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유죄증거, 입맛대로 취사선택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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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法 “유죄증거, 입맛대로 취사선택해선 안 돼”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4.02.2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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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시료 1·2차 증거 검정결과 상이한 경우, 판단기준 제시

동일한 시료에 대해 동일한 분석기관 및 분석기법에 의해 제출된 1차 검정결과와 2차 검정결과가 상이할 경우, 법원은 각 증거방법의 증명력을 어떠한 기준에 의해 판단해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기소된 혐의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의 판단·분석 방법에 오류 가능성에 있다면 함부로 특정 부분만을 믿거나 배척해서는 안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2부(재판장 대법관 김소영, 주심 대법관 이상훈)는 국내산과 중국산을 혼합해 만든 고춧가루에 ‘국내산 100%’라고 원산지를 표시해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임모(48)씨의 상고심(2013도9605)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법 형사항소부로 환송했다고 24일 밝혔다.

 
임씨는 2011년 7월 국내산과 중국산이 섞인 고춧가루 1만여㎏(시가 2억여원)를 판매,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특별사법경찰관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직원이 2011년 9년 품질관리원 시험연구소에 OO농협 김치가공공장에서 수거한 고춧가루 시료 11점에 대한 1차 검정을 의뢰했고 그 중 7점의 시료에 국내산과 수입산이 혼합되어 있다는 판정결과를 받았다.

1심 법원은 2012년 7월 품질관리원 시험연구소에 위와 같이 수거한 시료와 동일한 시료 11점에 대해 2차 검정을 의뢰했지만 결과는 종전에 ‘국내산’으로 판정된 것 중 3점은 ‘혼합’으로 변경됐고 종전에 ‘혼합’으로 판정된 것 중 2점은 ‘국내산’으로 변경되는 검정결과가 나왔다.

이에 1·2심은 “감정 방법인 ‘근적외선 분광법(NIRS)’의 정확도는 95±2%로 알려져 있고 검정 결과의 오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피고인이 검정 결과를 의심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다른 정황들도 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어떠한 과학적 분석기법을 사용해 제출된 것으로서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1차적 증거방법 자체에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고 그와 동일한 분석기법에 의하여 제출된 2차적 증거방법이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소극적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는 경우, 법원은 각 증거방법에 따른 분석 대상물과 분석 주체, 분석 절차와 방법 등의 동일 여부, 내포된 오류가능성의 정도, 달라진 분석결과가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는지 여부, 상반된 분석결과가 나타난 이유의 합리성 유무 등에 관하여 면밀한 심리를 거쳐 각 증거방법의 증명력을 판단해야 한다”면서 증거방법의 증명력에 대한 판단기준을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때, 각 분석결과 사이의 차이점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해명될 수 있고 1차적 증거방법에 따른 결과의 오류 가능성이 무시할 정도로 극소하다는 점이 검증된다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1차적 증거방법만을 취신하더라도 그것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그에 이르지 못한 경우라면 그 중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방법만을 섣불리 취신하거나 이와 상반되는 증거방법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우선 “각 검정 절차의 분석은 모두 품질관리원 시험연구소에서 담당했으며 1차 검정절차뿐만 아니라 2차 검정절차에서도 어떠한 인위적인 조작·훼손·첨가가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이어 “품질관리원이 각 검정절차에 따른 시료 분석을 위하여 활용한 이른바 NIRS 분석기법인 ‘근적외선 분광법’은 기초데이터에 의하여 수집된 대조군과의 일치율에 의한 비율적 판정을 그 핵심적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통계적 분석방식을 취하는 데에 따른 오류가능성이 내포되어 있고 고춧가루 원산지 판별의 오류가능성은 통계적으로 약 3~7% 정도”라며 “2차 검정의 분석 대상물이나 분석 주체, 분석 방법 등에 별다른 문제점을 찾기 어렵다면 2차 검정절차에 따른 검정결과의 오류가능성 또한 1차 검정결과의 오류가능성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풀이했다.

재판부는 “1차 검정결과와 상반된 검정결과가 도출된 5점의 시료들 중 3점의 시료는 1차 검정 당시 국내산으로 판정된 것이 혼합으로 변경됐고 나머지 2점의 시료는 1차 검정 당시 혼합으로 판정된 것이 국내산으로 변경되는 등 그 변경의 방향성이 일정하지 않다”며 “변경의 원인에 관한 진술 등만으로 상반된 검정결과가 나타나게 된 구체적 원인에 대하여 합리적 의문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규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또 이를 뒷받침할 만한 더 이상의 과학적 추론이나 설명이 제시되어 있지도 않다”며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1차 검정결과의 증명력만을 취신해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결국 재판부는 품질관리원 검사기법인 NIRS 기법 자체가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 기법에 따른 1차와 2차 검사결과가 다른 경우에 어떻게 검사결과의 신빙성을 판단할 것인가에 대한 해석을 내린 셈이다.

이성진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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