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안보라는 공공선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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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안보라는 공공선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
  • 신희섭
  • 승인 2014.03.1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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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정치학을 공부하면 궁극적으로 정치체제와 인간이라는 두 가지 주제가 가장 본질적인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어떤 정치체제를 구축하는가와 어떤 인간들로 공동체를 구성하는가가 결국 인간 공동체를 운영하고 규칙을 정하는 정치현상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인간이 공동체를 만들고 공동체가 인간을 만드는 것이다.

몇 일 사이에 관심을 끄는 사건이 있어서 학부강의에서 질문을 던져보았다. 관심을 끄는 사건은 함익병씨가 만들어 주었고 강의에서 던진 질문은 “여성이 군에 가야하는가?”였다. 국민사위의 칭호를 수여받은 유명의사인 함익병씨가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기 때문에 여성에게는 권리의 3/4만 줘야한다고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은 여성운동가들과 여성인권을 강조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비판을 불러왔다. 기사가 나온 다음 날 수업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여성이 국방의 의무를 지기 위해서 군에 가야하는지를 물었다.

학생들의 대답은 두 편으로 갈라섰다. 한편에서는 국방의 의무는 국민의 의무이기 때문에 당연히 여성도 군에 가야한다는 입장이었다. 군에 가서 어떤 일을 하던지 군에 가는 것이 양성평등원칙에 부합한다는 논리가 이 입장을 옹호하였다. 반대편에는 여성이 국방의 의무를 지는 것은 맞지만 여성의 신체적인 특성을 감안할 때 대체복무나 군사훈련의 이수정도로 역할을 규정할 수 있다는 입장과 여성이 군에 갔을 때 드는 비용이나 성추행이나 성폭행가능성과 같은 사고의 가능성을 군복무를 통해서 얻게 되는 이익과 대비했을 때 여성이 군에 가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가 있었다. 잠깐의 토론이었지만 상당히 진지한 논의들을 통해서 권리와 의무 그리고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찾아보니 전세계에서 여성을 징집하는 국가는 세 나라였다. 이스라엘, 대만, 북한이 여성을 징집하는 국가들이었다. 이들 나라들에서 여성군인을 운영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먼저 북한의 경우는 2400만 명 인구에 120만이나 되는 엄청난 수의 군인을 가지고 있고 이 수치를 맞추기 위해서 남자와 여자 모두 군에 복무한다. 북한의 군대 복무 기간은 남자는 10년이고 여자 6년이다. 과거 1990년대는 남자는 13년이고 여자는 7년이었다. 북한에서는 19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군대에 가서 복무기한을 채우고 제대를 한다. 북한군의 내부를 좀 더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나쁘다. 북한의 특수부대는 13년을 근무한다. 20대 전체를 군을 위해서 희생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군의 휴가는 북한군 창건일인 4월 25일에서 26일까지 2일이 주어진다. 재미있는 것은 북한도 군에 대한 대체복무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대체복무를 위해서는 광산에서 7년간 근무하면 된다.

북한이 이런 열악한 상황의 군대에 여성들을 징집하는 것은 북한의 부족한 인구대비 공세적인 군사전략을 구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우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인구가 대폭 줄었고 출생율도 떨어지게 되었다. 따라서 부족한 인구로 많은 수의 군대를 유지하려면 여성들도 필요한 것이다. 게다가 사회주의적 경제체제의 운영패턴을 가진 북한에서 군대는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는 방법 중에 하나가 된다.

