건이나 구상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로선 중한 형사책임자를 민사상의 ‘경과실자’로 판단하고 책임을 도선약관에 정한 액수로 제한하여 주는 것이 쉽지 않다. 실제 울산항 사고에서는 강제도선구였음에도 불구하고 도선사가 도선구간을 다 통과하지 않은 지점에서 조기하선한 후의 사고였기 때문에 도선중의 사고에 관한 도선약관이 적용된다고 보기가 애초 어려웠고, 또한 그 조기하선 사실이 도선사의 중과실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이번 우이산호 사고를 낸 도선사는 여수항에서 손에 꼽히는 경력을 가진 분이라 하는데, 사고의 원인은 법정에서 밝혀지겠으나 그 또한 이미 재산이 가압류 되는 처지에 있지 않을까 걱정해 본다. 위 울산항 사고 이후 도선사협회 등을 중심으로 도선사 책임제한에 관한 입법화 논의가 있었으나 최근 1, 2년간 추진력을 잃은 것이 아닌가 했는데, 이 기회에 입법화 논의에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 유류오염이나 선박충돌 사고가 나면 그 때만 잠시 언론 보도되다가 별다른 반성 없이 흐지부지되는 기존의 사고 처리 관행이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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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원참 2014-04-15 18:48:29
우이산호 도선사는 범죄자죠. 사고를 두번이나 냈다는데 계속 도선사를 하려고 정년연장을 했다니...더 큰 환경사고를 낼 지도 모르겠네요.

아원참 2014-04-15 18:48:29
우이산호 도선사는 범죄자죠. 사고를 두번이나 냈다는데 계속 도선사를 하려고 정년연장을 했다니...더 큰 환경사고를 낼 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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