이스라엘과 대만도 여성이 국방의 의무차원에서 복무한다. 이스라엘은 독특한 안보환경을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중동한복판에 이슬람들 사이에서 국가를 수립했다. 이후 4차례의 중동전쟁을 거치면서 여전히 국가를 유지하고 있다. 1차 중동전쟁을 할 당시 이스라엘의 인구수는 73만 명이었다. 이 부족한 인구로 주변 이슬람인들과 전쟁을 하기 위해서는 여성도 국가를 위해 싸워야했다. 현재 이스라엘의 인구는 770만 명이고 군대의 병력 수는 10만 명이다. 현재는 이슬람과 전쟁이 상시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부족한 병력을 예비군을 중심으로 운영한다. 그러다 보니 이스라엘은 예비군 훈련이 한국인이 상상하는 것을 뛰어넘는다. 예비군 훈련의 일수가 장교는 45일이고 일반 병은 30일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여성들이 군에 복무하는 기간은 18개월이다. 남성이 3년을 복무하는 것에 비하면 짧지만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짧은 기간은 아니다. 인구수에 대비해서 일정한 병력수를 유지하기 위해 고려된 개월 수인 것이다.

이스라엘에서 여군의 보직은 주로 비전투병과에 속해있다. 여성의 신체적인 특성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이스라엘 군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30%정도 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크기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스라엘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이스라엘에서도 병역면제를 위해 애를 쓴다고 한다. 특히 안정적 환경을 바라는 부모들이 자식들을 군에 보내지 않으려는 노력이 강력하다고 한다. 남성의 병역기피율이 25%정도 되고 여성의 경우는 60-70%정도 된다는 주장도 있다. 게다가 이스라엘 여군의 경우 성범죄 노출이 40%나 될 정도로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이스라엘도 여성군대를 운영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대만의 경우도 안보환경이 특별하다. 장개석이 중국으로부터 도망쳐 나와서 현재 대만에서 정부를 꾸리고 본토와 분리되어 살고 있다. 대만의 크기는 한국 국토의 1/3정도 사이즈이고 인구 수는 2300만에 달한다. 중국에 비해 부족한 인구로 군대를 유지해야 하는 대만의 경우 전체 여군 수는 22만 명으로 전체 병력대비 7%에 해당한다. 상당한 수자의 여성군인을 보유하고 있는 대만도 징병제도의 문제와 중국과의 관계개선가능성으로 2015년에는 모병제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한다.

여성징병제를 가지고 있는 세 나라를 보면 일관된 특징이 있다. 안보환경이 불안하다는 것과 인구수가 적다는 것이다. 안보가 불안한 상태에서 인구가 적다보니 여성들의 국방의 의무가 선언적이고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 군대에 복무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에서 여성이 군대에 복무해야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보면 그 답은 “여성징집제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이다.

우선 인구수차원에서 한국은 남성들이 2년간 근무하는 것으로 60만 명 정도의 군대를 유지할 수 있다. 사실 북한의 위협만 없으면 60만의 군대도 과하게 많은 것이다. 14억 인구의 중국도 군인수가 220만 명에 불과하고 인구수가 3억을 넘는 미국도 군대가 140만에 불과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의 군인 수는 국가 구성원비율상에서 과하게 많다. 예비군까지를 감안했을 경우에 여성이 반드시 군에서 복무해야 할 이유는 좀 더 줄어든다.

다음으로 군의 효율성 차원에서도 여성을 징집해야 할 필요는 줄어든다. 남성과 여성을 분리해서 생활하게 하고 여성들의 병과를 따로 만들어야 하며 여성군인들에게 들어가게 될 비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비전투병과를 만들어서 운영해야 하는데 그러기에 인원수가 과도하게 많게 될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여성에게 국방의 의무를 지게하고 다른 방식으로 국가의 안전이라는 공공선을 구축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인 방안이다. 국가안보라는 공공선이 반드시 군인으로 복무해야만 확보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도 국가안보라는 공공재에 기여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환경을 위해서 세제를 적게 쓰는 것이나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나 군에 갈 아이들을 잘 교육하고 양육하는 것도 안보라는 공공재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들이다.

이런 주제를 다루는 사이에 2014년 3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남성만 군에 가는 병역법에 대해서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2010년과 2011년의 합헌 판결에 이은 세 번째 판결인데 과거 재판관 2명과 1명이 위헌 판결을 내린 것과 달리 이번에는 헌재 재판관 9명 전원이 합헌판결을 내렸다. 공공선이라는 목적달성에 있어서 반드시 한 가지 방식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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